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서 입점 제안도" 확 달라진 롯데百…편집숍 '시시호시' 키운 이 사람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1.25 15:35
글자크기

[스토리M] 황성선 롯데백화점 시시호시팀 치프바이어(CMD) 인터뷰

편집자주 상품(Merchandise) 하나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합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필수. 히트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MD(Merchandiser)입니다. 스토리M은 히트 상품과 그 뒤에 숨겨진 MD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에서 황성선 롯데백화점 시시호시팀 치프바이어(CMD). /사진=롯데쇼핑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에서 황성선 롯데백화점 시시호시팀 치프바이어(CMD). /사진=롯데쇼핑


"경쟁사에서 입점 제안도" 확 달라진 롯데百…편집숍 '시시호시' 키운 이 사람
"요즘 아이템 구색을 참고하기 위해 '시시호시'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딱 보면 티나죠. 제품 뒷면의 상품 정보를 연달아 찍어가니까요. 그래도 뿌듯해요, 그만큼 우리 상품 소싱 능력이 부럽다는 거잖아요."

롯데백화점이 달라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수십년간 백화점 업계 부동의 1위였지만 트렌디하지 않다는 평을 받으며 경쟁 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최근 인기 있는 편집숍을 연달아 론칭했다.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을 국내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들여왔고, 자체 브랜드로 해외 유명브랜드 편집숍 '롯데탑스'와 홈데코 편집숍 '롯데탑스메종' 등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노력 속 론칭한 자체 브랜드 편집숍 중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롯데백화점의 의식주 토털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편집숍 '시시호시'(時時好時)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에서 황성선 롯데백화점 시시호시팀 치프바이어(CMD·총괄 선임 상품기획자)를 만났다. 그는 롯데백화점 입사 후 8년 동안 푸드 MD로 일해와 사내에서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시시호시팀 내에서 푸드 상품 소싱 전반을 맡아 이끌고 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만난 황성선 롯데백화점 시시호시팀 치프바이어(CMD). /사진=롯데쇼핑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만난 황성선 롯데백화점 시시호시팀 치프바이어(CMD). /사진=롯데쇼핑
시시호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푸드에서 나오는 만큼 시시호시 내에서 그의 역할이 매우 크다. 황 CMD는 "시시호시는 푸드 40%, 리빙 40%, 의류 20%의 구성비로 상품을 판매하는데 푸드에서 전체 매출의 60%가 나온다"며 "새로운 상품을 시도해보기에 음식이 부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탄점 시시호시는 시시호시 운영 5개 점포 중 가장 큰 매장으로 규모가 330㎡(100평)에 달하는 데도 이 매장을 채운 상품 중 기존에 다른 유통채널에서 본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하트 모양 미역 △커리부어스트 케첩 △오렌지 올리브유 △붉은원숭이 막걸리 등 이색적 상품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황 CMD는 "고객들이 트렌드 보다 한발 빠른 상품을 시시호시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행을 늘 예의주시한다"며 "국내와 일본의 모든 잡지를 정기 구독하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매일 살핀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은 고객이 직접 트렌디한 상품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주는 곳이기 때문에 유행을 선도할 정도로 힙(hip·최신 유행으로 개성 있다)하고 색다른 상품이 많아야 한다.



시시호시는 이 같은 측면에서 꽤나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황 CMD는 "최근 우리 상품 구색을 베껴가려는 이들이 많이 매장을 찾는다"며 "경쟁 백화점 두 곳에서도 시시호시 입점 문의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시호시가 롯데백화점의 자체 편집숍 브랜드인줄 몰랐기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이를 통해 시시호시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웃어보였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 /사진=롯데쇼핑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 /사진=롯데쇼핑
시시호시는 과거 한 롯데백화점 상품기획본부장이 해외 출장을 갔다가 '한국에는 의식주 토탈 편집숍이 왜 없을까'란 생각에 아이디어를 내 기획된 곳이다. 황CMD는 "의식주 모두를 다루는 편집숍이 국내에 없어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왔다"며 "고생했지만 온라인에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등의 평가가 올라오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시호시는 쾌적한 환경, 다양하고 자주 변화하는 상품 구색, 온라인 쇼핑몰 수준의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황CMD는 "총 3000개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전년과 비교시 취급 상품 중 60%가 새 상품이다"라며 "고객이 매주 방문해도 늘 다른 상품을 만날 수 있게 다양한 상품을 들여다놓고 있고, 가격 경쟁력을 위해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상품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에서 입점 제안도" 확 달라진 롯데百…편집숍 '시시호시' 키운 이 사람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시호시 1호점인 김포공항점의 매출은 전년비 63%가 늘었다. 시시호시 5개 매장은 지난해 연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황CMD는 "지난해 3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시호시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며 "올해는 매출 135억원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는 3개 추가 출점을 논의하고 있다. 황CMD는 "현재 PB(자체브랜드) 상품이 10% 내외에 불과한데 향후 이 비율을 점차 높여 시시호시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 것"이라며 "시시호시가 롯데백화점을 꼭 찾고 싶은 백화점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 전경 /사진=롯데쇼핑24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 시시호시 매장 전경 /사진=롯데쇼핑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