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부실책임조사에 대한 개선 필요성

머니투데이 윤성승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금융법학회 회장) 2022.01.17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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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승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금융법학회 회장)윤성승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금융법학회 회장)


최근 금융산업은 투자대상 다양화와 구조의 복잡성 등으로 불안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예금 수익률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는 금융소비자들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고수익 금융투자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 아래 최근 2년 동안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에서 수익률 조작, 횡령, 부실은폐 등 불법·부정행위와 유동성 문제 등으로 인한 환매 중단·연기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감독은 금융위원회가, 검사는 금융감독원이 수행하고 있으나 사모펀드가 부실화됐을 때 이에 대한 부실책임 추궁 체계는 다소 보완이 필요한 구조다. 형사적 책임 추궁은 검찰이 담당하나 민사적 손해배상책임 추궁은 피해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사모펀드, 특히 개방형 펀드가 부실화하는 경우 대량 환매요구가 일어날 수 있으며 투자자가 다수인 초대형 사모펀드의 경우 그 피해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어 금융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소지가 있다.



펀드의 사기적 부실운용 또는 불완전판매가 있는 경우에 금융시장 질서 강화와 선량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환매중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부실관련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에 책임이 있는 부실관련자의 책임을 추궁하지만 집합투자업자인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부실에 대해선 민사상 부실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사모펀드 부실을 예방하는데 한계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의 부실 또는 환매중단이 발생한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부실관련자의 책임을 추궁하고 자산을 환수하기 위한 절차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부실금융회사와 부실채무기업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조사와 자산회수에 전문성과 경험이 많은 예금보험공사의 전문성을 사모펀드 부실조사와 책임 추궁, 특히 신속한 자산회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행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책임조사제도는 민사적 책임 추궁을 전제로 한 제도이므로 조사과정에서 조사대상자가 협조나 출석을 거부할 경우 직접적인 강제조사가 불가능하다. 또 민사와 형사책임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조사대상 사건의 경우에는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사가 어렵다. 특히 금융부실책임조사는 조사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로서 이 분야에 전문적인 예금보험공사를 활용하면 일반적인 사법경찰의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실관련자가 잠적 또는 자산을 유용하거나 금융기관의 부실이 더 심화하기 전 수사의 신속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금융경제적으로 신속한 조사가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특별사법경찰권과 같은 수단을 예금보험공사에 부여할 경우 보다 전문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통한 투자자 재산보호와 책임경영 풍토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가 예금보험기구에 민사, 형사, 행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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