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일만 남은 '3선발 외인', 터지면 '40만 베팅'은 대성공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02.14 22:24
글자크기
타일러 애플러가 지난 10일 /사진=키움 히어로즈타일러 애플러가 지난 10일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새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에 대한 기대치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현재로선 프로 4년간 110이닝 이상도 소화하지 못한 안우진(23)이 그보다 낫다는 평가다.



홍원기(49) 감독은 최근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아직 순서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안우진이 기량적인 면에서 (애플러보다) 우선순위에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서 현시점에서 내정된 선발 로테이션 순서로 에릭 요키시-안우진-애플러-정찬헌-최원태라고 언급했던 발언을 바꾸지 않았다.

어떻게 본다면 예상된 시나리오다. 애플러는 만 28세가 되도록 메이저리그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했고, 3년 전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24경기 평균자책점 4.02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더군다나 최근 폼도 최악이었다. 지난해 워싱턴 산하 트리플A팀에 있을 당시 투수 코치가 애플러의 팔 각도를 교정했고 결과는 시즌 평균자책점 8.00으로 엉망이었다. 다행히 지난 겨울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원래 투구 폼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으나,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우선 가장 걱정이 큰 '최근 폼'은 검증을 마쳤다. 첫 피칭을 본 송신영 투수코치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밸런스 면에서는 난사할 것 같지 않다. 저 키에 구속이 150㎞가 나오면 타자들이 상대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안정적인 모습을 눈여겨봤다. 공을 받은 이지영 역시 "(격리 해제 후) 첫 피칭이어서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은 것 같다. 다만 신체조건이 좋아 몸을 잘 만들면 좋을 것 같고 변화구도 좋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타일러 애플러가 지난 12일 전남 고흥 거금야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타일러 애플러가 지난 12일 전남 고흥 거금야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애플러는 키 196㎝, 몸무게 104㎏의 큰 체격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0㎞ 이상의 빠른 직구와 제구력이 장점이다.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를 던지고 체인지업이 주 구종이다. 투구폼을 건드리기 전인 2018년까지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은 2.02개다. 그 역시 본인의 강점으로 "코너에 스트라이크를 넣는 데 자신이 있다. 볼넷을 많이 안 주고 제구력이 좋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러에게 좋은 소식이 두 가지가 있다. KBO리그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투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공통적이고 애플러 같은 피네스 피처에게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은 대세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피홈런 수 역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만큼 조금이나마 이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메이저리그 공인구보다 덜 미끄러운 KBO리그 공인구를 쓰게 된다. 덜 미끄러운 공은 투수들이 제구를 잡기에 수월하다. 자가격리 기간 KBO리그 공인구로 꾸준히 연습한 애플러는 "KBO리그 공이 내게 더 좋은 것 같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미끄러워서 잡기 쉽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신영 코치의 존재도 그에게는 무시 못 할 조력자다. 송신영 코치는 투수의 마음을 알아주는 코치다. 당장 지난해 애플러의 일화에 대해서도 "난 팔 각도를 바꾸는 류의 코칭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투수들에게) 가장 편한 폼으로 던지라고 하는 편이다. 애플러 얘기를 들었을 때도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딸 브린을 안고 있는 타일러 애플러./사진=타일러 애플러 공식 SNS 갈무리딸 브린을 안고 있는 타일러 애플러./사진=타일러 애플러 공식 SNS 갈무리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친화력과 열의였다. 경기도 가평에서 자가격리를 했던 애플러는 약 5~6시간이 걸려 고흥으로 내려오는 동안 선수 명단을 보면서 동료들의 포지션과 이름을 외웠다. 함께 호흡을 맞출 박동원의 경우 별명이 참치라는 것까지 기억해냈다.

키움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부터 요키시,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닉 킹험(한화) 등 한국 야구에 경험이 있는 투수들에게 물어 꼼꼼히 공부해왔다. 그들을 통해 애플러가 얻은 결론은 KBO리그는 콘택트 위주의 타자와 홈런 위주의 타자가 섞여 있는 NPB와 MLB의 중간 단계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요키시에게도 끊임없이 조언을 구할 것이라 약속했다.

애플러는 3년 전과 달리 이번엔 아내 마리사와 딸 브린과 함께 한국 땅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전처럼 행동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가족과 동반 입국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가족들에 대해 "확실히 도움이 된다.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 시즌 시작하면 가족들이 경기장에 와 응원할 텐데 큰 힘을 받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이렇듯 애플러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 부상 없이 잠재력을 터트릴 일만 남았다. 현재 2선발로 분류된 안우진은 지난해 21경기 평균자책점 3.26, 107⅔이닝 110탈삼진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런 안우진을 넘어선다는 것은 '외국인 투수'에 기대되는 기량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키움의 40만 달러 베팅은 대성공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