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라젠 본점. 2020.11.30/뉴스1
다만 현재 상황에서 거래 중단을 이어갈 뚜렷한 명분은 없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신라젠의 거래재개 핵심 요건으로 꼽히는 △최대주주 교체 △자본금 확충 △영업의 연속성 등이 모두 이행됐기 때문이다. 이는 거래재개 가능성 전망에 무게를 싣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엠투엔은 신라젠을 인수하는데 있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보호예수 기간을 3년으로 설정했다. 인수대금도 당초 예상했던 500억원을 넘어 600억원으로, 뉴신라젠투자조합을 통해 4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 10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없이 전환사채(CB)로만 운영하던 신라젠이 상장적격성실질심사 과정에서 불안한 자본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이 부분을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결한 셈이다.
신라젠은 핵심파이프라인 펙사벡의 신장암, 흑색종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기술인 'SJ-600'의 전임상도 돌입했다. 특히 이달 중으로 환자모집이 완료되는 신장암의 임상의 경우 현 시점에서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선택지로 작용할 될 전망이다. 2차 표준치료법 중 병용요법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펙사벡과 리제네론 면역관문억제제(ICI)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 병용투여 방식이 임상 중간 데이터에서 37%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표준치료제인 니볼루맙(ICI)과 카보잔티닙(표적항암제) 단일요법 25%, 21% 대비 높은 수준이다. 신장암을 비롯한 주요 임상 결과들은 2023년부터 2026년 사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엠투엔의 보호예수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진행중인 임상에 대한 책임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가 바라는 미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중이다. 신라젠은 바이오 기업으로 뚜렷한 매출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M&A와 사업다각화를 통해 상장유지 요건 달성을 넘어 외형적 성장을 노리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상장유지 요건과 관련한 내용은 한국거래소에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라젠은 연구개발 비용은 물론 M&A 자금도 확보했다. 외형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 거래재개 변수로 꼽고 있는 개인주주의 신주발행금지 등 임시의 지위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 소송 역시 큰 장애물이 될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송 당사자인 주주가 현재 신라젠 실질 주주인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주주는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에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4일 있던 신라젠 소송 변론기일에도 당사자는 물론 법률대리인도 출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관계자는 "지난 8월과 10월 임시주총을 위해 폐쇄한 주주명부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주주"라며 "회사는 이번 소송이 거래재개 영향을 끼칠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회사가 1년간 변화했고, 앞으로 변화할 모습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신라젠이 부활에 성공하면 업계 분위기 역시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최근 수년간 주목도 높았던 기업들의 각종 악재와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주식시장 내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신라젠의 경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던 상징적 종목이다. 개인주주도 17만명에 달해 시장 주목도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7만4186명, 주식수는 6625만3111주로 지분율이 92.60%에 달한다. 각종 악재에 회사는 물론, 업종 전반에 걸친 회의론이 짙어진 만큼, 극복에 따른 신뢰도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큰 낙폭을 보였는데, 업종 특성상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업체들이 필요하다"며 "바이오업종 내 강력한 모멘텀을 시장에 선보이는게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신라젠은 재개까지 큰 장애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