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아이파크' 급한불 껐지만..."현산 못믿겠다" 반발 여전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2.08 16:45
글자크기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사진취재단)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사진취재단)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로 업계 퇴출 위기까지 내몰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최근 4200억원 규모 안양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반전 기회를 얻었다. 사고 직후 전국 각지에서 'NO 아이파크' 현상이 확산하며 브랜드 교체설까지 나올 정도로 뒤숭숭했지만 대형사인 롯데건설과 경합 끝에 승리해 한숨을 돌린 것이다.



급한불은 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여전히 현산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탓이다. 계약을 앞둔 정비사업 구역에서 퇴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상계1구역 조합원 '현산 퇴출' 항의 시위…"시공사 경쟁입찰 다시 진행해야"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상계1구역 조합원들은 노원구청 앞에서 현산 퇴출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HDC현대산업개발 상계1구역개발 떠나가라', '살인기업 업계퇴출'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현산과의 계약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조합 대의원 A씨는 "원래 상계1구역은 다수 대형 건설사가 사업 의향을 보였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현산의 단독 입찰로 귀결돼 결국 수의 계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불안해서 현산에 맡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공정하게 경쟁 입찰을 다시 진행해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공사를 다시 뽑게 되면 그만큼 사업 속도가 늦춰진다. 하지만 현산과 사업을 지속하는 리스크보다는 낫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씨는 "향후 영업정지 결정 등으로 현산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고, 무엇보다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좋아졌다"며 "아직 정식 계약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시 찬반 투표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상계1구역 조합원들이  8일 오전 노원구청 앞에서 HDC현대산업개발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상계1구역 조합원상계1구역 조합원들이 8일 오전 노원구청 앞에서 HDC현대산업개발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상계1구역 조합원
현산은 조합 내부 반발을 고려해 지난달 진행한 임시 간담회에서 아이파크 브랜드 개편, 미분양 발생분 회사 매입, 조합원 시공감시단 운영 등 보완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 내부에서 처음으로 현산 보이콧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현산이 관양 현대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제시한 3.3㎡ 4800만원 분양가 보장, 가구당 7000만원 사업비 지급 등 파격 조건이 결국 다른 사업장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의견도 밝혔다. 실제로 상계1구역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어서 안양과 달리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이익을 확보할 여력이 많지 않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에선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현산과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향후 총회 과정에서 갈등도 예상된다.

현산, 월계동신 재건축 조합에도 파격 조건 제시…업계 퇴출 시나리오 불식되나
현산은 이달 말 예정된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산은 조합 측에 △글로벌 업체 SMDP 특화설계 △최고 수준 일반분양가 △추가부담금 없는 확장공사 △미분양 시 대물변제 등 관양 현대 재건축 사업과 비슷한 파격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월계동신 재건축은 1070가구 대단지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약 2800억원이다. 현산과 코오롱글로벌 2곳이 입찰했고, 이달 말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정식 공고를 내지 않았지만 이달 안에는 시공사 결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광주 붕괴 사고 여파에 대해선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일각에선 현산이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까지 수주하면 '업계 퇴출'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는 불식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고 수습 과정을 거치며 정부 내부 기류도 달라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현산의 건설업 면허 취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면 거기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광주 현장은 누가 수습을 하겠냐"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법이 정한 가장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현산의 잇단 정비사업 수주와 관련해 시장 반응도 엇갈린다. 건설업계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고 현산 측도 당분간 신규 수주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현산이 적어도 신규 사업장에 대해선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해 시공품질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