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사진=김현정디자이너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8개사(스팩 제외) 중 6개사가 상장 첫 날 종가 대비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수소차용 전력변환장치 등을 주로 만드는 이지트로닉스 (6,780원 ▲20 +0.30%)도 이달 4일 상장 첫 날 공모가(2만2000원) 대비 6.59% 높은 2만345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8.74% 오르며 2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역시 초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현재 1만9600원으로 밀렸다. 상장 첫 날 종가 대비 -23.14%, 공모가 대비 -10.9% 수준이다.
공모 과정에서의 이상 기류도 감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이후 약세장 등을 이유로 공모절차를 철회한 바 있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하순 수요예측을 거친 인카금융서비스, 바이오에프디엔씨 등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각각 13.69대 1, 74.01대 1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인카금융서비스의 공모가는 밴드(2만3000~2만7000원)의 하단보다도 20% 이상 낮은 1만8000원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공모주 시장의 활력이 줄어든 것은 최근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유통시장에서 신규상장 종목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시간이 흐를수록 플러스 수익을 거두는 흐름이 이어져야 IPO 시장도 활황이 이어지는데 최근 이같은 흐름이 확연히 둔화됐다"며 "공모주를 받아서 상장 첫 날 시초가에 던지는 사람들만 돈을 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임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감소 및 이에 따른 약세장으로의 국면 전환 등이 이어지면서 신규상장 종목의 시초가가 공모가 부근 또는 그 아래에서 형성되는 경우도 생긴다"며 "유통시장 부진이 IPO 시장 투자자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3300 고점 대비 20% 이상 빠진 2600선까지 밀렸지만 신규상장 하는 기업들의 눈높이는 낮아지지 않았다"며 "공모가 밴드의 하향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IPO시장과 유통시장 사이의 선순환 연결고리가 끊어진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직 새해 들어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모주 시장이 부진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지난해의 시장 상황은 10여년 전에 비해 정상적이지 않은 밸류에이션이 매겨졌던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해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 상황을 부진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5~6년 전을 돌아보면 공모주 시장에 나온 10개 종목 중 7개 가량이 마이너스 나는 경우도 많았다"며 "올 1월 이후 흐름이 지난해에 비해 부진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보면 현재가 특별히 부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