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플랫폼 때리기 끝났나…홍콩 항셍지수 ETF '꿈틀'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2.02.0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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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지난해 중국 정부의 규제 칼날에 맥을 못춘 홍콩 기술주가 올해 들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달라진 태도가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을 견인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중국 관련 ETF 중 홍콩항셍지수(HSCEI), 항셍본토25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HSCEI를 기초지수로 삼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HSCEI (8,475원 ▲60 +0.71%)'는 올 들어 3.8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본토 기업에 투자하는 이 ETF는 텐센트, 메이퇀,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을 담고 있다.



'TIGER 차이나항셍25 (13,260원 ▲35 +0.26%)'는 항셍본토25지수를 추종한다. 대형 은행주, 정보기술, 에너지, 통신서비스 등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대표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올해 수익률은 3.76%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H (14,510원 ▼65 -0.45%)'와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1,383원 ▲34 +2.52%)' 역시 HSCEI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는다. 올해 들어 각각 3.20%, 3.5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관련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TIGER 차이나CSI300인버스(합성) (8,720원 ▼5 -0.06%)' ETF다. 이 ETF는 중국본토 주식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이므로 이 기간 중국 본토시장 지수가 약세였다는 뜻이 된다.


이는 지난해 중국 펀드의 양상과 상반된다. 작년 중국펀드 수익률은 기초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편차가 극심했다. 대체로 중국본토인 상해거래소, 심천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펀드는 양호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를 추종한 펀드 수익률은 저조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론을 강조하며 플랫폼, 미디어,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미 헝다그룹 디폴트, 전력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 업종 비중이 높은 홍콩증시 투심은 더 위축됐다.

이 때문에 지난 한 해 항셍중국기업 지수는 23.3%, 항셍테크지수는 32.7% 하락했다. 홍콩 항셍의 기술주를 담은 펀드 수익률 또한 곤두박질쳤다. 연초 대비 40% 하락한 펀드도 적잖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은 주요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로 여겨지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 연속 인하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과 상반된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정책 스탠스를 고려하면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그만큼 당국의 부양의지가 컸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5bp 적게 인하를 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당국의 정책 스탠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며 "2021년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정책 완화 기대감에 유입된 자금이 홍콩증시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다. 지난 한 해 '플랫폼 때리기'에 나선 중국 정부는 지난달 플랫폼 산업에 대한 의견 발표에서 시장 우려보다 완화된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규제를 하되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운영체제(OS), 반도체 산업 등 분야에서 연구 개발을 장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전망했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길들이기'라는 소기의 목적 달성과 2022년 경제 성장 둔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보다 긍정적인 의견을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문 투자 확대는 이들 기업의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인 만큼 향후 밸류에이션 회복으로도 나타날 것"이라며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을 포함한 중국 대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주가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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