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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팔린 전기차 언제 바꾸나...폐배터리 보는 업계 '속타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1.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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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웨이브아트센터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주최로 열린 고투제로(gotozero) 행사 중 참석자들이 레고로 만들어진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웨이브아트센터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주최로 열린 고투제로(gotozero) 행사 중 참석자들이 레고로 만들어진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배터리 수요급등으로 원자재 조달이 비상이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상당수 핵심 자원의 공급망을 경쟁국인 중국이 쥐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심은 더욱 크다. 업계는 폐배터리에서 새 배터리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 추출 기술의 고도화가 해법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폐배터리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조6500억원이었던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규모는 2030년 20조원, 2050년 6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폐배터리는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 등으로 나뉜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소재를 분리·추출해 새 배터리 제작에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전기차용으로는 수명을 다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재사용된다.

수급난을 해결방안은 재활용이다.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 배터리 소재 제작에 필수적인 원료를 추출하면 공급망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시장성 또한 높게 평가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 외에도 복수의 대기업들이 시장진출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이 경북 포항에 폐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포스코는 화유코발트와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했다. 두산중공업과 영풍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갓 팔린 전기차 언제 바꾸나...폐배터리 보는 업계 '속타네'
중견기업들이 더해지면서 밸류체인도 구축되고 있다. 배터리 소재업계의 강자 에코프로는 폐배터리에서 원료 물질에서 소재를 추출해 수산화리튬과 전구체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극재를 생산해 삼성SDI·SK온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재활용 시장의 선두주자인 성일하이텍은 유럽·북미·중국 등 국내 3사의 해외 전진기지 주변에 폐배터리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전북 새만금 지역에 공장건립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사업이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중국 등 대외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확실한 방안으로 평가되지만, 가격폭등과 수급난을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폐배터리가 수거돼야 하는데 전기차 교체주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아서다. 업계는 폐배터리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는 진입 시점을 내년으로, 폭발적인 성장기는 2027년 이후로 점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나오는 폐배터리의 상당수는 하이브리드(HEV)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탑재됐던 배터리다"면서 "최근에서야 보급이 본격화된 순수전기차(EV)에 비해 용량이 적어, EV 교체주기와 맞물려 폐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형 배터리 시장 진입 초기부터 폐배터리 잠재성에 대한 인식은 이어졌으나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V 교체주기가 도래해도 즉각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이 부흥할지도 미지수다. ESS에 사용되는 재사용 물량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EV에 탑재됐던 배터리의 성능이 70% 수준으로 떨어지면 수명을 다했다고 평가되지만, ESS용 배터리로선 활용가치가 유효하다고 평가된다. 셀·모듈 단위로 분해한 뒤 ESS에 탑재되는 형태로 재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사용 방식이 재활용보다 경제적이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가장 늦게 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ESS 시장은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친환경 발전방식 수요가 높아지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폐배터리 확보 주도권 경쟁도 배터리 재활용의 조기 사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EV를 판매하는 완성차업계가 폐배터리 수거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평가되는데, 최근 주요 브랜드들이 ESS 시장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미국과 호주 등지에 대규모 ESS 설비를 짓고, 현대자동차그룹이 ESS 시장진출과 중고차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는 것 역시 폐배터리 수거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배터리업계가 폐배터리를 통한 원활한 원자재 수급을 위해서는 완성차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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