두산重 청약미달 소식에 급락… "구주주는 105% 초과청약"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02.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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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측 "대출규제로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일부 미달, 구주주 청약률은 105%로 초과청약"

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제작에 참여하는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 사진제공=두산중공업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제작에 참여하는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 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17,260원 ▼260 -1.48%)이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존 주주들의 청약미달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 측은 구주주 청약은 배정물량 이상 몰렸으나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에서 일부 청약미달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에서 미매각 물량이 발생한 것도 이번 증자에 앞서 진행된 두산중공업의 두 차례 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원들이 대출한도를 모두 채워 더 응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사의 미래 성장가능성이 어둡다는 이유로 구주주나 우리사주조합의 청약이 부진했던 게 아니라는 얘기다.

14일 오후 1시55분 현재 두산중공업은 전일 대비 9.8% 내린 1만5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속해 있는 코스피 기계업종지수(-4.1%) 및 코스피지수(-1.33%)에 비해 낙폭이 크다. 현재까지 총 거래량은 약 783만주로 전일 총 거래량(369만6000여주)의 2배를 웃돈다.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창구에서 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채무상환 자금 및 대형 가스·수소터빈 및 풍력발전기 차세대 모델 개발, 소형 원전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등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1조14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일단 기존 주주들에게 유상증자 참여 기회를 부여한 후 배정물량만큼 청약이 이뤄지지 않을 때 남은 물량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주당 1만3850원에 총 8287만2900주를 신규로 발행하는 이번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들에 배정된 물량은 각각 1657만4580주(20%), 6629만8320주(80%)였다. 이 과정에서 구주주들의 청약물량은 7000만주, 배정물량의 105%를 넘어섰다. 문제는 우리사주조합 청약물량이 1074만3000여주에 그쳤던 데서 발생했다. 배정물량의 65% 정도의 청약만 들어온 것이었다. 이 때문에 남은 212만5000여주는 일반투자자들에게 일반공모 방식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때 미매각(청약미달)이 발생하면 악재로 여겨진다. 시장에서 발행사(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자본시장이 약세국면에 접어드는 등 비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을 때 주로 발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의 낙폭이 코스피 기계업종지수 주요 종목들에 비해 큰 것도 이날 청약미달 소식이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계업종 내 시가총액 2위인 한온시스템은 3% 가량 주가가 올랐고 두산밥캣, 씨에스윈드, 한미반도체, 현대엘리베이(현대엘리베이터 종목명) 현대건설기계 등의 하락률은 2~5% 수준이다.

두산중공업도 이날 청약미달이 회사에 악재가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2019년 5월에 4700억원, 2020년 12월에 1조2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증자에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유상증자에서 두산중공업 우리사주조합원들은 대출한도를 채워 증자에 참여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대출규제 한도가 강화돼 우리사주조합에서 추가로 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제한됐다"며 "이번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 청약미달이 발생한 것도 대출규제 때문이지 회사 성장성에 악재가 있어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11조8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4% 늘고 영업이익은 8908억원, 순이익은 6458억원으로 각각 전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당시 실적발표 당시 "중공업의 국내외 대형 EPC(종합건설업) 프로젝트 공정 초과달성으로 매출이 늘었고 자회사 호실적과 전년도 재무개선 활동 등 영향"이라며 지난해 실적호조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또 올해도 사우디 주단조 공장, 괌 복합화력발전소, 한림해상풍력 등 우선협상대상자 등 수주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비롯해 통상적인 기자재 및 서비스 수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주, SMR(소규모원전) 사업 등에서 올해 8조9000억원 가량의 수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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