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을 함께 실은 두번째 '해적'호의 출항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1.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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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시즌에 맞춤한 가족 액션 코믹 종합 선물세트

'해적:도깨비 깃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해적:도깨비 깃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의 출항이 반갑다. 명절 연휴에 모처럼 극장에서 만나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해 2년 가까이 명절 연휴에 특수를 노리는 대작들이 사라졌다. 제작비 약 200억 원 규모의 '남산의 부장들'이 2020년 1월 설 연휴를 접수한 이후에 명절 연휴엔 중급 규모의 영화들이 개봉했다.

반대로 코로나 19 장기화로 강세가 된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명절 연휴 시즌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는 전략을 펼치는 추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지난 추석 시즌을 공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시기와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명절엔 극장 나들이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총제작비 230억 원 대의 규모로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뽐내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명절용 가족 오락 영화의 명맥을 잇는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에 이어 8년 만에 나온 후속 편으로 기획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석훈 감독이 연출하고 손예진, 김남길이 주연을 맡은 1편은 2014년 8월 여름 시즌에 개봉해 866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했다. ‘조선판’ 해양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시원한 액션 활극과 볼거리를 선사했고, 해적과 산적이 의기투합해 국새 찾기와 고래 사냥에 나서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전개해 웃음을 안겼다. 조연으로 출연한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명불허전이었다.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2편은 1편과 비슷한 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다른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우선 감독과 배우가 다르다. 2편의 연출은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2010), 범죄 코미디 '탐정: 더 비기닝'(2015)를 연출한 김정훈 감독이 맡아 코미디 연출을 강화했다. 주연배우 강하늘과 한효주는 영화를 이끄는 투톱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편의 주연배우들보다 발랄한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유해진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광수의 코미디 연기도 시쳇말로 '하드캐리'한다.



'해적:도깨비 깃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해적:도깨비 깃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시리즈 영화의 특성상 전편을 복습하고 다음 시리즈를 봐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시대 배경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조선 건국 초기, 내용은 고려 왕실의 보물 지도를 손에 넣은 해적과 의적이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이야기다. 1편이 해적단과 산적단이 만나는 과정에 시간을 할애했다면, 2편은 해적단과 의적단의 만남을 압축하고 함께 보물을 찾아 나선 항해 과정에 집중한다.

전편을 본 관객이라면 거대한 수레바퀴 추격전과 스크린을 꽉 채운 고래의 모습이 인상에 남아있을 것이다. 2편에서는 물과 불을 활용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해적단들이 바다 동굴로 가기 위해 바닷속에 뛰어들어 급류를 타는 장면과 이때 등장하는 해파리 떼가 장관을 연출하고, 엄청난 파도가 해적선을 덮치는 장면의 스펙터클은 대작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바다에서 솟구치는 불기둥, 쉴 새 없이 벼락이 내리치는 번개 섬의 구현 등 전편에 이어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참여한 VFX 전문업체 덱스터스튜디오의 진일보한 기술력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한국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를 실감케 한다.


'해적'이 시리즈가 될 수 있었던 흥행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코미디다. 이번 영화에서도 주조연 배우들과 단역, 카메오까지 많은 등장인물들이 코미디를 시도하는데 웃음 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배우는 단연 이광수다. 1편에서 유해진이 해적과 산적을 오가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면, 2편에서 이광수는 해적왕이 되고픈 말단 해적단원 역을 맡았다. 야심을 품고 있지만 악역이 아니라 엉뚱하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다. 특히 이광수가 CG로 구현된 펭귄과 함께 나오는 장면은 기상천외한 웃음을 유발한다.

'해적:도깨비 깃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해적:도깨비 깃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은 새로운 이야기, 전편보다 커진 규모, 시리즈의 핵심인 볼거리와 코미디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노력이 역력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이야기의 발단과 초반부 전개가 모험극에서 예상하는 수순을 밟다 보니 보물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까지 극에 몰입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의적과 해적단 주요 캐릭터들은 퓨전 사극에 걸맞게 개성 있는 외양을 하고 있지만, 김성오, 박지환 등 조연배우들의 열연이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에 갇힌 점도 아쉽다. 전편에서 최진리와 이이경이 담당했던 귀여운 로맨스 라인이 이번 영화에선 채수빈과 세훈에게 맡겨졌는데 인물의 등장과 배치가 부자연스러워 겉도는 캐릭터들이 되어 버렸다.

여러 단점들이 있지만 '해적: 도깨비 깃발'이 장쾌한 볼거리를 안기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웃고 즐기는 오락 영화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만화적인 상상력을 증폭시켜 신박함을 더했다. 대작 깃발을 단 이 영화에 설 연휴 동안 얼마나 많은 관객이 승선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언제나 흥미를 자극하는 해적들의 모험담, 신나는 보물섬 탐험,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동물들, 여기에 요즘 드라마 방영으로 재조명받는 태종 이방원 캐릭터까지 등장해 전 연령대 관객을 공략한다. 답답한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만들 판타지가 절실한 지금 시기에 딱 맞춰 도착한 두 번째 해적선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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