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도 인터넷도 '뚝'…백두산 터지면 한국 이렇게 된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인한 기자 2022.01.23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 한국도 화산 안전지대 아니다(下)

편집자주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화산폭발(분화)로 '화산 공포'가 재현되고 있다. 화산폭발은 자연재해일 뿐 아니라 경제·산업적 피해도 크다. 백두산과 동해 해저화산은 물론 인접한 일본 후지산 등의 분화 가능성이 있어 한반도가 더는 화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산 폭발 가능성과 피해규모, 대비책을 짚어본다.

"韓 수출길 막힐 수도"…화산 폭발하면, 경제·산업 '초비상'
③화산 폭발하면, 경제·산업 '초비상'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라팔마 섬에 있는 쿰브레 비에호 화산이 폭발해 검은 화산재가 치솟고 있는 장면. / 사진=뉴스1스페인 카나리아제도 라팔마 섬에 있는 쿰브레 비에호 화산이 폭발해 검은 화산재가 치솟고 있는 장면. / 사진=뉴스1


#. 2010년 4월 화산폭발지수(VEI) 5 규모인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터졌다. 하루 뒤 유럽의 항공대란이 시작됐다. 화산재가 성층권(10~50㎞)까지 솟구쳐 올라갔기 때문이다. 화산재는 비행기 엔진 고장의 원인이 된다. 당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대란으로 전 세계 항공편 29%가 결항됐고, 적어도 17억달러(2조원)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화산폭발을 단순 재해를 넘어 경제·산업 등 전 분야에 피해를 입히는 '복합재해'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과학계에 따르면 첨단산업 기반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인근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날 경우 1차적인 재해 피해보다 2차적인 경제·산업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백두산화산연구단 박사는 "화산폭발 땐 상공 20~30㎞까지 화산 분출 기둥이 올라가고 화산재가 쏟아진다"며 "백두산 화산폭발을 가정하면, 제트기류(서쪽→동쪽 바람)를 타고 우리나라에 여러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박사는 이어 "제트기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경로와 맞물린다"며 "화산폭발은 1차 피해도 크지만, 우리나라처럼 수출국에 발생하면 경제·산업적인 영향이 막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백두산이 과거 946년 화산폭발지수 7 규모로 대폭발했을 때, 일본 홋카이도 등 북부 지역에 화산재가 쌓였다. 편서풍(서쪽→동쪽 바람)을 타고 함경도-동해-일본으로 화산재가 퍼졌기 때문이다.

◇"백두산 과거처럼 폭발하면 경제 피해 11조원 이상"


앞서 국민안전처도 백두산이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대폭발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적 피해는 11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화산폭발은 사후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사전 대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화산폭발 땐, 1차적으로 초미세결정인 화산재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화산재로 인한 호흡기질환, 토양산성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 태양빛 가림에 따른 기후변화 유발 등이다. 2차적으로는 하늘길이 막혀 경제·산업에 피해를 초래한다. 또 지진으로 반도체 등 초정밀도를 요구하는 공장의 가동중지 등 피해도 예상된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의 한 교수는 "반도체 생산설비는 기본적으로 내진설계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나노단위 초정밀 기술을 구현하는 반도체에 지진 등 미세한 힘이 가해질 경우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연구 필요하지만…백두산, 日 후지산 등 정보 부족"

권창우 박사는 "화산폭발은 일어나면 피해는 크지만 사후에는 할 일이 없다"며 "사전에 화산 활동을 촉진하는 마그마는 어디에 있는지 이로 인해 분화는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백두산이나 일본 후지산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우리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대응할 수 없다"며 "부족한 역량을 키우려면 예산·인력 지원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을 위한 부처 간 협력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화산폭발에 대해 아무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화산과 지진 등에 대해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대비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안보 측면에서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다른 화산 보다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에 있는 백두산이 과거처럼 대폭발할 경우 이를 대응할 여력이 없는 북한에 한국·중국에 이어 미국, 일본까지 개입해 동북아가 지정학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초연결 세계' 무너뜨린 해저화산…한국 인터넷은 안전할까
④'선' 하나 끊기자, 통가는 고립됐다

/사진=submarinecablemap/사진=submarinecablemap
해저 화산 폭발 이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인터넷 연결이 수일째 끊기면서, '글로벌 초연결 시대'가 자연재해로 인해 얼마든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커졌다. 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대륙과 국가를 연결하는 전세계 인터넷망은 여전히 해저케이블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6시40분쯤(현지시간) 통가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해역의 통가 훙가 화파이 화산이 폭발해 1.2m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때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면서 통가는 외부로부터 고립됐고, 사태 파악은 물론 사상자 보고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인근의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위성통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크다.

21일 세계의 해저케이블 부설 위치를 알려주는 'submarinecablemap' 사이트에 따르면, 통가에서 외부로 연결된 해저케이블은 인근 섬나라인 피지에 닿는 'Tonga Cable' 하나 뿐이다. 화산 폭발로 이 케이블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여러 회선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AWS 같은 클라우드 기능도 있지만, 통가는 단 하나의 회선에 의존해야 한다"며 "화산 폭발로 국내외 통신이 두절된 통가의 상황은 현대 인터넷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끊어진 해저케이블은 복구도 쉽지 않다. 전세계 해저케이블은 천재지변 등 요인으로 2주에 한 번 꼴로 훼손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를 고치려면 △빛의 파동을 활용해 결함이 있는 부분을 찾고 △복구 인력이 해당 위치로 이동해야 하며 △수심에 따라 다이빙 로봇 또는 갈고리를 이용해 케이블을 회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빨라도 수주 이상은 걸린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세계 인터넷 트래픽 90% 여전히 해저케이블 의존
/사진=submarinecablemap/사진=submarinecablemap
자연재해에 따른 '통신 고립'은 통가의 사례만은 아니다. 국제 인터넷 트래픽의 90% 이상이 이 같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기 때문이다. 일상이 된 해외 직구, 먼 나라의 유저와의 실시간 게임 대결, 유학 중인 친구와의 영상통화도 모두 해저 케이블에 덕분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436개, 약 130만km의 케이블이 해저 곳곳에 깔려 있으며, 여전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설치 수요가 넘친다.

반면 해저 케이블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인공위성 트래픽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속도가 느리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선박이나 항공기, 극지방 등의 필수 수요만 감당할 뿐이다. 항공기 내 유료 와이파이(Wi-Fi)가 비싼 요금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도 해저케이블 단선의 여파에서 '100% 안전지대'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물론 복수의 해저케이블이 여러 국가로 뻗어있어 통가의 사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과 연결된 수많은 해저 케이블이 손상된 적이 있고, 당시 국내 통신사들은 일본을 거쳐 전송하던 데이터를 중국 경유로 옮기는 등 비상조치에 서둘러야 했다.

이밖에 국내로 연결되는 해저 광케이블의 주요 거점(부산, 경남 거제, 충남 태안 등)에 지금껏 예기치 못했던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 코로나19 이후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트래픽 규모의 영향, 기존의 해저케이블 노후화 등도 대비해야 할 리스크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