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대한 다음 기억은 2000년 민영화와 함께 시작된 기업 광고들이다. 다른 기업 광고들이 자신들의 강점, 제품, 이름 등을 짧은 시간에 부각시키는데 집중하는 사이 포스코는 친근하고 따뜻하고 겸손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전력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는 슬로건이 대표적이다. 철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과 함께,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10년 이상 꾸준히 이어진 이런 '착한 광고'들은 강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포스코를 친근한 기업으로 바꿔놨다.
봄날만 있었던 건 아니다.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경기 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는 철강 산업의 특성상 수차례의 공급 과잉 위기를 넘겨야 했다. 중국의 국가적인 철강 산업 육성은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정부가 바뀔 때 마다 찾아오는 경영진 교체 등 정치 바람은 또다른 위협이었다. 국회는 국정감사 때마다 주요 경영진을 불러 호통쳤다. 깨지고 구르고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지금의 포스코가 됐다.
그만큼 포스코 앞에 놓인 도전이 거세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탄소중립 흐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을 핵심으로 하는 포스코로서는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해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1%를 포스코 한 기업이 차지했다.
고로 가동 과정에서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를 촉매제로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동시에 이차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덩치 큰 포스코가 본업과 신사업, 시너지 전략을 동시에 진행하기엔 효율적이지 않다. 지주사가 컨트롤타워가 돼 모든 계열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발빠른 투자로 외부와의 협업 기회도 넓힌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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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에 철강기업이 사는 법. 분명 어려운 과제지만 불가능한 것으로만 보지 않는 건 포스코의 50여년 세월을 믿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 위대한 기업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고 사회와 소통하면서 쌓아온 포스코의 내공이 또한번 성공 신화를 만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