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아이',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지금까지 읽어온 동화의 끝은 언제나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과연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이 정말 아무런 갈등이나 고민 없이 끝까지 행복하게 살았을까. 동화 속 우여곡절 끝 결혼을 한 왕자와 공주는 정말 그 흔한 부부싸움도 하지 않았던 걸까.
‘호크아이’의 1화는 어벤져스들이 처음으로 힘을 합친 뉴욕 침공 당시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케이트 비숍은 치타우리 종족의 침공을 막기 위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이언맨, 번개를 내리치는 토르가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던 그때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며 활을 쏘는 호크아이의 모습을 목격한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는 호크아이의 전투가 케이트 비숍에게 일생의 영감을 주는 순간이다.
'호크아이',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하지만 정작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은 지난 10여 년간의 기나긴 싸움으로 보청기를 껴야 하는 신세가 되었고 보르미르 행성에서 소울스톤과 맞바꾼 동료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를 그리워한다. 화장실에 적힌 ‘타노스가 옳았다’는 낙서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 싸움이 정말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런 가운데 클린트 바튼은 이제 훌쩍 자라 소녀가 된 케이트 비숍이 자신이 만들어 낸 과거의 망령을 뒤집어 쓴 모습을 보게 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블립 사건 이후 뒷골목을 무차별적으로 청소했던 로닌(자객)의 코스튬이 다시 세상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그는 가족을 하루 아침에 잃은 좌절감은 복수심으로 치환해 칼을 휘둘렀던 나날들의 죄책감까지 마음에 얹게 된다.
이후 ‘호크아이’는 클린트 바튼과 케이트 비숍이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는 과정을 가벼운 터치로 보여준다. 호크아이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지닌 소녀 케이트 비숍의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는 호크아이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감화 시킨다.
그럼에도 클린트 바튼은 케이트 비숍을 줄곧 밀어낸다. 동료였던 블랙 위도우의 죽음 그리고 로닌으로서 저지른 과거의 죗값 등 그 스스로 케이트 비숍의 동경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호크아이',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클린트 바튼이 선택한 이 길은 케이트 비숍이라는 걸출한 제자에 의해 빛을 발한다.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듯 클린트 바튼 못지않은 활 솜씨로 인해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액션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케이트 비숍은 온갖 상처를 입고 한껏 어두워진 클린트 바튼 앞에서나 언니의 죽음을 파헤치는 제2대 블랙 위도우 옐레나 벨로바 앞에서도 특유의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특히 케이트 비숍과 옐레나 벨로바의 독대 장면이나 엘리베이터에서 연회장으로 이어지는 액션 신은 이 작품이 엔터테인먼트 작품임을 다시 상기시킨다. 훗날 펼쳐질지 모를 제2대 호크아이, 제2대 블랙위도우의 콤비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시킨다.
‘호크아이’는 이처럼 그동안 영화 속에서 볼 수 없던 한 히어로의 내밀한 심리를 보여주는 한편 지구를 지키느라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또한, 케이트 비숍의 밝은 에너지 뒤 숨은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 끝내 파트너로 인정하는 장면은 마치 ‘도원결의’ 현장을 실제로 확인한 듯 가슴 벅차다.
'호크아이',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이에 드라마 ‘호크아이’의 가장 큰 장점은 클린트 바튼과 케이트 비숍이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활 액션이나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간접 체험하게 해 준 것이 아니라 제2대 호크아이 즉위식을 큰 반발 없이 무사히 마쳤다는 데 있다.
실제로 극중 케이트 비숍은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에게 무한한 존경을 표현했고 클린트 바튼의 인정을 이끌어 낼만한 성과까지 이뤄냈다. 밝은 성격에 출중한 실력까지 갖춘 제자라니. 제1대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이 적어도 제자 복 하나는 타고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