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UFO 장르, 믿고보는 '작감배'…넷플, 한국에 1조 뿌린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수현 기자 2022.01.19 15:59
글자크기

넷플릭스, 올해 한국 콘텐츠 라인업 25편 공개
장르물+웹툰 원작+호화 제작진…연간 8000억원 이상 투입
하정우·황정민의 '수리남' 등 기대작 봇물…영화·예능도 '총력'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한 넷플릭스가 올해는 더 많은 'K-콘텐츠'를 예고했다. 범죄·좀비·UFO 등 지상파에서 보기 어려운 '장르물'을 앞세웠고, 스토리의 완성도가 검증된 인기 웹툰IP(지적재산권)를 대폭 활용하며, 믿고 보는 '작감배'(작가·감독·배우) 기용으로 화제성까지 담보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이 같은 K-콘텐츠 특유의 '성공 방정식 3요소'에 전례없는 물량공세까지 더해 "오직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전세계 시청자를 홀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2의 오징어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올해 공개될 K-콘텐츠에만 많게는 1조원 가까운 자본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19일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25개를 공개했다. 지난해보다 10편이 늘어났다. 넷플릭스는 "성공적인 한국 스토리텔링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독창적인 소재와 시청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만족시킬 완성도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소년범, 마약범죄, 학원좀비…'웹툰' 받치는 장르물 관심
넷플릭스는 올해도 '장르물' 드라마를 라인업에 대거 포진시켰다. 오징어게임은 물론 '킹덤', 'D.P.', '인간수업' 등 이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화제작들이 지상파TV에서 소화할 수 없던 수위 높은 범죄와 크리처·좀비물 등을 다뤘던 것처럼, 올해도 장르물의 새로운 성공신화에 도전할 전망이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사투를 그렸고, '소년심판'은 위험 수위에 도달한 청소년 범죄와 이를 방임하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법정물이다. 마약범죄물 '수리남'은 남미의 한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소재로 삼았고, '글리치'는 UFO 납치가 의심되는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가까운 미래를 그린다.

영화 수리남.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수리남. /사진제공=넷플릭스
2020년 '스위트홈', 지난해 '지옥'에 이은 웹툰 원작 드라마 전성시대가 올해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국형 좀비 그래픽 노블'이라는 찬사를 얻은 작품이고, 마니아층이 두터운 하일권 작가의 웹툰 원작 '안나라수마나라'는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미스터리한 마술사와 너무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소녀의 만남을 그린다. '택배기사' 역시 원작은 웹툰이다. 배우 서현이 나서는 '모럴센스' 역시 웹툰을 영화화했다.

셀럽은 넷플행?…넷플 IP 리메이크도 '시험대'
세계적 역량의 한국 콘텐츠 제작진을 넷플릭스가 빨아들이는 흐름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옥' 연상호, '악녀' 정병길 등 감독과 '추노' 천성일, '인간수업' 진한새 등 작가, 여기에 강수연·김혜수·김희선·하정우·유아인·황정민·설경구·유지태·김윤진·김옥빈 등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솟아오르는 작감배가 총출동한다.


실화 바탕의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각본에 하정우·황정민·박해수·조우진·유연석 등이 출연한다.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올해는 22세기 전설의 용병과 뇌 복제 로봇을 다루는 SF 영화 '정이'로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를 공략하는데, 명배우 강수연의 복귀작이다. '소년 심판'의 주연은 김혜수가 맡았고, 김희선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한 현실풍자극 '블랙의 신부'에 출연한다. 중국 선양이 무대인 첩보 액션 영화 '야차'는 설경구가 참여한다.

리메이크작도 흥미롭다.'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스페인의 범죄 드라마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해 기대를 모은다. 범죄를 지휘하는 '교수'역은 유지태가, 협상에 나서는 경찰은 김윤진이 맡고, 강도단 팀원들로는 박해수·전종서·이원종·김지훈·장윤주·이현우·김지훈·이규호 등이 나선다.



"작년 15편에 5000억, 25편은?…유추해보길"
드라마 종이의집:공동경제구역. /사진제공=넷플릭스드라마 종이의집:공동경제구역. /사진제공=넷플릭스
드라마 중심에서 영화와 예능으로 콘텐츠의 장르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유아인 주연의 '서울대작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된 상계동 슈프림팀을 그린 '카체이싱 액션 블록버스터'고, 또 '셀럽은 회의 중'은 넷플릭스 단독 쇼를 제안받고 아이디어 회의를 이어가는 셀럽 파이브(김신영·송은이·신봉선·안영미)의 모습을 그린 예능이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는 "지금까지 장르물에 편중해왔던 측면이 있지만 올해는 '넷플릭스가 이런 것도 하나'라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목표"라며 "올해는 넷플릭스가 최초로 한국에서 기획·제작에 참여하는 오리지널 영화나 예능 들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의 정확한 제작비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강 VP는 "한국에서 15개 오리지널을 발표한 작년에만 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25개를 발표하는 만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당 평균 제작비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라면 25개 작품 제작에 적어도 8000억원 이상, 이른바 '대작'들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1조원 가까이를 쏟아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강 VP는 이날 한국 콘텐츠 제작업계와의 상생도 강조했다. 그는 "저도 오랫동안 한국 콘텐츠 수출을 위해 일했고, 넷플릭스코리아에서 일하는 모두가 한국 콘텐츠 제작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베테랑"이라면서 "외국회사라기보다 같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를 전세계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봐달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