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법상 허용해놓고 과징금?"…'불법' 양산하는 법 고친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최우영 경제부 기자 2022.01.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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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가 한-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962억 원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12개 국적 선사들과 11개 외국적 선사들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차례의 회합을 통해 각종 운임을 120차례 합의하고 실행했다고 밝혔다. 2022.1.18/뉴스1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가 한-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962억 원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12개 국적 선사들과 11개 외국적 선사들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차례의 회합을 통해 각종 운임을 120차례 합의하고 실행했다고 밝혔다. 2022.1.18/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운임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 것을 두고 해운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해운사 간 담합은 해운법으로 규정된 적법한 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과 해운법이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진 문제다. 국회는 공정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운사 간 담합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해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해운업계 "공정위 제재, 깊은 유감"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가 한-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962억 원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12개 국적 선사들과 11개 외국적 선사들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차례의 회합을 통해 각종 운임을 120차례 합의하고 실행했다고 밝혔다. 2022.1.18/뉴스1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가 한-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962억 원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12개 국적 선사들과 11개 외국적 선사들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차례의 회합을 통해 각종 운임을 120차례 합의하고 실행했다고 밝혔다. 2022.1.18/뉴스1
한국해운협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공정위는 너무나도 명백한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100여년 이상 지속되고 국제법적으로도 확립된 공동행위의 취지를 무시했다"며 "해운법과 해양수산부의 지도 감독하에 수십년 동안 법과 절차를 지켜온 해운기업을 제재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위는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15년에 걸친 운임 담합을 적발해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해운업계가 반박 입장을 낸 것이다. 해운업계는 지난해 5월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받은 후 일관되게 이런 주장을 펼쳐왔다. 해양수산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해운업계 편을 들고 나서면서 공정위와 갈등이 증폭됐다.



해운업계 등이 주장의 근거로 드는 법률 조항은 △해운법 29조 1항 '해운사는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116조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등 두 가지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운법상 담합이 허용되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해운법 29조 2항의 '1항의 협약을 하거나 내용을 변경한 경우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30일 이내에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신고 전 화주단체와 정보를 충분히 교환·협의해야 하는 등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며 "그러나 23개 해운사의 120차례 운임 합의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못해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해운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18차례 운임회복(RR, Rate Restoration)을 신고했기 때문에 120차례 운임합의(AMR, Agreed Minimum Rate)에 대한 신고는 별도로 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RR은 '일정한 날짜에 각자의 운임에서 일정한 금액만큼 인상하는 방식'이고 AMR은 '일정한 날짜에 적용할 특정한 최저 운임값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해수부 역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위에 무혐의 심사 종결 필요성을 계속 주장했다"며 "해당 공동행위는 해수부 지도하에 이제까지 평온하게 15년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얘기를 해도 (공정위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해운사 담합은 면책하자는 국회...공정위는 '반대'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운기업에 대한 공정위 이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해운협회 제공) 2021.11.3/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운기업에 대한 공정위 이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해운협회 제공) 2021.11.3/뉴스1
해운업계와 해수부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면서 해운법 개정 논의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킨 해운법 개정안(이하 농해수위 개정안)에는 해운사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 간섭을 일체 배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운사 담합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상 공정위의 개입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농해수위 개정안을 두고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 이후 국회 처리에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공정위는 해운업계의 특성을 인정하더라도 해운사 간 담합을 아예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공정위는 해운법 개정안에 '해운사가 담합을 해수부에 신고한 경우에만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반영하기 위해 해수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해운법 개정과 관련해 해수부와 실무 차원에서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잠정적으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했다"며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 그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공정위의 이번 제재 수위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업계와 해수부의 반발이 거세고, 국회 농해수위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는 점 등을 공정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준을 낮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당초 해운사들에 과징금을 약 8000억원 부과하고 일부 회사는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의 담합 사건에서 심사관이 제시한 과징금이 90% 가까이 깎이고 고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성욱 위원장은 "과징금 수준 등 조치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 산업의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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