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는 나이를 세는 방법이 3가지 있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한국식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1세가 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해가는 방식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세로 삼고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것으로, 각종 공문서와 민법과 형법 등에서 쓰인다. 여기에 '연 나이'란 것도 있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해를 빼 계산하는 방식이다.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에선 이 연 나이를 사용한다. 언론 기사에서도 연 나이를 쓰는 경우가 많다.
매해 1월1일 전 국민이 다함께 한 살씩 더 먹는 방식이다보니 영미권에선 우리나라의 나이 셈법을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고 부를 정도 독특하게 생각한다.
최씨는 "한국식 나이에 빠른 년생까지 더해져 친구들의 K-나이와 나의 만 나이가 무려 세 살이나 차이난다"며 "3년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졸업할 시간인데, 차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1993년생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4년 2월생 김모씨는 "나이에 따라 정해진 인생루트가 대체로 정해진 우리나라에서 내가 태어나자마자 학교 같이 다니는 동년배들은 이미 두 살이란 사실 때문인지 나이가 들수록 조급함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특히 빠른 년생은 실제 나이보다 부풀려져서 늘 과하게 가속 페달을 밟고있는 기분"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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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나이는 공적 영역에서도 종종 불편함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에선 코로나19(COVID-19) 백신 예방접종이 가능한 최저 연령은 만 12세인데, 한국식 나이로 열두 살인 만 10~11세도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학부모들 사이에 혼란이 일었다. 향후 만 5~11세도 백신 접종이 허용되면 백신 투여량이 생일에 따라 달라진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2010년생은 성인 용량의 3분의 1만 투여하는 어린이용 백신을 맞게 되지만 생일이 지났다면 성인과 같은 양을 투여받게 된다.
한국식 나이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당시 민주평화당 소속이었던 황주홍 의원이 법률, 행정, 일상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같은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고 표기하자는 취지의 법안인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문서에서 만 나이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지만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성희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연령 계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