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2000원' 자율주행택시 타보니..."차선변경 척척, 뒷차는 빵빵"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2.02.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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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 상암동서 첫 자율주행차 운행..."조금 답답하지만 안정감"

서울시 자율주행자동차가 스스로 운행 중인 모습  /사진=김지현 기자 서울시 자율주행자동차가 스스로 운행 중인 모습 /사진=김지현 기자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안됐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탑승한 서울시 '자율주행자동차'는 승객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율차의 운전 실력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안전'에 초점을 맞춰 운행을 하는 모습이었다. 도로 법규를 철저히 지키고, 끼어들기나 앞지르기 등을 하지 않았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로 탑승객도 자율차가 사람,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인식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안전 준수'하며 운전…시속 50km 유지
이날 오전 머니투데이 취재진은 자율차 이용을 위해 서울 자율주행 전용 앱(TAP!)을 다운로드 받았다.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하고 본인명의의 카드를 등록하자 탑승지점과 하차지점을 선택해 자율차를 부를 수 있었다.



서울시의 자율차는 택시보다는 '셔틀'에 가까웠다. 자율차 시범운행지구인 상암동 일대를 두 가지 노선으로 나눠 해당 구간에 한해 이동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합승은 허용되지 않는다.

취재진이 탑승한 노선은 상암A01노선(DMC역~에스플렉스센터~서부면허시험장~상암월드컵파크~7단지·5단지~상암파출소~DMC역)이었다. 에스플렉스센터에서 DMC역까지 약 16분 정도 탑승을 했다. 상암A02노선은 DMC역~휴먼시아아파트~누리꿈스퀘어~DMC첨단산업센터~DMC역을 순환한다.



자율차는 웬만한 운전자들보다 안전을 준수하며 운전을 했다. 서울 도심 일반 도로 기준인 시속 50km를 유지하며 달렸고, 사람이나 오토바이 등 장애물을 미리 인지한 뒤 시간을 두고 멈춰 섰다. 또 신호를 철저히 지키고, 차선 변경도 미리 해뒀다. 자율차 내부에는 운전석과 뒷자리 두 좌석에 모니터가 설치돼 화면을 통해 이런 과정을 다 볼 수 있었다.

보수적으로 운전을 하다 보니 다른 차량들에 비해 운행속도가 늦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뒤에서 운전을 하던 승용차가 몇 번 경적을 울렸다. 전반적으로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안정감이 느껴지는 운행이었다.

돌발 상황 대비 위해 '세이프 드라이버' 동행
어린이 보호 구역에 진입하자 자율차가 수동운전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진=김지현 기자 어린이 보호 구역에 진입하자 자율차가 수동운전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진=김지현 기자

운전석에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세이프티 드라이버(운전사)가 동행했다. 법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선 사람이 운전을 하도록 되어 있어서다. 실제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서자 모니터에는 수동운전으로 전환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후 세이프 드라이버가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한 뒤 보호구역에서 벗어나자 다시 자율주행모드로 바뀌었다. 따로 알리지 않았으면 운전자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세이프 드라이버는 "(자율차는) 앞차를 추월하려고 하는 등의 시도는 하지 않는다"라며 "주행 경로를 막고 있는 차량이 있으면 피해서 운전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급제동이나 급가속도 없었다.

서울시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운전사가 핸들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건강 상태, 물건 분실 등을 체크해준다"며 "현재 기술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세이프 드라이버라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 '저렴한 요금'에 관심…"노선 확대됐으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자율차의 모습 /사진=김지현 기자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자율차의 모습 /사진=김지현 기자
시민들은 승객수, 이동거리에 상관없이 회당 요금 2000원만 받는 저렴한 가격에 관심을 보였다. 다만 운행구역이 한정돼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직장인 정모씨(31)는 "택시 기본요금도 3000원이 넘는데, 2000원만 내고 이동할 수 있다면 탑승할 의향이 있지만, 상암동 쪽에 갈 일이 없어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상암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이모씨(43)는 "택시 승차 구역이 떨어져 있어 아쉽다"며 "방식이 앱으로 부르면 오는 택시와 유사해 보이는데 집과 직장 근처에 운행을 하는 자율차가 있다면 이용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자율주행차 시범지구 운영위원회에서 3000원 이하로 요금이 정해졌다"며 "이에 업체들과 협의해 초기에는 많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에서 1000원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처음 탑승 시엔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승용차형 자율차에 이어 DMC역~공원 지역을 순환하는 자율주행버스도 이르면 3월 운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 연말까지 상암동에 총 12대까지 자율차 유상운송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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