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권위자 세실 "자이코브디, 오미크론 등 변이에 최적답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2.10 10:00
글자크기

엔지켐생명과학, 최고과학책임자(CSO) 세실 철킨스키 박사 "DNA 백신 장점 주목해야"
실제 오미크론 임상결과는 지켜봐야

세실 철킨스키 박사/사진= 김휘선 기자 hwijpg@세실 철킨스키 박사/사진= 김휘선 기자 hwijpg@


인도 제약회사 자이더스 카딜라가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Covid-19)백신 자이코브디(ZyCoV-D)가 오미크론과 후속변이에 가장 최적화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면역반응 지속기간이 길어 3차 접종 후 8개월 이상 효과를 볼 수 있고, 백신 재조합이 쉬워 다양한 변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돌파감염과 백신 부작용, 유통, 생산효율에서도 강점이 많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면역-백신학 권위자인 세실 철킨스키(Cecil Czerkinsky) 박사는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자이코브디가 12세 이상의 어린이에게 긴급승인(EUA)이 내려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중 하나"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전세계 병원에서 사용하는 엘리스팟 검사방법 만든 면역학 권위자
철킨스키 박사는 세계적인 면역-백신학의 권위자다. 세포 면역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엘리스팟(ELISPOT) 검사법이 그의 작품이다. 유비콜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경구용 콜레라백신도 만들었다. 인도의 샨타 바이오텍 장티푸스 복합백신도 그의 손을 거쳤다. 자가면역 질환, 알레르기 및 만성염증과 관련해 그의 연구를 활용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숱하다.



프랑스 국립 보건의학연구소(INSERM) 연구책임자를 거쳐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IVI) 부소장 및 R&D책임자를 역임해 한국에서도 이름이 높다.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검증을 맡아왔으며 지난해 하반기 엔지켐생명과학 (1,850원 ▲60 +3.35%)의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영입됐다. 인도 자이더스 카딜라의 자이코브디 한국 기술이전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철킨스키 박사는 "한국에선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모더나가 먼저 배포된 탓에 주류백신으로 인식된 듯 하다"며 "코로나19 장기화를 생각해 백신 다양성에도 관심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이후에도 다양한 변이가 나타나면 단일백신보다 교차접종의 효과가 더 클 수 있고, 비용부담 등 현실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미크론 이후 국면에서 주목할 백신은 많지만 경제성과 안전성, 대응력 등을 종합할 때 자이코브디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이더스 카딜라, 백신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도의 국민 제약사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개발사인 자이더스 카딜라는 인도의 국민 제약사로 불릴 만큼 신약, 백신분야에서 이름이 높은 글로벌 업체다. 2021년 매출액은 2조4000억원(약 20억달러) 규모고 직원수만 2만5000명에 달한다. 전세계 매출 1위인 애브비의 휴미라(자가 면역질환 치료제)의 첫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였고 인도 최초의 4가 불활성화 인플루엔자 백신인 백시플루(VaxiFlu)-4를 비롯해 광견병, 파상품, 간염, 홍역, 장티푸스, 일본뇌염, 에볼라 등 다양한 질환의 백신을 개발했다.

자이코브디는 자이더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DNA 백신으로 의미가 상당하다는 게 철킨스키 박사의 설명이다. DNA백신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난이도가 높다. 현대 유전자 기술로 바이러스를 100% 복제하는 게 가능한데, 0.1%만 조작해도 인체 공격력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조작된 복제 바이러스를 신체에 투여하면 병은 옮지 않으면서도 병원균을 퇴치하는 항체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철킨스키 박사는 "DNA백신기술은 30년 전에 발견됐지만 쥐나 물고기, 말 같은 일부 동물에서만 효과를 봤다"며 "최근에서야 사람대상 연구에서 성과를 보기 시작했는데, 자이코프디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DNA 방식으로 성공한 혁신적인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화이자, 모더나가 만든 코로나19 백신은 RNA를 활용한 것이다. RNA는 신체에 바이러스와 외형이 비슷한 단백질을 강제로 만들도록 할 수 있는데, 면역세포들이 이 가짜 바이러스와 시뮬레이션 전투를 해보면서 항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DNA백신은 여러 강점이 있다. DNA의 일부만 조작해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면역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고, 실제 바이러스보다 더 바이러스 같지만 독성이 없게 할 수 있다. 오미크론을 비롯해 다양한 변이가 나올 때 마다 맞춤형 백신을 곧바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RNA 등 기존 백신은 냉장보관이 필수고 유통기간도 짧지만 DNA백신은 구조가 안정적이라 상온에서 여러 해 동안 보관할 수 있고 생산단가도 싸다.

자이코브디의 가격은 1도스 당 8~9달러 선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20~30%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통기간은 섭씨 2~8도 환경에서 최대 1년이다.

"자이코브디, 부작용 적고 비용도 저렴. 상온 유통도 가능해"
철킨스키 박사는 "최근 보고되고 있는 백신 부작용 측면에서도 자이코브디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 2상, 2/3상 연구결과 기존 백신보다 부작용 빈도와 강도가 모두 낮았다는 자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자이코브디는 mRNA 백신에 비해 세포면역(T 세포) 유도가 높고, 면역반응 지속기간이 긴데 3차 까지 투여한 후 8개월 이상(256일) 지나도 면역반응 감소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른 백신에 부스터샷을 했을 때도 부스터샷의 효과와 지속기간이 훨씬 좋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아직 자이코브디의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DNA백신의 강점은 인정하더라도 오미크론이나 다른 변이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검증이 끝나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이더스는 지난해 자이코브디의 델타변이 예방 효과가 66.6%에 달한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수치를 과연 좋게 평가할 수 있는지도 애매하다.

한국에서 2분기 대량생산 시작. 임상결과 발표 등 추가검증 필요하다는 점은 숙제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에 대해 철킨스키 박사는 "오히려 뛰어난 수치"라고 반박했다. 화이자는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뛰어났지만 이후 변이가 나오자 기능이 크게 저하됐는데, 이에 비교하면 자이코브디가 오히려 높은 예방률을 보였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해 7월 델타변이가 확산하자 화이자 백신의 예방효과가 기존 95%에서 64%로 떨어졌는데, 델타변이에 국한하면 화이자 백신의 수치는 더욱 좋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이코브디의 경우 기본 수치도 좋았고 중증 및 사망 예방률이 100%에 가까웠다는 점도 부연했다.

오미크론 예방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혈청학적 반응이 조사되고 있으며, 몇 주 후에 임상결과가 보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이코브디의 기술이전을 받아 백신을 수탁제조하기 위해 한미약품 (314,500원 ▲1,000 +0.32%) 등과 손을 잡았다. 한미약품은 엔지켐생명과학의 제조 위탁 의뢰를 받아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백신 본생산을 위한 공정 재현 및 생산설비 최적화, 시험법 기술이전 등을 수행한다. 양사는 작업이 완료되면 본계약을 추가 체결하고 올 2분기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대 목표 생산량은 연간 8000만 도즈다.

생산된 백신은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등 8개국에 엔지켐생명과학이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8개국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