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앨범 사냐고? 아프리카서도 BTS '덕질' 합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2.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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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케이타운포유 대표 인터뷰

최원준 케이타운포유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최원준 케이타운포유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머글'이란 말 아세요? '트위터 예절'이나 '포카'는요? 요즘 K팝 좋아하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 '덕후'들이랑 대화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대중문화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기자가 "머글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일반인, 트위터 예절은 서로 비방하지 않는거죠"라고 답하자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틀렸다며 웃었다. 그의 오답노트에 따르면 트위터예절은 여행가서 최애 아이돌 포토카드와 사진 찍어 올리는 행위, 머글은 K팝에 '입덕'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동남아, 미국 팬들 사이에서도 이런 뜻이 통한다고 했다.



'K-' 열풍의 첫 시작은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이다. 대중음악 본고장 미국에서 락, 힙합처럼 하나의 장르로 인정 받은 K팝은 한국경제의 첨병으로도 떠올랐다. 특히 효자노릇을 하는 게 음반이다. 스트리밍 시대에 언제적 CD냐고 어른들은 코웃음 치지만 1억9000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 10대 K팝 팬들은 지난해 한 플랫폼에서만 앨범구매에 2000억원을 넘게 쏟아부었다. 글로벌 K팝팬들의 놀이터로 통한다는 케이타운포유(KTOWN4U·이하 케타포)의 최원준 대표를 지난달 28일 만난 이유다.

앨범 사고 즐기고..한국 덕질 문화 세계가 동화됐다
케타포 플랫폼 내 음반랭킹 시스템(왼쪽)과 앨범 등 판매상품 카테고리. /사진=케타포 플랫폼케타포 플랫폼 내 음반랭킹 시스템(왼쪽)과 앨범 등 판매상품 카테고리. /사진=케타포 플랫폼
케타포는 K팝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팬덤 역직구 플랫폼이다. 앨범을 주력으로, 굿즈·화장품·패션·푸드 등 K팝 관련 상품을 판다. 지난해 국내 전체 음반 출하량이 5700만장인데 1026만장을 케타포에서 팔았다. 이 중 90%는 해외로 갔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2146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고공행진했다. 최 대표는 "음반은 100% 국내 생산으로, 제작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수출상품"이라며 "지난해 케타포가 페이팔에서 국내 결제액 1위를 찍을 만큼 수요가 많았다"고 운을 뗐다.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 앨범을 수집하는 10대는 다소 생경한 모습이다. 최 대표는 이 모습이 한류 확산을 반증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누가 앨범을 사냐고 하지만 요즘 음반은 우리가 아는 CD 개념이 아닌 랜덤 포토카드 등이 들어있는 최고의 '언박싱' 상품"이라며 "다 같이 모여 포토카드를 모으며 기뻐하고 즐기는 한국 팬들의 문화가 해외로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1세대 아이돌을 응원하던 '오빠부대'의 자녀세대에 이르러 '덕질' 문화가 해외에 진출한 셈이다.

케타포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2010년대 중반 BTS와 NCT, 블랙핑크 등 메가 아이돌의 등장과 맞물린다. BTS가 본격적인 해외진출 포문을 열며 K팝 덕질문화가 퍼졌고, 음반 판매수요로 이어졌다. 지난해 앨범은 구매한 국가만 205개에 달한다. 아프리카의 잠비아와 말라위나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등 생소한 나라에서도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단순히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K팝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한 점도 글로벌 K팝 팬이 모이는 중요한 지점이다. 실제 케타포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처럼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강하다. 전 세계 170개국에 퍼진 5000여개 K팝 팬클럽이 케타포 내에 자신의 페이지를 열고 활동한다. 최 대표는 "케타포와 각국 팬클럽이 지속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연대한다"며 "K팝에 대한 해외 동향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코로나 풀리면 서울의 K팝 관광명소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케타포 쇼룸에서 K팝 팬들이 각종 굿즈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케타포서울 강남구 삼성동 케타포 쇼룸에서 K팝 팬들이 각종 굿즈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케타포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랭킹 시스템이다. 케타포는 일·주·월간 K팝 가수별 음반 판매량 랭킹을 실시간 제공한다. 가수 뿐 아니라 각 해외·지역별 팬클럽의 판매 현황도 파악할 수 있다. K팝 팬들이 가수 지지에 적극적이고 집단적이란 점에서 각 팬클럽들이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협업·경쟁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팬클럽의 실적을 인증해주면서 케타포는 일종의 K팝 공신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펑타이 코리아 대표 등 마케팅 전문가로 인정 받은 최 대표가 케타포의 매력요소로 꼽는 지점이다. 커머스 마케팅 핵심요소로 통하는 3C(커머스·콘텐츠·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구축됐기 때문이다. 그는 "팬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서 그걸 팔고, 빠르게 전달해줘야 한다"며 "단순히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수 백만명이 모이고 콘텐츠를 즐기는 곳을 만들어야 한류도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타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쇼룸'을 내며 오프라인 확장 전략을 꾀하고 있다. K팝 신보가 나올 때마다 해당 곡에 맞춰 매장을 꾸미는데 국내 K팝 팬들이 앨범과 굿즈를 사고, 포토카드를 교환하는 성지로 떠올랐다. 친구나 부모와 함께 매장을 찾아 앨범을 사고 언박싱 영상까지 라이브로 찍으면서 해외에서도 '가보고 싶다'는 반응도 나왔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쇼룸을 열고 첫 주자가 (태국 국적인) '갓세븐'의 뱀뱀이었는데, 국내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었나 싶을 만큼 태국인들이 몰렸다"면서 "단순히 앨범 판매장이 아닌 하나의 문화·관광 명소가 된건데, 코로나19가 풀리면 K팝을 콘텐츠로 한 방한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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