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엔씨 "먹는 코로나 치료제, 연내 FDA긴급승인 기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2.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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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대표 "임상 중간결과, 사망·호흡부전 없는 100% 회복 나와"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무섭다. 거듭된 변종의 등장이 이어지더니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뒤에는 국내에서도 하루 수만명의 확진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통제에 방점을 뒀던 정부의 방역정책도 바이러스와의 공존으로 변화하는 느낌이다. 예방백신도 중요하지만 치료제의 역할에 무게추가 실릴 전망이라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잖은 기업들이 치료효과 입증에 실패했지만 아직 성과를 기대할 만한 곳도 있다. 한국비엔씨 (7,680원 ▼70 -0.90%)도 그 중 하나다. 대만 골든바이오텍이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라이센스인(기술매입)하는 중인데 미국 FDA(식품의약국) 임상2상(미국, 페루, 아르헨티나)이 지난 연말 마무리됐다.

결과분석 데이터는 4월 전후 나온다. 긴급 사용승인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정식승인을 위한 임상 3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방향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유상증자까지 진행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한국비엔씨, 어떤 회사인가
한국비엔씨 공장전경/사진제공=한국비엔씨한국비엔씨 공장전경/사진제공=한국비엔씨


2007년 설립된 한국비엔씨는 히알루론산(HA) 필러를 비롯한 미용성형 제품과 조직보충재(콜라겐) 등 의료용 생체조직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국산 1세대 필러 기업 중 하나이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알루론산(100%) 유착 방지재, 콜라겐 창상피복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의료현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12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스팩합병)했다.

매출은 △미용·성형제품(필러, 화장품, 보툴리눔톡신 등) 58% △수술·시술제품(유착, 상창피복재, 조직보충재 등) 41% △기타 1%로 구성된다.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4억원, 9억원이었고 순이익은 14억원이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매출액 181억원, 영업손실 87억원, 순손실 1908억원을 기록했다.

분야가 협소해 보이지만 인적구성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도 경쟁력 토대가 탄탄하다. 창업자인 최완규 대표는 서강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 한국백신, 인바이오넷, 한국비엠아이 등을 거쳤다. 강기신 상무는 고려대 유전공학과, CJ제일제당 바이오의약연구소, 대웅제약 개발전략팀, 셀트리온헬스케어,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실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임원진 대부분이 제약, 바이오, 품질관리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회사 슬로건도 '바이오 넥스트 챌린지'다.


최 대표는 "코스닥 상장 후 사업영역을 제약, 바이오로 확장해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던 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며 "2020년 6월 미국에서 바이오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대만 골든바이오텍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는 코로나19가 지역적으로 확산해 나가던 시기였는데, 팬데믹으로 장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백신과 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해 보이는 파트너 기업을 물색했다"며 "골든바이오텍이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곧바로 접촉을 시작했고 2021년 라이센스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대만 골든바이오텍, R&D능력 인정받는 신약개발 업체
 최완규 한국비엔씨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최완규 한국비엔씨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골든바이오텍은 2002년 설립된 신약 R&D(연구개발) 업체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자산총계는 442억원, 자본총계는 277억원이다. 매출액은 연간 35억원 안팎이다. 연구개발 비용이 큰 구조라 매년 1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이 나는 탓에 재무제표는 좋지 않으나 R&D 능력만은 인정 받고 있다. 대만 생명공학 및 의학산업 혁신기술 부문 국가혁신상을 수상했고 보건부 의료품질상,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어드밴스 퀸즐랜드 존슨 & 존슨 혁신 퀵파이어 챌린지 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비엔씨가 주목한 것은 골든바이오텍이 보유하고 있던 신약 파이프라인이었다. 이 회사는 '안트로디아 캄포라타'이라는 약용버섯에서 파생한 희귀물질 '안트로퀴노놀'을 활용해 여러 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를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안트로퀴노놀은 암세포 성장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돼 현재 FDA 임상(2상)으로 △간세포암 △급성골수성백혈병 △췌장암(유럽 EMA 병행) 등 다양한 적응증이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임상2상과 3상이 함께 진행중이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부문에서도 FDA 2상이 지난 연말 끝났다. EMA(유럽의약품청)는 2017년 안트로퀴노놀을 항암 및 항고지혈증 부문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 췌장암 치료사용을 승인했다.

최 대표는 "안트로퀴노놀의 경우 2002년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2020년에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상태였다"며 "각종 임상자료와 데이터, 안전성을 볼 때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항암제로 개발하던 것이라 약물 관련 부작용이 없었고, 세포시험을 했는데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99% 이상이었다"며 "코로나19에 수반되는 폐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뛰어났다"고 덧붙였다.

