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 외국가면 20대"…세계유일 'K-나이' 불편한 MZ세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2.01.25 14:30
글자크기

[MT리포트] 나이의 경제학④

편집자주 기초연금은 65세부터 나온다. 현재 62세인 국민연금 수급 연령도 2033년엔 65세로 올라간다. 그런데 법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에 그친다. 은퇴 후 5년 동안 연금도 없이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년을 연장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 청년과 노년 사이의 딜레마다. 앞으로 5년을 결정할 대선을 앞두고 모든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93년 1월말 출생인 최모씨는 요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란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할지 잠시 고민을 한다. 만 나이로는 아직 20대라고 우겨볼 수 있지만, 한국식 나이로는 올해 벌써 서른이다. 외국 친구들과 얘기할 땐 현재 28세, 곧 생일이 지나면 29세가 되는데 함께 학교를 다닌 1992년생 친구들은 31세란 현실이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최씨는 "골치 아프게 한국식 나이 쓰지 말고 그냥 국제 표준에 맞춰 나이를 일원화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우리나라에는 나이를 세는 방법이 3가지 있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한국식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1세가 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해가는 방식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세로 삼고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것으로, 각종 공문서와 민법과 형법 등에서 쓰인다. 여기에 '연 나이'란 것도 있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해를 빼 계산하는 방식이다.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에선 이 연 나이를 사용한다. 언론 기사에서도 연 나이를 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한국식 나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런 나이 셈법을 쓰는 나라가 주요국 중 사실상 우리나라 뿐이란 점이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치는 한국식 나이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돼 과거 홍콩,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대부분 폐지됐다.

매해 1월1일 전 국민이 다함께 한 살씩 더 먹는 방식이다보니 영미권에선 우리나라의 나이 셈법을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고 부를 정도 독특하게 생각한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선 이런 한국식 나이, 이른바 K-나이가 불편하다. 올 새해를 앞두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제는 한국식 나이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최씨는 "한국식 나이에 빠른 년생까지 더해져 친구들의 K-나이와 나의 만 나이가 무려 세 살이나 차이난다"며 "3년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졸업할 시간인데, 차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1993년생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4년 2월생 김모씨는 "나이에 따라 정해진 인생루트가 대체로 정해진 우리나라에서 내가 태어나자마자 학교 같이 다니는 동년배들은 이미 두 살이란 사실 때문인지 나이가 들수록 조급함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특히 빠른 년생은 실제 나이보다 부풀려져서 늘 과하게 가속 페달을 밟고있는 기분"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국식 나이는 공적 영역에서도 종종 불편함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에선 코로나19(COVID-19) 백신 예방접종이 가능한 최저 연령은 만 12세인데, 한국식 나이로 열두 살인 만 10~11세도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학부모들 사이에 혼란이 일었다. 향후 만 5~11세도 백신 접종이 허용되면 백신 투여량이 생일에 따라 달라진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2010년생은 성인 용량의 3분의 1만 투여하는 어린이용 백신을 맞게 되지만 생일이 지났다면 성인과 같은 양을 투여받게 된다.

한국식 나이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당시 민주평화당 소속이었던 황주홍 의원이 법률, 행정, 일상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같은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고 표기하자는 취지의 법안인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문서에서 만 나이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지만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성희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연령 계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