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앞 '오픈런'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파.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24일 서울시 중구 명동 일대는 남대문로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쪽으로 갈린 듯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앞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은 이날도 '오픈런'(명품 등의 구매를 위해 매장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오픈 즉시 뛰어가는 것) 행렬로 장사진이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겨울이다보니 미니텐트까지 가져와 오픈런을 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명품, 패션 등의 수요가 높아져서인지 최근엔 평일에도 오전부터 퇴점까지 주차장 진입 차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각 패션, 화장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도 연달아 폐점한 상태다.
24일 서울시 중구 명동 거리 폐점한 미쏘 매장 전경. /사진=이재은 기자
2017년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 명동점 플래그십' 매장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해 10월 폐점한 에뛰드 매장은 관리 없이 방치돼 건물 외벽 페인트가 벗겨지면서 '명동 유령도시' 느낌을 더욱 강화했다. 이 매장은 총 3층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직접 선택해 개인 취향에 맞는 립스틱을 제작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던 곳이다.
24일 서울시 중구 명동 거리 폐점한 에뛰드 매장 전경.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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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티하우스 명동점'도 지난해 12월 31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2004년 개점 후 18년 만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세포라 명동점'도 이달 초 문을 닫았다. 흑당버블티 '더앨리 명동점', 이랜드 주얼리 브랜드 '클루 명동점' 등도 최근 폐점했다.
24일 서울시 중구 명동 거리 폐점한 오설록 매장 전경. /사진=이재은 기자
업계는 명동 상권 내 폐점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폐점이 연달아 진행돼 실제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던 내국인들마저 더 이상 찾지 않게 됐고, 이에 끝까지 버티던 곳들도 결국 연쇄 폐점을 하고 있다"며 "밤에 지나가면 이젠 오싹할 정도로 '유령도시화'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명동이 이전의 명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명동의 공실률 상승 폭은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년비 26.7%p 상승했다. 반면 명품의 인기에 따라 청담 상권의 공실률은 1.9%p 떨어졌다. 이외 가로수길(17.3%p), 한남·이태원(11%p), 강남(10.1%p), 홍대(5.9%p) 상권도 공실률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