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개 금속봉 박아 '우주 속 반가사유상' 연출…"그 미소는 위안이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2.01.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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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아카이브]3-⑤ '사유의 방'의 설계자, 최욱 건축가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 아카이브'는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욱 건축가. 2021.09.02.[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욱 건축가. 2021.09.02.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반가사유상이 우주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더라."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18일 '찐터뷰'와 만나 지난해 11월 '사유의 방' 개관을 앞두고 이곳을 처음 봤을 때 감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사유의 방'은 6~7세기에 만들어진 국보 78호·83호(옛 지정번호 기준) 반가사유상을 전시한 장소다.

이곳을 완벽하게 만든 인물은 최욱 건축가(원오원아키텍츠 대표)다. '사유의 방'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민 관장은 "물성의 특징, 사물이 갖고 있는 특성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보여줄지를 고민하고 있는 분을 찾아나섰다. 그분이 최욱 건축가였다"고 회고했다. '찐터뷰'는 지난 4일 최욱 건축가와 '사유의 방'과 관련한 서면 인터뷰를 가졌었다.



민 관장은 최욱 건축가에게 △국보 78호와 83호를 함께 전시하는 공간 △반가사유상의 뒷모습도 볼 수 있는 공간 △유리 진열장이 없는 공간을 주문했다고 한다. 최욱 건축가는 "풀기 어려운 과제를 받은 느낌"이었다면서도 "과거에 가두어진 시간을 현재로 연결하여 동시대성을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계한 '사유의 방'은 439㎡로 소극장 홀 크기 수준이다. 천장에는 2만여개의 금속봉이 박혀 있다. 별이 떠 있는 우주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다. 바닥과 벽에 미세한 경사를 줘서 관객의 포커스가 반가사유상에 맞춰지도록 유도했다. 벽은 황토로 만들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에는 계피향을 섞어 '후각'으로 속세와의 차별점을 줬다. '사유의 방'이 더없이 신비로워 보이고, 이곳에서 깊은 생각에 빠지기 적합한 이유다.

최욱 건축가는 반가사유상에 대해 "그 오묘한 미소를 보았을 때 주변과 함께하는 위안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유의 방'에 대해서는 "오로지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면 동물원이 된다"며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21일 '찐터뷰'를 통해 소개된 최욱 건축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사유의 방' 제안을 박물관 측으로부터 받았을 당시 첫 느낌은 어떠했나.
▷"박물관은 두 유물을 유리 케이스 없이 함께 전시하고, 뒷면도 관람객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요구를 받았을 때 풀기 어려운 과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동시에 과거에 가두어진 시간을 현재로 연결하여 동시대성을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물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되는 정신이다."
반가사유상이 우주에 떠있는 듯한 '사유의 방'/사진=국립중앙박물관(원오원아키텍츠)반가사유상이 우주에 떠있는 듯한 '사유의 방'/사진=국립중앙박물관(원오원아키텍츠)
- 반가사유상의 미소, 자태를 직접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서양의 입체 조각물과는 다른 종류의 실체였다. 조각은 시각적 대상물로서 비례와 균형이 중요하다. 하지만 반가사유상은 육체가 아닌 정신의 구현이다. 그 오묘한 미소를 보았을 때 주변과 함께하는 위안이었다. '분위기를 만든다'라고 달리 표현 할 수 있겠다."

- 천장에 '별'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준 게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아 보였다.
▷"실체가 모호한 천장, 기울어진 바닥과 벽은 시각적 소점을 만들지 않는다. 오로지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배경이다. 반가사유상 방향으로 기울어진 2만1000여개의 금속봉의 끝부분만 빛에 반응한다. 흙과 숯으로 이루어진 벽은 빛을 흡수하는 재료다. 반가사유상은 지상에 내려오기 전의 사유하는 존재, 추상적인 실체다. 억만 겁 떨어진 천상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존재다. '천장의 별'은 하늘의 추상적 표현이다."

- 계피향으로 '후각'의 느낌을 좋은 것 역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서양의 투시화법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시각보다는 소리와 빛을 흡수하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계피향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 아니라 시공과정에서 흙을 다루는 분의 제안이 반영된 것이다. 공간에 향을 베이게 하는 것은 이슬람과 동양의 오랜 전통이다."

- '사유의 방'과 같은 유물과 건축의 만남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동물을 우리에 가두면 동물원이 된다. 살아있는 박제라고 할 수 있다. 유물은 인간의 유한한 시간으로 해석 할 수 없는 지속되는 인류의 정신사다. 때문에 현재의 시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전시방법을 구현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가상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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