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선현이 말하기를 하루가 24시간인 이유는 8시간은 일하고, 8시간은 잠자고, 8시간은 마음의 평안을 찾는데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오리듬상 일하고 쉬고 자는 것은 일정한 규칙이 있는 셈이니 얼추 맞는 말 같다. 인류는 원래 야생에서 태어난 존재이기에 가끔 나무와 풀이 있는 자연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산이나 울창한 숲 속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도 아마 태초 우리의 안식처라고 여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자연에 파묻히는 게 가장 좋다는 소리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주변을 둘러싼 분위기는 불안정하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심신은 지쳐간다. 우울한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어떤 이들은 '오징어 게임' 속 그들처럼 생존의 기로에 선 절박한 심경이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9명은 도시에 산다. 도심에 사는 우리는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하루 24시간을 3등분해서 균형 있게 살 수 있는 '은혜받은 이'는 언뜻 주위를 둘러봐도 거의 없다.
하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마음을 다스리는 영역까지 미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쉼테크, 심테크라는 말을 쓰는 이들이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삶에 평안과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마음을 다스리는 최상의 아날로그 영역에 디지털이 미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마음을 달래고 다스리는 것은 전적으로 아날로그 영역이다. 그것은 디지털이니 인공지능이니 혁신적 기술이니 등등에서부터 자유로울 때 가능한 것일 게다. 그래서 쉼테크, 심테크란 말은 모순된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한 달이 흘렀고 이제 설 명절도 지났다. 이제라도 마음을 달래는 연습을 한번 해보자. 1주일에 한두 시간 정도는 디지털을 꺼놓고 숲 속을 걷든지 나무 아래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해보기를 권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아날로그 심(心)터를 만들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