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아파트에 '불량 콘크리트' 쓰였나…10곳 중 8곳 "부적합"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2.01.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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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차량 자료사진./사진=뉴스1레미콘 차량 자료사진./사진=뉴스1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영향으로 레미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고 원인이 조사중인 가운데 불량 콘크리트 사용의혹이 불거지면서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레미콘 업계는 건설사 납품기준(스펙) 확인 등 내부점검을 강화하고 사고 수습과 원인조사 결과 등 외부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 붕괴사고 10일째인 20일 레미콘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번 사고가 레미콘 작업(콘크리트 타설) 중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레미콘과 골재 등 주요원자재 업체를 조사했다. 광주경찰청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17일 레미콘 공급 업체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19일에도 자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특히 붕괴사고에 연루된 일부 레미콘 업체들은 다른 현장까지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레미콘은 물질 특성상 90분 이내로 공급하는데, 사실상 광주지역 주요 업체들은 거의 손을 놓은 상황이다. 따라서 인근 지역 건설현장도 거의 멈췄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따져보면 업체가 많지 않다. 광주는 지금 아수라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번 사고가 수습되고 규제강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 제거되지 못한 잔해물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 제거되지 못한 잔해물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시멘트 함량이 기준에 떨어지는 이른바 '불량 레미콘' 공급의혹으로 업계는 더욱 위축됐다. 시멘트 가격이 6개월 사이 24%넘게 뛰어 비용부담을 줄이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겨울에는 굳는 시간이 더 걸려 여름보다 2배 더 많은 시멘트가 요구된다. 일반 아파트 기준 3.3㎥(1평)당 300㎏의 시멘트가 들어가고, 겨울엔 10~20%(30~60㎏)가 더 필요하다. 건조시간은 최대 28일, 적어도 열흘 정도는 말려야 한다.



현지 레미콘 업체들의 문제도 재차 드러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1년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고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배합 비율을 준수하지 않거나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한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해 적발했다는 지적이다.

레미콘 업계는 건설현장에서 표본조사(샘플링)을 거치기 때문에 배합비율을 속이는 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공급 레미콘 중 일부 믹서트럭을 10~20대 중 한대를 뽑아 상태를 확인하는데, 건설업체가 까다롭게 점검하기 때문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굉장히 까다롭게 점검하고, 이를 위반하면 건설사에 패널티를 물수도 있어 조심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공사기간(공기) 단축이나 현장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시기를 맞추려고 한주에 한 층씩 건물을 쌓아올려 충분히 건조될 시간이 없었고,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아랫층 동바리(철골 지지대)를 철거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사고관련)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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