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는 국내 마사지 업소의 입구 영상.
14일 정부와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한 웹사이트가 전 세계 1만7000개 IP카메라 영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미국 영상(3572개)이 가장 많으며 한국은 두 번째다. 영상들은 실제 길거리나 주차장, 가게 안팎 등에 설치된 IP카메라가 실시간 촬영 중인 것들이다. 학원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만 19세 미만은 출입이 제한된 마사지업소 입구를 찍고 있는 카메라도 있다. 마스크를 내린 사람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화질도 선명하다.
해당 사이트에서 공개한 한 가게 내부 영상. 가게 구조는 물론 사람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공지사항에서 이 영상들은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은 카메라의 영상을 가져온 것일 뿐 해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상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 비밀번호를 걸라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 공개한 대부분 영상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를 찍고 있는 이유도, 가정집 내부와 같은 사적 공간에 비해 비밀번호 설정 등 보안에 소홀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명백한 불법행위, 사이트 차단 등 조치 필요"
해당 영상에서 공개하는 한국의 IP캠 영상 목록
정부도 현재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대응방안은 마땅치 않다. 해외 사이트다보니 국내 법에 따라 직접 행정조치를 취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 사이트처럼 IP캠 영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들이 더 있고, 최근 아파트 월패드 등 IoT 기기 해킹도 잇따르는 만큼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이트의 국내 접속 차단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영상들이 사생활 침해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봐야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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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미 변호사는 "구글 스트리트뷰 등 선례도 있었던 만큼, 정부도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서비스 차단 등 피해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역시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보안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카메라 렌즈를 반드시 가려놓아야 한다"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