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추경 증액' 시사…'고립무원' 홍남기, 버틸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이원광 기자, 정진우 기자 2022.02.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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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2.08.[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2.08.


김부겸 국무총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여야가 주장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에 힘을 실으면서 국회에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끝까지 증액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화상 국무회의를 주재해 지난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4조원 규모 추경안과 관련해 "신속한 지원이 생명인 만큼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추경 증액을 요구하는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정부의 추경안과 관련해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규모를 35조~50조원까지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런 방안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회가 추경 규모를 늘리려면 반드시 정부, 실질적으론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난 7일 김부겸 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회가 뜻을 모아준다면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추경 증액 요구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날 반대 입장을 밝힌데 이어 8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질의에 "35조~50조 규모의 증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홍남기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08.[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홍남기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08.
8일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있었던 만큼 홍 부총리가 끝까지 추경 규모 증액에 반대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증액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이 여·야·정 간 합의점 마련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이 추경 증액과 관련해 '합리적인 대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역시 추경 증액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비합리적으로 큰 규모의 증액에는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35조∼40조원 규모에 홍 부총리가 걱정되지 않겠나"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증액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추가 국고채 발행을, 국민의힘은 올해 본예산 지출구조조정을 대안으로 각각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두 가지 대안 모두 리스크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 총리는 지난 7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과도한 국채 발행은 국가채무의 증가는 물론이고 금리와 물가, 국채시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세출 구조조정도 올해 예산이 집행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해야 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 등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올해 607조7000억원 규모 본예산 중에서도 얼마든지 세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집행이 부진하거나 계약 체결이 안 됐다고 하면 (일부 사업을) 이월시킬 순 있지만 연초에 막 시작하려는 사업들을 무작위로 잘라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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