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거수기 이사회로 보여요?" SK이노, 주식 85만주 나눠준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2.02.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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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CLX  석유 1공장 중질유분해(HOU) 시설의 수소 제조 공정SK이노베이션 울산CLX 석유 1공장 중질유분해(HOU) 시설의 수소 제조 공정


초유의 '주주 무배당 안건' 이사회 부결사태를 겪은 SK이노베이션이 결국 주주들에게 자사주를 나눠주는 주식배당을 실시한다. 코스피서 보기 드문 주주환원정책이다. 앞으로 SK이노베이션 이사회를 놓고 '거수기'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배당안을 의결했다. 보통주 및 우선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자사주 0.011주(2508원)를 준다. SK이노베이션 주식 91주 당 한 주를 주는 셈이다. 우선주엔 50원씩 추가 현금배당한다. 총 배당 물량은 85만2448주(1943억5814만원).

주식배당은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에서도 일반적이진 않은 배당형태다. 지난 연말엔 NHN한국사이버결제가 주당 0.12주 주식배당을 결정해 눈길을 끌었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초 '무배당'을 검토했다. 김종훈 의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그러나 지난달 28일 무배당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출범한 이후 의결이 보류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안건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무배당을 검토했던 이유는 말 그대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터리부문인 SK온, 석유화학부문인 SK어스온을 물적분할하면서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가 시급한 SK온에 현금성 자산을 몰아줬다. 이를 포함해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총 예상 투자 규모만 7조원에 육박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쓸 곳은 많은데 벌이는 시원찮았다. 만 1년여 전인 지난해 초엔 2조4203억원의 2020년 영업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1조7656억원의 연결 기준 영업익 흑자를 냈지만 4분기엔 다시 474억원의 적자로 돌아서는 등 업황도 녹록찮다.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을 강행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사회의 생각은 달랐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부결 당시 "주주 신뢰 제고 및 주주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고려해 부결했다"고 밝혔다. 투자할 때 하더라도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 파이낸셜스토리에 대한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이 반영된 중기 배당 정책도 공시했다. 동종사의 배당 성향, 이해계관계자들의 요구 및 대규모 투자 지출이 예정된 회사 재무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현물 또는 현금 등 배당의 방법은 특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SK이노베이션 중기 배당정책은 향후 3년간 연간 배당 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기로 했다. 이번 중기 배당정책 수립으로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은 향후 SK이노베이션 배당 예측이 가능해졌다.

빈틈없는 투자계획에 현금이 마른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주주배당이 묘수가 될 수 있다. 주주환원 폭을 키우는 한편 투자재원 마련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시장과의 소통을 지속해 주주환원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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