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K바이오, 겨울의 추억과 설레는 봄

머니투데이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2022.02.1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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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2021년 바이오텍 상장기업들의 성과는 매우 저조했다. S&P가 29.4%의 지수상승을 기록한 반면 바이오텍은 -18.2%로 지수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COVID-19 수혜주의 성과를 제외한다면 더욱 서늘한 성적이다.

국내 코스닥 시장과 비상장 발행시장에 부담을 주는 트렌드들이 이어진다. 지난 한해 바이오텍 주식들은 시장평균 대비 매우 저조한 지수실적을 보였다. 코스닥 상장 측면에서도 거래소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의견들이 대세다.



국내 바이오텍의 창업과 본격 투자가 이뤄진 시기는 한미약품의 연속 블록버스터 딜 이후인 2016년부터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수많은 바이오텍에 지난 5년은 자본조달 측면에서는 바이오텍 20년 역사 중 최고의 호시절이었다.

바이오텍 중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마일스톤들을 달성하는 회사들도 나온다. 다만 많은 회사가 임상개발 측면에서 혹은 사업개발 측면에서 제시한 마일스톤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이제 늦가을을 지나 조금씩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할 때다. 이 즈음에 미국과 한국 바이오텍들이 겪은 몇 번의 혹한기를 되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바이오텍의 가장 혹독한 겨울은 2000년 IT 거품이 꺼지고 10여년이었다. 셀레라, 휴먼게놈사이언스 등을 비롯해 새로운 유전자를 찾아내고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새로운 과학분야를 하던 바이오텍들은 특히 2000년에 호시절을 누렸다. 얼마나 새로운 유전자를 잘 밝히느냐가 기업가치와 직결됐다. 특히 셀레라와 같이 유전자염기서열을 읽어내는 회사들은 엄청난 시가총액을 자랑했다. 셀레라가 100억달러를 찍을 때 길리어드의 시가총액이 3억달러였다고 하면 아마 이해가 될 것이다.

불황기를 맞아 시장은 바로 '기술'에서 '임상단계 파이프라인'으로 시야를 돌렸고 많은 바이오텍이 파이프라인을 구조조정하는 빅파마들의 약물들을 도입해 개발단계 파이프라인들을 채웠다. 임상파이프라인이 핵심지표가 되면서 지금의 빅바이오텍으로 성장한 길리어드, 셀진(그후 2020년 BMS에 합병됨), 리제네론, 알렉시온(2021년 아스트라제네카에 합병됨) 등이 주목받았다.


국내의 가장 긴 겨울도 2000년도 IT 버블 붕괴와 함께 왔다. 2004년도 자본시장의 '우회상장'이라는 새로운 출구가 생기면서 잠시 활기를 띠었으나 곧 사그라들었고 2005년 도입된 '기술성평가' 상장트랙도 문을 활짝 열어주지는 못했다. 이러한 차가운 시장 분위기는 작은 기복들은 있었으나 결국 2015년 한미약품의 분위기가 대반전되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긴 확장기(2016~2021년 상반기) 이후 제대로 된 첫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첫째, 너무 움츠러들지는 말자. 분명히 극복하는 방법들은 있다.

둘째, 과거를 통해 배우자. 미국은 여러 번의 빙하기를 이겨낸 시장이고 한국도 최소 몇 번의 혹한기를 넘겨본 경험이 있다. 여러 번의 기복을 경험한 투자자들이나 기업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셋째, 기업가치보다 자금조달이 우선이다. 자존심보다 현실을 인정하는 기민한 대응을 하자. 계절이 바뀌면 순응하는 게 이치다. 앞으로 예상되는 수축기를 통해 인력전쟁 부분 해소와 함께 많은 바이오텍이 좀 더 현실적인 사업기회들을 찾으면서 생존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시장은 호황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을 때 불황이 찾아오고 불황으로 인류가 망할 것 같을 때 호황을 알리는 이른 제비들이 날아든다. 얼마나 길지는 모르지만 이번 추위를 잘 견뎌내는 바이오텍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을 이루리라 믿는다.

겨울을 대비하면서 겨울 너머의 새로운 봄에 꽃피울 K바이오를 미리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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