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관양현대 재건축' 따낸 HDC현산...파격공약 뭘 걸었길래?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조한송 기자 2022.02.06 16:07
글자크기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 중이다. 사진은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2022.01.19.[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 중이다. 사진은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2022.01.19.


HDC현대산업개발 (15,900원 0.00%)(이하 HDC현산)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첫 수주를 따냈다. 광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HDC현산 기피 움직임이고 확산되는 가운데 올린 의미있는 성과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돼가지만 아직도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후 정밀점검, 철거와 재시공, 보상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시공 계약을 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지에서 계약 해지 움직임과 반발도 여전하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에도 롯데건설 꺾고 첫 수주 따내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시공사 선정 투표 결과 조합원 총 959명 가운데 사전투표를 포함 926명이 참여해 509명(55%)이 HDC현산에, 400명(43.2%)이 롯데건설에 표를 던졌다.

조합원 투표 결과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광주에서 연이어 두 번의 대형사고를 낸 후 기업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계약을 한 곳도 해지 움직임이 거센데 신규 수주를 따냈기 때문이다.



부실시공사라는 낙인과 향후 막대한 비용의 보상금 문제, 영업정지 등 회사 존폐가 위태롭다는 우려 속에서 관양현대 조합원들이 HDC현산의 손을 든 배경에는 HDC현산이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투시도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투시도
HDC현산은 광주 붕괴 사고 이전부터 이 수주에 공을 들였다. SPC(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비 2조원을 조달해 이주비 등을 지급하고 조합원 사업추진비로 세대당 7000만원 즉시 지급, 분담금이 있다면 준공 후 4년 동안 납부유예 기간을 주는 등 초기 사업제안때부터 경쟁사인 롯데건설과는 차별화를 보였다. 특히 후분양을 조건으로 일반분양가 평당 4800만원을 보장해 분담금이 아니라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환급을 약속했다. HDC현산은 "다른 곳에서 제안 못했던 역대급 사업 조건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관양현대 한 조합원은 "40평형대 분양을 희망하기 때문에 중대형 평수가 많은 현산을 선택했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후분양으로 평당 4800만원을 보장해주는 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광주 사고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발빠르게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 비용 부담 등 조건을 추가로 걸면서 안전시공을 약속했다.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라는 현수막이 아파트 곳곳에 걸렸지만 '현대의 운명이 걸린 사업'이라면서 조합원을 설득하고 사활을 건 HDC현산이 결국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HDC현산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롯데건설의 제안과 영업 방식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노원 월계동신 재건축 등 추가 수주 여부 주목
HDC현산은 이번 수주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광주 붕괴사고 관련 비용 부담 증가 뿐 아니라 분양 차질, 수주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HDC현산과 지주사인 HDC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붕괴 사고 이후 첫 수주 경쟁에서 당당히 승기를 잡으면서 수주 경쟁력에 대한 불신은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HC현산은 이달 말에도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경쟁사는 코오롱글로벌 (8,310원 0.00%)이다. 이번 시공권까지 따내면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수주 부진 우려는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수주 결과는 계약 파기를 검토하는 조합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HDC현산과 시공 계약이 돼 있는 조합 한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시공사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조합원들의 반발이 여전하기 때문에 검토를 안 할수가 없는데 새롭게 현산을 선택하는 조합도 생겼기 때문에 시공권 유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광주 붕괴 실종자 구조작업 진행 중…"강력한 제재 요청"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광주 사고가 터진지 어느덧 한달이 다 돼가지만 실종자 구조작업도 끝내지 못했다. 6명의 실종자 중 4명은 수습했으나 6일 현재 매몰자 1명과 실종자 1명에 대한 구조와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실종자 수색 구조 작업이 완료돼야 정밀점검 등을 통해 건물 철거, 보상 문제 등 이후 조치도 속도를 낼 수 있다.

HDC현산에 연일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부담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3일 "붕괴 아파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요청할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 시장이 언급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은 건설산업기본법상 등록말소와 영업정지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 따르면 부실 시공으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험을 발생한 경우'에는 영업정지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 철거 현장에서 벌어진 붕괴 참사 사고까지 더하면 최장 1년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와 관련해 HDC현산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관양현대 재건축 시공 수주를 따냈지만 후폭퐁도 예상된다.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소송 등 반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400명은 HDC현산을 반대하고 롯데건설의 손을 들었다.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은 현재 조합장 등 조합 임원진이 공석이다. 시공사와의 본계약 전에 임원진 선거부터 진행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