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토스 보험 실험에 설 자리 좁아진 70명 정규직 설계사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02.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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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토스 보험 실험에 설 자리 좁아진 70명 정규직 설계사


온라인 결제·송금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의 보험대리점(GA)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TM(텔레마케팅·전화영업) 중심 영업방향을 대면영업 채널 중심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기존 정규직 TM설계사들의 설자리가 대폭 축소됐다. 보험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결론이다. 실패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의 피해를 고스란히 정규직 설계사들이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인슈어런스가 이달 말부터 대면영업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를 실시한다. 지난달 초부터 대면영업에 특화된 설계사 모집을 시작했다. 상반기까지 1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TM 중심이던 영업 방향을 접고, 대면 채널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토스인슈어런스는 GA 법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채용하고 연봉도 업계 최고수준으로 책정한 후 TM 영업만 해 왔었다. 일반적인 GA 소속 설계사들은 위촉직으로 채용돼 '개인 사업자'로 활동한다.

토스인슈어런스도 2019년 설립 직후에는 위촉직 보험설계사를 두고 영업을 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등의 민원이 늘자 모두 정규직화했다. 판매 성과에 관계없이 연봉제를 적용했고, 개인 영업 실적이 아닌 고객 로열티를 측정하는 지수를 적용해 인센티브를 줬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토스의 '실험'으로 불렸다.



그러나 실적이 좋지 않았다. 불완전판매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신규 보험 모집 실적이 2019년 11억원 수준에서 2020년과 지난해 7억원 수준에 그쳤다. 토스 관계자는 "전체 보험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대면 영업을 하지 않고는 혁신의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실험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토스는 앞으로 보험 상품 판매 채널을 대면 채널 중심으로만 유지할 예정이다. 대면 영업을 위해 영입하는 설계사들도 정규직이 아닌 위촉직으로 뽑는다. 이에 따라 토스의 실험에 투입됐던 정규직 TM설계사들의 입지가 대폭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스인슈어런스엔 60~70여명의 정규직 TM설계사들이 근무 중이다.

토스는 이들이 정규직인만큼 영업 전략이 대면으로 완전히 전환되더라도 토스 내부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원하는 경우 대면 영업직으로 전환해 주거나, 토스 내 다른 계열사 정규직 직원으로 흡수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토스인슈어런스의 정규직 설계사들이 대부분 자연스럽게 퇴사나 이직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같은 보험 상품을 판다고 해도 TM설계사가 대면 영업을 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다루던 상품 성격이 다르고 네트워킹에서 차이가 커서다.

게다가 대면 영업을 하려면 정규직에서 위촉직으로의 '신분' 전환을 감수해야 한다. 정규직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토스 계열사 내 흡수 역시 수요가 많지 않고, 경력과 전문성이 충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의 얘기일 뿐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보험업계는 토스가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리가 하면 다르다'는 자신감만 믿고 들어왔지만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결국 실험 실패의 피해는 고스란히 토스 비스니스 모델을 믿고 들어온 정규직 보험 설계사들이 지게 됐다.

토스인슈어런스 내부 사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영업 교육 정도나 보수 등을 맞추기 어려워 토스인슈어런스 설계사들의 다른 보험사 경력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직원들은 알아서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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