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女유리천장 깨자"던 문재인 정부, 5년 성적표 보니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기성훈 기자 2022.02.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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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②

편집자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입장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표심 사냥을 위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대선을 아름답다고 할 순 없다. 공공기관 등 취업시장에서 서로를 차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대녀(20대 여성), 이대남(20대 남성)들의 생각을 들어본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2.10/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2.10/뉴스1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에서 여성의 진급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점차 완화돼왔다. 정부 차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교원, 군인, 경찰 등 공공부문 여성참여율 확대를 중점 추진하면서다.

2020년 기준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과장급에서 여성 비율은 5명 중 1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두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15%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시적인 성과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의 핵심과제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2017년 11월 수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국무회의에서 고위공무원 10%, 공공기관 임원 20%까지 여성 참여 비율을 적극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공공부문 女유리천장 깨자"던 문재인 정부, 5년 성적표 보니
중앙부처·지자체 과장급 5명 중 1명 이상 女…지난해 상반기에 조기달성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2020년에 총 12개 분야에서 세운 여성참여율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12개 분야는 △고위공무원 △본부과장급(4급 이상) △지방 과장급(5급 이상) △공공기관 임원 △공공기관 관리자 △지방공기업 관리자 △국립대 교수 △교장·교감 △군인 간부 △일반 경찰 △해양 경찰 △정부위원회 등이다.



2020년 지방직 과장급에 여성 비율은 최초로 20%를 넘은 20.8%다. 당초 목표로 세운 18.6%를 초과달성했다. 중앙부처 본부과장급에서는 22.8%, 공공기관 임원에서는 22.1%로 집계됐다. 이 부문 여성 비율은 2019년에 이미 20%를 넘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 이미 총 12개 중 8개 분야에서 연내 목표를 조기달성했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모두 집계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분야도 연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 2021년도 상반기 이행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방직 과장급에서 여성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22.7%, 지방공기업 관리자는 27.1%로 집계됐다. 이는 다음해 목표치까지 넘은 수준이다.


올해 목표는 △고위공무원 10% △중앙부처 본부과장급 25% △지방 과장급 22.5% △공공기관 임원 23% △공공기관 관리자 28% △지방공기업 관리자 11% △국립대 교수 19.1% △교장·교감 45% △군인 간부 8.8% △일반경찰 15%(관리직 7%) △해양경찰 14.4%(관리직 2.9%) 등이다.

본부과장급(4급 이상) 23.3%, 공공기관 임원 22.4%, 국립대 교수 18.4%, 교장·교감 45.8%, 정부위원회 42.4% 등도 상반기에 이미 연내 목표를 달성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사진제공=여성가족부
'여성 대표성↑' 키 잡은 文정부…이행력 점검 '꼼꼼'
여성 대표성 제고 과제가 순항하는 배경엔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있다. 정부는 과제 이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추진계획을 세우는 한편 반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가직의 경우 '여성 고위공무원 임용 TF(태스크포스)' 구성·운영을 통해 여성 고위직 임용을 확대하고, 정부혁신평가 등 평가지표 배점을 상향했다. 지방직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지표'를 활용해 시·도별 '5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 임용 목표 달성률'을 평가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경우 각 기관별 5개년 임원임명 목표와 이행계획을 수립해 공공기관 '양성평등 임원임명 목표제'의 실효성을 높였고 지방공기업은 2020년 실적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우수기관에 대해 표창하는 등 여성 관리자 확대를 위한 정책을 강화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성 대표성 제고와 양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은 평등한 조직과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핵심과제"라며 "공공부문의 선도적 노력과 성과가 민간부문까지 확대되도록 각 기관과 적극 협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女유리천장 깨자"던 문재인 정부, 5년 성적표 보니
유리천장 여전…차기 정부에 쏠린 눈
이번 20대 대선 국면에서 젠더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여가부의 변화와 여성 관련 정책의 방향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가부 폐지 공약을 말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성)평등가족부' 개편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 정책 관련 전문가는 "정권 성향에 따라서 여성 정책의 방향은 달라질 것이고 여성 대표성 제고 또한 목표 설정 등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는 국가성평등지수, 지역성평등지수 등에 관심을 갖고 성평등 과제 추진에 중점을 둔 편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의 논란과 별개로 여성 대표성 제고 과제는 지속 추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물학적 여성이 모두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남성보다는 유리천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있고, 이 때문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군에 여성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대표성이 아닌 아래 직급에서 위로 올라갈 때 유리천장으로 막혀 승진이 좌절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표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여성을 '낙하산 인사'로 고위직에 두는 것은 형식적인 대표성"이라며 "공공부문과 일반 기업에서 아래 직군에서 온몸으로 부딪혀 일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반영해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도록 대표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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