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R&D 총괄 "국산신약 최단 1천억돌파…다른 씨앗도 있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1.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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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신약 최단기간 1000억 돌파…2030년 매출 2조 목표
"PPI보다 빠른 약효, 약물상호작용도 이상 無"
케이캡 외 14개 과제 가동…면역·항암 분야 집중

송근석 HK이노엔 전무/사진=HK이노엔송근석 HK이노엔 전무/사진=HK이노엔


"케이캡이 제 26년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연구 인생의 방점을 찍어줬습니다. 국내개발 신약, 그것도 단일함량으로 초단기 '연 매출 1000억원 달성'이라는 새 기록에 일조했단 자부심이 있어요."

송근석 HK이노엔 (38,650원 ▲350 +0.91%) 연구개발(R&D) 총괄(전무)은 20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된 국산 30호 신약으로 HK이노엔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원외처방실적이 1096억원으로 전년보다 43.9% 늘어 국산신약 중 최단기간 연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기록을 썼다. 9500억원 규모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1위 자리도 확실히 굳혔다.



"케이캡, 2030년 매출 2조 제품으로 키운다"
그 동안 국내외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대세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이었다.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효과 덕분이다. 하지만 PPI는 작용원리상 약효 발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지속성이 짧았다. 이보다 약효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오래가는 P-CAB 계열 케이캡이 출시 후 인기를 끈 주된 이유다. 송 전무는 "PPI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위산이 분비돼야 약물이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식전에 복용을 해야한다. 또 밤 중 약효가 다해 위산 과다분비로 잠에서 깨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반면 P-CAB 계열 케이캡은 30분이면 약효가 발현하고 식전·식후 상관없이 투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장점에도 P-CAB 계열 치료제 개발이 더뎠던 이유가 무엇일까. 송 전무는 "많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을 하다가 안전성이나 유효성 측면에서 차별점을 보이는 후보물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케이캡은 레바넥스(유한양행), 다케캡(다케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허가받은 P-CAB 계열 약물이다. 송 전무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온전히 쓰일 수 있도록 주요 적응증 확보한 제품은 케이캡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유한양행이 2007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레바넥스(국산신약 9호)는 적응증, 유효성이 다소 미흡하단 평가를 받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물론 HK이노엔도 케이캡 개발이 마냥 쉽진 않았다. 송 전무는 "임상 7~8년 동안 메르스, 사스 등 팬데믹 상황을 겪었고 만성질환 환자들이 임상이 이뤄지는 3차 의료기관에 오지 않아 환자 모집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신약 개발과정에서 안전성, 유효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데 케이캡 개발과정에서도 안전성 이슈도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PPI와 달리 P-CAB은 모핵(母核) 구조가 모두 달라 약물마다 약효, 약물상호작용 등 안전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HK이노엔은 안전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모핵을 피해 케이캡을 개발했다. 송 전무는 "소화기 약물은 약물상호작용 연구가 중요하다"며 "항고지혈증약처럼 상호작용이 우려되는 약물들을 살폈는데 케이캡은 문제가 없었다. P-CAB 계열 신약 중 약물상호작용에서 가장 자유롭단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는 동일한 모핵구조를 지닌 경쟁약물 다케캡, 펙수클루와의 경쟁에서도 차별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기대다.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 64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재까지 케이캡이 올린 수출실적은 1조원이 넘는다. 송 전무는 "미국 개발 가속화를 위해 미국 파트너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팅을 통해 개발전략 및 개발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출시하기 위해 양사 협업 중"이라고 했다. 중국에선 현지 소화기 약물 시장 강자인 뤄신사를 통해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그는 "중국은 소화기 약물 시장 규모가 3조5000억원 정도인데 이중 2조원이 주사제"라며 "2030년 전엔 출시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제 허가는 올 상반기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을 '2030년 연매출 2조원' 제품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송 전무는 "기술수출, 완제수출뿐만 아니라 원료 수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케이캡을 지속 성장 가능한 글로벌 대형 신약으로 키우겠다"며 "HK이노엔은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 성공이력을 가진 신약을 가진 유니콘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진출국을 현재 26개국에서 2028년 유럽, 중동, 브라질 등 10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내년 저함량 출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관련 위궤양 예방요법 3상 진행 등 적응증을 지속 확대하고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구강붕해정 등 제형 확대에도 나선다.

다른 씨앗들도 있다...현재 가동중인 신약 과제만 14개
HK이노엔에 케이캡만 있는 건 아니다. NASH(비알콜성지방간염·IN-A010)와 자가면역질환(IN-A002) 후보물질들은 각각 유럽 임상 2상과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A2AR계열 면역항암신약(IN-A003), 선택적 RET저해제 및 4세대 EGFR저해제 계열 표적항암신약(IN-A013·IN-A008), DCLK1 저해제 계열 표적항암신약(IN-A006) 등 항암신약도 개발 중이다. 이중 선택적 RET저해제 및 4세대 EGFR저해제 신약은 연내 비임상을 끝내고 글로벌 임상 진입이 목표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최근 주목받는 CAR-T, CAR-NK 등 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현재 가동 중인 HK이노엔 과제는 14개다.

2018년 가족이 된 한국콜마와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협업도 지속하고 있다. 송 전무는 "모기업인 한국콜마는 제약사업 이해도가 높아 의사결정이 빠르고 투자도 적극적"이라며 "한국콜마와의 협업으로 향후 마이크로바이옴, 재생의료 등 바이오 인접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식품, 화장품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3의 기술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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