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식량안보 개념의 확장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2.01.1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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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충남대 교수김성훈 충남대 교수


농업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신입생들은 '식량안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국가가 일정한 수준의 식량이 항상 공급되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낯설어한다. 주변에 항상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젊은 학생들은 먹거리는 공기처럼 항상 넘쳐나는 것으로 느끼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매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는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식량안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간혹 배추가격이 폭등해서 "김치가 금치가 됐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거나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해외 어느 국가에서 식량이 부족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호소를 듣는 것 외에는 생활에서 체감하는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서 소비되는 전체 식량 중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의 비중을 뜻하는 식량자급률 현황을 우리나라의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쌀과 감자는 100%를 넘거나 근접하고 대부분 채소류나 과실류, 축산물도 일정수준 이상의 자급률을 보인다. 물론 밀, 보리, 콩 등 주요 곡물과 고추 등 일부 채소류의 자급률이 낮아 상당부분을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수입이 원활히 유지돼 국민이 식량안보 문제를 크게 체감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적 관심 수준은 선진국들도 비슷한데 그만큼 전세계 국가가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에 대한 단순관리 수준을 넘어서는 식량안보 정책들을 시행하는데 영국의 경우 2008년 새로운 식량안보 개념이 적용된 '식량안보지수'를 발표했다. 영국의 식량안보지수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식량에 대한 공급관리 외에 해외에서 들여오는 식량의 안정적 확보 가능성, 식량생산에 필요한 비료 등 농자재 확보수준, 자국에서 소비되는 식품에 대한 식품 안전성, 저소득층의 양질의 먹거리 접근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고 관리하는 종합적인 식량안보 정책을 펼친다.

우리도 확장된 개념의 식량안보 정책을 채택할 시점이 온 것으로 생각된다. 국산과 수입산을 합친 총량 개념의 식량 또는 식품공급이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자급률 관리에서 나아가 국민의 '먹거리' 개념으로 정책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농산물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농업 기반 개선, 취약계층이 양질의 식품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먹거리 접근성 보장, 주기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관리 강화, 잠재적 식량안보 위협에 사전 대비하기 위한 농식품 수입선 관리 및 해외 농업개발 확대 등 우리 국민에게 양질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보다 종합적인 식량안보 목표설정 및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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