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K9' 이집트 수출 극적 타결...文 "원팀정신 돋보여"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2.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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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24시]

[카이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20일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2.01.20.[카이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20일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2.01.20.


"우리 두 정상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K9 자주포 계약이 양국 간 상호 신뢰에 기반한 방산 협력의 성과로서 K9 자주포가 이집트군 전력 증강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기술 협력, 현지 생산을 통한 한-이집트 간 상생 협력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최종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해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두 나라 언론인들 앞에 선 지난 1월20일(현지시간) 오후. 문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초 발표문에 없던 'K9 자주포' 얘기를 꺼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기술로 만든 'K9 자주포' 수출이 성사될 것으로 봤지만 최종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회담 중에도 이번 협상을 진두지휘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강 청장의 보고에도 문 대통령은 다그치진 않고,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최종 타결을 위해 두 나라가 노력하자"고만 했다.

다음날인 1월21일에도 최종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한국에선 사실상 K9 자주포 수출계약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던 이날 오전 강 청장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K9 자주포 수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단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시 순방 동행 기자들과 만나 "아직도 협상이 진행중이다"며 "(최종 타결까진)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수행원 등이 한국으로 출발하기 대략 7시간전이었다.

강 청장은 "지난 1년 간 논의했던 것보다 어제 저녁에 논의했던 게 훨씬 더 급속하게 합의에 이르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그리 멀지 않은 시간내에 계약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지침을 소개했다. 그는 "정상 오찬때 두 정상이 저와 이집트쪽 협상자를 불러 각각 지침을 주셨다"며 "그때 문 대통령의 지침은 순방 기간 중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에 임하라는 것이었다. 건전하게 협상을 해서 양국 간 관계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니 차분하게 협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또 "어제 방사청과 한화디펜스쪽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집트 측 협상 대상자가 같이 모여 늦은 시간까지 협상을 진행했다"며 "현재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이번 순방 기간 서명식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면서도 "무리하는 것보다 대통령 말씀대로 건전하게 협상해서 윈윈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카이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20일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01.20.[카이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20일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01.20.
문 대통령이 이집트를 떠난 후에도 협상은 계속 됐다. K9 자주포가 이집트군 전력 증강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과 기술 협력 및 현지 생산을 통해 양국 간 상생 협력의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란 점에서 양국은 최종 타결을 위해 계속 노력했다. 10일 후 우리 측에서 추가 양보없이 제시한 최종안을 이집트 측에서 수용해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이번 계약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역대 K9 자주포 수출 사례 중 최대다.

방사청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짧은 방문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대통령과 방산 분야 협력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정상 간 깊은 신뢰와 한-이집트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가 형성됐다"며 "특히 한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문 대통령이 직접 이집트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최종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두 정상 간 공감을 통해 막판까지 남아있던 몇몇 현안들이 단시간 내에 해결됐다.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2주가 채 못 돼 이집트 측과 극적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성과를 '팀 코리아' 덕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계약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방산업체(한화디펜스)와 방사청뿐 아니라 국방부, 합참, 육군, 국방과학연구소, 더 나아가 외교부, 산업부, 수출입은행 등이 유기적인 협력을 하면서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원팀 정신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약은 2조 원이 넘어 K9 자주포로선 최대 규모의 수출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무기를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과의 기술 협력과 현지 생산을 통해 서로 이득이 되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양국 상생 협력의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이집트 정상회담에서 K9 자주포 계약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최종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면서 방사청장에게 양국 간 건전한 관계와 발전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 과정을 지켜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까닭으로 정상의 해외순방이 필요한 것이며, 순방의 모든 성과는 두고 보아야 하는 것"이라며 "야당의 온갖 폄훼가 결과를 얻는데 많은 어려움을 초래 했지만 끝까지 원칙을 버리지 않고 끈기있게 협상을 끌어온 모두의 노력이며, 드라마같은 결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외교의 필요성과 의미를 야당은 모를 수 있지만,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기 바란다"며 "누가 뭐래도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은 끈기가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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