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가 아파트 쓸어담아 폭리?...통계 뜯어보니 '착각'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2.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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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일 대선 후보 1차 토론회.

"이번 정부 들어 집값 폭등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공급 부족에 수요가 왜곡돼서 그랬을 것이다. 특히 임대사업자 보호정책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많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력 대선후보와 일부 시민단체가 아파트값 급등 원인을 다주택 임대사업자로 보고 있지만, 실제 통계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중 수요자들이 내집마련으로 가장 선호하는 전용 59㎡ 이상 아파트 비중은 매우 낮았다. "임대사업자들이 양질의 아파트를 쓸어담아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체 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중 최대 16%...임대인협회 "마녀사냥" 반발
10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말 기준 전국 민간등록임대주택 153만2547가구 중 아파트는 16%인 25만2584가구였다. 나머지 84%는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유형이다.



여기서 잡힌 아파트 비중도 매우 보수적으로 추산된 수치다. 전용 40㎡ 이하 원투룸형 구조지만, 건물이 5층 이상이어서 아파트로 잡힌 물량도 다수 포함됐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아파트로 잡힌 16% 비중도 매우 보수적인 수치"라며 "3인 가구가 살기 어려운 원투룸 주택이나 준공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해 3월 임시국회에서 "전체 임대사업자가 갖고 있는 (주택) 물량 대부분이 다세대, 다가구, 연립이고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며 "이게 10% 물량이지만 자동말소가 되면 그 물량 중에서 일부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가 처분할 수 있는 아파트 물량을 10%로 가정하면 약 15만 가구다. 이 가운데 약 60%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분포돼 있다. 특히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절반이 전용 40㎡ 이하 소형 평형이다. 일부 물량이 매물로 나와도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 전용 84㎡ 아파트 수요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모습. /사진제공=뉴시스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성 회장은 "마치 모든 임대사업자가 시내 좋은 입지에 고가 아파트를 여러채 보유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거나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건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한 것을 덮으려는 마녀사냥"이라며 "임대사업자 육성 정책이 잘못됐고 투기를 조장했다면 왜 30년 전부터 정부가 제도를 운영했겠나"라고 했다.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4년 단기임대, 8년 아파트 매입임대를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기한이 지나면 자동말소토록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집값 급등 원인으로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거론하자 기존 정책 방향을 뒤엎고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정책 시행 이후 임대사업자 수는 52만명에서 37만명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5월까지 자동말소된 주택은 52만가구가 넘었다. 하지만 해당 매물은 거래가 많지 않았고, 도심 아파트값 상승세도 이어졌다. 오히려 2020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임대차법과 맞물려 전세난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아파트 세제 혜택 주어지지 않아" vs "여전히 세제혜택 과도해" 찬반 대립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게 임대인협회의 지적이다. 성 회장은 "공시가 6억, 전용 84㎡이상 중형 아파트는 임대사업으로 등록해도 취득세 감면,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며 "임대사업자 등록 주택은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돼 임차인도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세제 혜택을 준 것이지, 단기에 되팔라고 준 혜택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 구조"라고 했다.

당정은 당초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 폐지도 검토했으나, 전세난 가중 등 시장 불안을 고려해 결국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이 과도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송기균 집값정상화 시민행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7년 12월 주택 임대사업자에 유례없는 세금특혜를 약속했다"며 "재산세 100% 감면, 종부세 100% 비과세 등 세금특혜 정책이 발표되자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추가로 매수한 결과 집값이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임대사업자 보유 아파트 통계를 늑장 공개한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그동안 매년 3월경 통계누리 시스템에 전년도 민간임대주택 등록 현황을 등록했다. 협회는 이를 고려해 지난해 3월부터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코로나 등을 이유로 미루다가 약 11개월 뒤에서야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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