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사진=이강준 기자
그러나 기아는 달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요 독일 브랜드 판매량이 후퇴한 가운데 성장세를 보였다. 차의 고향에서 거둔 뜻깊은 성과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독일의 작년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62만대로 전년(292만대)보다 10.1% 감소했다.
지난달 3일 오전 10시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프리트베르크에서 만난 베른트 쾨글러 기아 대리점 대표는 "한국 브랜드라서가 아니다"라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기아 그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덕분이다. 기아가 한국 브랜드인지, 현대차와 형제회사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기아의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3일 오전 10시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에서 베른트 쾨글러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쾨글러 대표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나올때마다 디자인이 완전히 변하는 게 기아만의 특장점이라고 봤다. 독일인 입장서 국산차들은 패밀리룩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신차에 대한 수요가 없는데, 기아가 이 점을 잘 파고들었다는 것.
이 시각 인기 뉴스
쾨글러 대표는 "기아는 가격 정책, 디자인을 빠르게 바꾸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할 수 있다"며 "독일인들은 똑같은 폭스바겐 골프를 너무 오랫동안 타왔다. 이젠 다른 차가 필요한 시기"라고 답했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 주차공간. 전부 판매용 차량이다/사진=이강준 기자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좋다는 게 쾨글러 대표의 분석이다. 초급속 충전 기능이 들어간 기아 EV6가 포르쉐의 저렴한 차와 가격이 비슷한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게 그 증거라는 설명이다.
대기기간도 한국과 비슷하다. 쏘렌토는 약 14개월, 스포티지는 12개월 등 반도체 공급난 영향으로 살 사람은 많은데 팔 차가 없는 상황이다. 쾨글러 대표는 "2025년에는 독일 소비자들 75~80%가 전기차를 사길 원할 것"이라며 "기아는 테슬라처럼 전동화에 있어서 열 걸음은 앞서 있다. 배터리만 잔뜩 넣어서 비싸게 파는 독일 전기차와는 궤가 다르다"고 했다.
"기아차 팔고 싶어요"…줄서는 獨 메가 딜러사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의 수리센터/사진=이강준 기자
유럽 메가 딜러 그룹 '페니시', '아박' 등이 폭스바겐 BMW 등을 주로 판매하는데 최근 기아와 계약을 맺기위해 물밑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는 게 현지 법인 설명이다. 딜러사는 팔릴만한 브랜드만 계약하는데, 기아는 이미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브랜드'로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얘기다.
차값을 저렴하게 해서라도 최대한 판매대수를 늘리려는 타 브랜드와 달리 판매량이 좀 덜 늘어나더라도 한 대당 '비싼 차'를 팔자는 기아의 전략은 정확히 통했다는 분석이다. 쏘렌토, 스포티지 등 중형 이상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인기 품목인데 대부분 '풀옵션'으로 팔린다.
기아 독일 법인 관계자는 "기아를 찾아온 고객들은 똑같은 차가 있어도 풀옵션 차량을 고른다"며 "'당연히 기아차는 가성비 전략을 쓴다'는 오해가 많은데, 오히려 독일은 정반대로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