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원투수 등판"…김범수, 위기때마다 찾은 'PC방 인연'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2.01.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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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게임즈남궁훈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게임즈


김범수의 PC방 인연인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또 한 번 해결사로 등장했다. 지난 2016년 카카오의 게임사업 부활을 위해 최고게임책임자(CGO)로 등판한 그가 이번에는 카카오 부활이라는 중책을 맡아 단독대표에 오른다. 남궁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관점에서 모든 사업전략을 새롭게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과 남궁 내정자는 25년을 함께한 막역지우다. 지난 1997년 남궁 내정자가 삼성SDS 유니텔에 입사할 당시 김 의장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듬해 창업을 꿈꾼 김 의장이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한양대 앞에 PC방을 차리자, 남궁 내정자도 따라 퇴사해 전국 PC방을 돌며 요금 정산 프로그램 영업을 뛴 건 IT업계 유명한 일화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1999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후 한게임은 네이버와 합병해 NHN으로 재탄생한다. 이해진 김범수라는 세기의 만남 뒤에는 '발로 뛰는 문과생' 남궁 내정자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남궁 내정자는 김 의장이 맡았던 NHN USA 대표직을 이어받아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기도 했다.

2008년 김 의장이 NHN을 퇴사하고 카카오를 만들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끝을 맺는 듯 했으나, 2015년 김 의장은 남궁 내정자를 CGO로 다시 불러들였다. '애니팡' 성공 후 부진에 빠진 게임사업을 부흥하기 위해서였다. 남궁 내정자가 창업한 엔진은 다음 게임과 합병해 오늘날 카카오게임즈가 되면서 카카오 게임산업의 제2 전성기도 열렸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로서 사업구조를 채널링(특정 사이트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을 다른 제휴사이트에서도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 퍼블리싱(유통)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게임즈 IPO(기업공개)와 히트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 흥행도 이끌었다.

김 의장은 이후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남궁 내정자를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탈 논란이 거세지자 카카오의 글로벌사업 확대를 위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남궁 내정자를 앉힌 게 대표적이다. 그리고 두 달여 만에 다시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자리도 맡겼다. 카카오가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건 지난 2015년 취임한 임지훈 대표 이후 7년 만이다.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탈 논란 속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집단 매도로 대내외적 신뢰를 잃었다.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카카오와 김 의장을 이번에도 남궁 내정자가 구원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가 너무 갑작스럽게 성장해 외형에 비해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반성하며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너무나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데 집중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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