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CJ, 오너 3세 VC 인수 추진...그룹 '투자 컨트롤타워' 구축

CJ 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VC)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 인수를 추진한다.

그동안 지주회사 밖에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역할을 해왔던 타임와이즈를 지주회사 내로 끌어들여 미래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3일 VC업계에 따르면 CJ는 타임와이즈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영리더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부동산 개발업체 씨앤아이레저산업의 타임와이즈 지분(지분율 100%)을 전량 매수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와이즈가 지주회사 내로 편입돼 CVC가 되면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우선 외부차입이 자기자본의 2배로 제한된다. 일반 VC(벤처캐피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펀드를 만들 때 조성액의 40%까지만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런 제약에도 CJ가 타임와이즈를 지주회사 내로 편입하려는 이유는 지난해 말 이재현 CJ 회장이 발표한 '2023 중기비전'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11월3일 이 회장은 사내 동영상을 통해 C(문화)·P(플랫폼)·W(건강)·S(지속가능성) 등 4대 성장엔진에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과 이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기존에도 CJ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활발히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국내외 스타트업 10곳에 약 100억원 투자했고, CJ ENM 의 e커머스 사업부문인 CJ온스타일도 같은 기간 170억원을 스타트업과 VC 등에 직간접 투자했다.


문제는 얼마나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효과적으로 투자했냐는 것이다. 보수적인 일반 사업회사 특성상 VC처럼 과감한 투자는 어렵다. 이 회장 역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타임와이즈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세운다면 투자사와 계열사 간 융합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VC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에 비해 CVC를 통한 투자는 의사결정 과정이 신속하고 대규모 전략적 투자에 나설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며 "같은 지주회사 내 계열사와의 의사소통 역시 일반 VC보다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CJ가 타임와이즈를 인수하면 오너일가의 경영승계 논란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는 CJ그룹 계열사들이 타임와이즈 조성 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들 단체는 CJ 오너일가가 이런 식으로 타임와이즈의 기업가치를 키워 경영승계 재원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VC업계는 운영 수수료를 주요 수익으로 하는 VC 특성상 특정기업의 출자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타임와이즈를 경영승계 재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타임와이즈를 둘러싼 이같은 경영승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CJ가 타임와이즈를 인수하면 이같은 문제는 단숨에 해결된다. 타임와이즈와 오너일가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기고 경영승계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편 올해 초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일반 지주회사도 CVC를 직접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주요 지주회사들은 CVC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 는 개정법 시행 일주일만에 CVC를 설립했고, LG ·SK ·효성 ·신세계 등도 CVC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