한국비엔씨와 골든바이오텍이 손을 잡은 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급물살을 탔다. 2021년 6월 대만 FDA에서 치료목적 사용의 긴급승인이 나왔고 이후 미국 FDA 임상2상 대상확대(중증환자) 승인도 이뤄졌다. 이후 △데이터독립심사위원회(DMC)의 임상2상 확대권고와 미국 5개주를 비롯해 페루, 아르헨티나까지 환자 124명에 투여가 이뤄졌고 2021년말 임상 2상 절차가 끝났다.

현재는 임상결과 분석중인데 올해 1월 초 골든바이오텍은 임상시험결과를 잠정공개하기도 했다. 안트로퀴노놀 투여 후 14일째 코로나19 환자의 회복률(호흡부전이 없이 생존할 확률)이 97.9%였으며 투여 후 28일째 사망이나 호흡부전 없이 100% 회복률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위약군과 비교해 치료일수가 9.5일 단축됐다.

골든바이오텍은 최종 자료가 나오는데로 미국 FDA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FDA 긴급사용승인, 기대는 되지만 플랜B도 생각해야
한국비엔씨 "먹는 코로나 치료제, 연내 FDA긴급승인 기대"
변수는 승인이 예상대로 나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장밋빛 시나리오는 4월 긴급승인 신청, 연내 승인이지만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임상에 성공한다 해도 사후약방문 리스크가 남는다. 이미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같은 약품이 처방되고 있는 터라 틈새약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한국비엔씨는 "모든 상황을 감안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미국 FDA 긴급승인이 연내 나올 것으로 보지만 다소 늦어져도 안트로퀴노놀의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며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는 당뇨, 암, 폐질환, 비만 등 주위에 흔한 기저질환자들이 복용하는 약과 상충문제가 있지만 안트로퀴노놀은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 문제 때문에 무입원 경증 환자나 중등증 환자에게 국한해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반면 안트로퀴노놀은 상태가 위중한 중증환자 뿐 아니라 입원이 필요한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천연물에서 유래한 물질이기 때문에 금기약물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안트로퀴노놀은 바이러스의 비구조 단백질에 작용해 바이러스 중개 내부막 변형을 차단,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지니고 있어 코로나19의 여러 변이에 동등한 효과를 지닌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골든바이오텍에서는 FDA 연내 긴급승인을 확신하는 분위기이고 유럽 제약사들도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으며 백신 뿐 아니라 치료제도 계속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비엔씨는 골든바이오텍에 단계별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한 후 한국,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400만달러가 지급됐다.

미국과 기타 판매지역 긴급 사용승인이 나오면 600만달러가 추가로 나가지만 치료제의 성과를 생각하면 큰 부담은 아니다. 그러나 긴급승인 후 임상3상으로 진로가 정해지면 관련 마일스톤 비용 800만달러가 더해져 총 1800만달러가 지급된다. 판매량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골든바이오텍에 지급하는 금액은 문제가 아니지만 계획이 어그러져 재무제표가 흉해진다.

플린B에서 중요한 캐시카우, 본업은 탄탄한 성장 유지
경구용 치료제 캡슐충진 설비모습/사진제공=한국비엔씨경구용 치료제 캡슐충진 설비모습/사진제공=한국비엔씨
투자자 입장에선 베스트 케이스가 '2상 성공+긴급승인'이다. '긴급승인 없는 3상 진입'은 피곤한 시나리오인데 이 때는 본업이 다시 중요해진다. 일단 미용성형 제품군인 톡신(비에녹스), 더마 코스메틱(아이스트) 등 주력제품 판매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착방지재(하이베리), 창상피복재(젠타큐), 조직보충재(콜라플레오) 등 의료용 생체재료 성장세도 견조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수술 및 비수술적 치료에 사용되는 제품 특성상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2020년 1월 보톨리눔톡신 수출허가를 받아 수출이 시작됐고 지난해에는 대마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하는 등 바이오, 의약품, 화학합성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 할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가 많아 적자가 컸는데 올해는 매출 20~30% 증가를 목표로 하는 만큼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에는 보톨리눔톡신 국내 임상3상 승인이 예상되고, 내수 판매가 시작되면 장기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필러와 관련해서는 최근 대만에서 승인을 받았고 연말에는 중국에서 판매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존 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비엔씨는 오는 3월로 SK증권을 총액인수 주관사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03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생산과 기존 제품 생산확대를 위한 설비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여유자금 확보가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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