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건면
1971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탕처리 스낵 '새우깡'을 만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처음으로 라면을 수출했다. 1975년 '농심라면'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농심'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으며, 이듬해에 증시에 상장했다. 1978년 현 사명으로 개칭 후 1980년 미국 켈로그와 합작해 농심켈로그를 세웠고, 1982년 경기도 안성군에 스프공장을 세웠다. 1986 서울 아시안 게임, 1988 서울 올림픽 공식 라면공급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음식료 기업이다보니 판매품목이 무척 많지만 농심의 주력은 라면이라 할 수 있다. 실적분석에 있어 스낵이나 생수도 영향을 무게추는 여전히 라면에 있다. 연간 매출액의 78%가 라면, 15%가 스낵, 나머지 7%가 생수, 음료다. 켈로그, 츄파춥스 같은 상품과 기호식품 매출도 있기는 하지만 주력은 아니다. 국내 스낵시장의 30%가 농심의 몫이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농심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6%였고 나머지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나머지 업체를 모두 모아도 44%에 불과하다. 1985년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래 신라면 (1986년 출시)과 너구리 (1982년), 안성탕면 (1983년), 짜파게티 (1984년) 등 히트 제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농심의 라면매출은 내수시장과 해외가 각각 7대 3 정도의 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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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사업의 특성상 가격인상과 판매량 증가가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평상시에는 물가상승분 또는 시장수익률만큼의 성장성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틀이 깨졌을 때는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판매단가 상승이나 시장을 선도하는 신규 제품(2015년 짜왕, 맛짬뽕)의 등장은 실적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란 편견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4년8개월만에 이뤄진 라면업계 가격인상, 시장판도 바뀌나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농심이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농심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7.6%, 안성탕면 6.1%, 육개장사발면 4.4%를 인상했다. 농심이 라면값을 인상하는 것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격경쟁 완화 시 라면과 여타 음식료 제품간의 제품가격 상승 괴리율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며 "라면시장 내에서도 경쟁사들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는 농심의 라면 시장점유율 반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원가비용은 다소 내려갔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789억원,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3%, 20.5%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 원가 부담은 지속됐지만 가격인상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신제품보다 기존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 만큼 히트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농심의 점유율 강세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것은 해외시장이다. 해외 매출은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나오는데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8% 가량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좋다. 코로나19(COVID-19)로 홈쿠킹 문화가 확산됐고, 여기에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등 문화콘텐트에서 시작된 K푸드 선호현상까지 더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라면 수출액은 6억7441만달러(약 8057억원)로 전년보다 11.7% 늘었다. 역대 최대치였던 2020년의 수출액을 넘어 'K-라면' 열풍을 이어갔다. 한국 라면이 가장 많이 수출된 나라는 중국으로,지난해 1억4990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그 다음으로 미국(8123만달러), 일본(6528만달러), 대만(3180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은 2021년 3분기 기준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섰다. 1986년 신라면이 출시된 이래 첫 기록이다.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총 6900억원인데, 해외시장 점유율이 3700억원으로 53.6%에 이른다. 2020년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신라면블랙을 선정했고, 2021년에는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선정하기도 했다.
때 마침 농심의 해외 생산기지 및 판매법인이 크게 확충된 상태다. 시기별로 △1996년 중국 상하이 △1998년 중국 칭다오 △2000년 중국 선양 △2005년 미국 LA 등에 공장이 세워졌다.
올해 1분기 미국 LA 제2공장 완공, 만들면 팔린다
농심 신동원 회장
제2공장 준공은 의미가 남다르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은 공급부족이 심각했다. 공장이 가동되는 즉시 매출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2021년 미국지역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2% 성장한 3452억원. 영업이익은 329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LA 제2공장의 가동율이 적정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북미 지역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8% 증가한 4353억원, 영업이익은 5.4% 늘어난 40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 북미지역의 매출은 5419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DB금융투자는 예상했다.
미국시장은 농심에 있어 무척 중요한 시장이다. 전 세계 즉석 면류 수요 5위이며, 서구권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지역이다. 2021년 기준 미국 라면 시장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이며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은 일본의 동양수산이 40%, 닛신이 20%초중반, 농심이 24%내외로 특히 농심의 점유율 상승이 가파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라면 브랜드는 봉지면의 경우 3~4개 한 팩이 1달러 부근인 반면, 신라면은 개당 1.3달러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고가다. 일본 라면은 저소득층을 공략 대상으로 하는 반면 신라면은 원재료와 브랜드 측면에서 일본 라면과는 현격히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목표주가 상향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이 입점된 것은 그만큼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 켈로그, 하인즈 등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 뿐"이라고 말했다.
창업주인 선친을 이어 지휘봉을 잡아든 신동원 농심 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 회장은 농심의 세계화를 진두지휘해왔는데 국제담당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1997년 칭다오 공장, 1999년 선양 공장, 미국 LA 공장설립을 진두지휘하면서 세계에 농심 브랜드를 알리는데 힘써왔다.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전폭적인 마케팅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증권가 시각은 호의적이다. DB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기존 40만원에서 43만원으로 상향했고 하나금융투자는 일찌감치 목표주가 50만원을 제시해놓은 상태다. 애널리스트들은 농심이 저평가 구간에서 벗어나 강한 주가상승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2분기 국내 외 실적이 나오면 목표주가 상승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