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내부통제, 제도 좋아도…CEO의지 없으면 공염불"

머니투데이 대담=박재범 증권부장, 정리=황국상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22.02.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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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은 '내부회계관리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도를 강력하게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EO(최고경영자)와 대주주의 의지가 부실하다면 통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쉽게 일어난다. 공모·위조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설계가 잘된 내부통제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새해 첫 거래일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원 상당의 횡령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가총액 2조원대에 연결재무제표상 자산이 1조2000억원대, 연간 매출이 8200억원대에 달하는 기업에서 일어났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구멍이 발생한 터라 충격이 컸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내부회계관리제도 규정상 중간 관리자, 경영진, 감사·감사위원회 등 3중 검증을 거치고 나서야 회계법인이 이 내부통제 시스템의 감사를 진행한다"며 "오스템임플란트에서는 이같은 통제 포인트 운영이 안됐던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강력하게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회계제도가 이해관계자 등 정보 이용자에게 더 친화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영식 회장과의 일문일답.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대한 유용성 논란이 있다.
▶감사는 수사가 아니라서 이번 사건처럼 공모·위조 및 통제 우회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경우에는 감사 절차로 이를 발견하기가 극히 어렵다.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은 내부회계관리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력하게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지금 필요한 조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원칙대로 실시해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금담당 1인이 주도해서 1880억원을 빼돌린다는 게 상상이 안된다.
▶대부분 기업들이 통장과 OTP(일회용비밀번호) 카드, 공인인증서 등 관리를 한 명에게 맡기지 않는다. 게다가 자금 출금 전 미지급 항목을 잡고 회계부서에서 전표 등의 증빙을 검토한 후에서야 자금부서가 출금을 단순 수행한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는 이같은 필수불가결하고도 기본적인 분리 및 통제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오스템임플란트만한 데서 내부통제가 안된다면 더 영세한 규모에서는 어떨까.
▶현 상태에서 소규모 상장사들이 내부통제 감사를 받는다면 상당 수가 부적정 의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준비가 필요하다. 이들 소기업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과거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소규모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감사를 받겠다고 하면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재평가를 해줘야 한다.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에 소규모 기업의 부담이 클 수 있다.
▶시스템 구축에 돈이 들고 인력도 필요하다. 다 비용이 드는 사안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아웃소싱을 권한다. 기업 내부에 회계 전문인력이 없으면 3자 전문가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만약 오스템임플란트가 PA(Private Accountant, 기업회계자문서비스)를 활용했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아끼려 하다가 사태가 불거져 집단소송이라도 제기되면 회사가 큰 재무적 충격을 받게 된다. 회계 인프라에 대한 투자, 정보 이용자에 대한 투자에 대해 전향적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내부통제가 잘 되려면 제일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 등에서 10년 이상 걸려 쌓은 제도의 성과를 단기간에 따라잡으려다보니 현재까지는 기업 실무조직 수준에서 통제 설계를 개선하고 구축하는 데 치중한 측면이 있다. 이제는 개선된 통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실질적 운영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불필요한 비용요소로 보거나 재무부서에 국한된 사항으로 봐서는 안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는 2018년 10월 도입된 신외감법의 골자 중 하나였다. 신외감법에 대한 평가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한국에 대한 회계투명성 평가 결과는 회계개혁 전인 2017년 63개국 중 63위에서 2021년 64개국 중 37위로 수직상승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포함한 예방적 지정제도가 감사품질 개선과 투자자 유동성 증가, 외국인 보유비율 증가 등 자본시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표준감사시간제도 감사품질 개선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우리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다. 이에 대한 감사 의무화는 기업에 대해 회계 선진국 수준의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확산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 시스템의 구축·운영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외감법 이후 기업 감사보수 상승 등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회계개혁의 취지는 기업이 회계처리에 대한 책임성 및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감사인은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 감사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똑바로 감사하라는 것이다. 감사시간이 회계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감사실패를 야기했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에 따른 감사범위 확대로 감사시간이 필연적으로 늘었다.

또 주기적 지정제로 감사인의 독립성이 개선됐고 부실감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이 대폭 강화되는 등 복합적 요인으로 감사보수가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감사보수가 실제로 많이 오른 것인가.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6년 9만7000원에서 2011년 8만9000원, 2016년 7만9000원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에 9만8000원으로 이제 겨우 2006년 수준을 회복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감사인의 역할과 책임이 늘어난 점, 과거 감사보수가 회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그간 비정상적이었던 감사투입 시간과 시간당 감사보수가 적정 수준으로 정상화돼 가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감사인이 회계개혁을 빙자해 무분별하게 감사보수를 인상하는 행위는 회계개혁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고 회계업계 신뢰를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것이다. 공인회계사회는 기업·정부와 협력해 엄정히 조사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한 징계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상장사들에게서 왜 PA활용이 늘고 있는 것인가.
▶현행 IFRS 기준은 핵심이 되는 원칙만 제공하고 세세한 적용은 재무정보 작성자인 기업에 맡긴다. 새 기준의 적용이나 해석이 명료하지 않는 경우 외부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 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검토에서 감사로 인증수준이 강화되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설계·구축 뿐 아니라 운영 테스트도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PA는 제3의 회계전문가가 자문을 제공하기 때문에 외부의 독립적 관점에서 기업의 내부 경영활동을 견제하는 긍정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 정보공시 표준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리 정부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부터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올 1분기 내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공시업무 연장선상에서 금융당국 차원의 신속한 도입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공시되는 ESG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독립적 제3자의 인증이 수반돼야 한다. 공인회계사회는 회계법인을 포함한 유관기관들로 구성된 ESG 위원회 및 그 산하의 ESG연구 TF(태스크포스팀)를 설치하고 인증기준 마련,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회계업계 ESG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ESG 정보공시 및 공개 논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급 정부부처와 기관들이 제각각 비재무정보 공시 가이던스 또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제도를 잇따라 발표했다. 자칫 중복공시 문제 등 기업이나 정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은 SEC(증권거래위원회) 차원에서 'ESG공시 단순화법' 제정을 추진 중이고 EU(유럽연합)는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에서 포괄적으로 ESG 정보공시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이들을 참조할 만하다.

-2020년 6월 회장 취임 직후 대·중소 회계법인간, 회계법인과 기업간 상생을 선언했는데.
▶상생협력위원회를 통해 빅4 회계법인이 보유한 내부회계 관리 감사조서 서식과 산업 전문화 데이터베이스, 펀드 감사조서 서식 등을 제공받아 공인회계사회에서 이를 표준화해서 모든 회계법인이 현업에서 필요한 것들을 골라 쓸 수 있도록 공유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회계 업계가 상생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회장 임기를 마칠 때까지 실천가능한 상생 과제들을 계속 발굴해 상생플랫폼에 탑재·공유해 지속적으로 감사품질의 레벨을 높여가겠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957년생 △인천 제물포고 졸업 △고려대 경영대 졸업 △국민대 회계정보학과 졸업(경영학 박사) △1978년 삼일회계법인 입사 △2008년 삼일회계법인 세무부문 대표 △2011년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2012년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전략위원회 위원장 △2014년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2016년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CEO △2020년 6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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