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간식 대장 '붕어빵'…달달한 기억 속 씁쓸한 현실의 맛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2.0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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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아카이브]2-③ 그곳에 붕어빵집들이 있었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 아카이브'는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침착맨배 '겨울 간식 월드컵' 우승자 붕어빵/사진='침착맨' 유튜브 캡처침착맨배 '겨울 간식 월드컵' 우승자 붕어빵/사진='침착맨' 유튜브 캡처


붕어 모양의 뜨거운 철판. 거기에 주전자로 밀가루 반죽을 자박하게 붓는다. 그 위에는 팥 혹은 슈크림을 소로 올린다. 그리고 다시 반죽을 이불처럼 덮어준다. 빵틀의 뚜껑을 닫고 이리 휙, 저리 휙 한 차례씩 돌려주면 따뜻한 붕어빵이 나온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겨울에 뜨거운 붕어빵을 호호 불어먹다가 입천장이 데인 추억이 있을 것이다.

단지 '추억의 간식'만은 아니다. 구독자 135만명에 달하는 유튜버 침착맨(이말년)이 지난 13일 라이브로 진행한 '최고의 겨울 간식 월드컵'의 우승자가 이 '붕어빵'이었다. 결승전은 '귤'과 대결이었는데 3만8467표 대 3만7868표로 붕어빵이 승리했다. '침착맨' 구독자가 대부분 MZ세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붕어빵의 '현재 진행형'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붕어빵 포장마차를 거리에서 찾기 힘든 세상이 됐다. 수요는 충분히 있는데 공급은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지난 10~11일 서울 시내 붕어빵 상인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사양 업종'이 된 붕어빵 장사를 왜 아직도 하고 있는지를 물으려 했다.

가스비 및 인건비의 상승, 노점 단속 강화, 코로나19의 창궐 등으로 붕어빵의 수익성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 상인들은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왜 세상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냐"고 했다. 이제 그만 둘 것이란 상인들도 적잖았다.



몇몇 대박집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상인들에게 붕어빵 틀을 돌리는 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사회 재진출이 힘든 6070세대가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종이었다. 비교적 따뜻한 장소(포장마차+가스불)에서 반죽과 소를 붓고 빵틀을 한 두번 돌리면 되는 단순노동. 낮은 수익성에도 그들이 붕어빵 틀을 놓지 못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붕어빵집이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업종이 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하교길과 퇴근길에 따뜻한 붕어빵 한 봉투 사는 것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곳에 붕어빵 포장마차들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한탄만 하지 않고 "내 붕어빵은 다르다. 멀리서도 찾아온다. 한 번 먹어보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다음은 지난 14일자 '찐터뷰'를 통해 기사화됐던 일부 붕어빵 상인들과의 인터뷰 전문을 정리한 것이다.


"왜 세상이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나"
홍경애씨, 78세 여성, 홍제동 길거리에서 장사. 붕어빵 2개에 1000원, 4개에 2000원.

- 언제부터 붕어빵을 파셨나.

▷"나는 20년 넘었다."

- 요즘 붕어빵 파는 분들이 많이 줄은 것 같다.

▷"재료 가격이 너무 올랐다. 밀가루, 팥부터 전부 다 올랐다. 가스도 많이 올랐다. LPG(액화석유가스) 20kg 들이가 5만원이 넘는다. 원래는 3만원대였다. 붕어빵 틀이 식을까봐 계속 가스를 틀어놓지 않나. 그러면 금방 가스가 없어진다."

- 붕어빵 파는 기간은 어떻게 되나.

▷"추석 지나면 시작한다. 그래서 5월 정도까지 한다. 집에서 아침 6시30분쯤 나온다. 요즘은 추워서 일찍 들어간다. 건강이 좀 안 좋다. 오후 7시쯤 접는다."

- 붕어빵 안 파는 기간에는 어떤 장사 하시나.

▷"아무 것도 못 한다. 그냥 쉰다. 겨울에만 장사한다."

- 장사하는 분들 어렵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붕어빵이 잘 팔리지도 않는다. 아침에 떼온 물건 다 팔지도 못한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사람이 길거리에 없잖나.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3개 1000원에 팔았다. 지금은 2개 1000원이 됐다. 경제가 어려우니 모두가 어렵다. 코로나19 이후로 다 바뀌었다. 나는 세상 다 살았다. 내가 코로나19를 죽일 수만 있으면, 내가 죽여버리고 나도 죽었으면 좋겠다.(웃음)"

- 무슨 소리신가. 오래사셔야 한다.

▷"20년 넘게 붕어빵 장사 하면서 지금이 제일 힘들다. 왜 세상이 갈수록 나같은 사람이 살기 좋아져야 하는데 갈수록 안 좋아지나. 손님들도 저녁이면 와서 다 '예전이 좋았다'고 그런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혼자사는 영세민이다. 살 수가 없으니 이렇게 장사를 한다. 지원금이 나오지만 힘들게 산다. 요즘 세상에 에어컨이 없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을 거다."

"나는 기어이 다 팔고 퇴근한다…그래도 재밌다"
응암오거리 인근 골목길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설정이씨/사진=최경민 기자응암오거리 인근 골목길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설정이씨/사진=최경민 기자
설정이씨, 64세 여성, 응암오거리 인근 골목길에서 장사. 붕어빵 4개에 1000원.

- 언제부터 붕어빵을 파셨나.

▷"나는 15년쯤 팔았다."

- 요즘 붕어빵 파는 분들이 많이 줄은 것 같다.

▷"물가가 다 올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장사를 할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노점 단속 때문에) 큰 길에는 나갈 수가 없다. 이 포장마차를 어딘가에 보관해야 할 장소도 필요하다. 보관할 자리도 마땅찮다. 그런 원인이 크다. 골목에서도 못하게 하는 곳이 많은데 나는 워낙 오래해서 (구청 등에서) 봐주는 거다. 내가 쓰레기 버리는 장소 청소도 하고 그렇게 하니까 동네 분들도 봐주고 있다."

- 가스비 영향이 크다는 말도 있다.

▷"가스비가 엄청 많이 올랐다. LPG 20kg을 3만원대에 쓰다가, 요즘은 4만원대를 주고 있다. 그 정도면 3일하고 반나절 정도 쓴다. "

- 코로나19 영향은 없을까.

▷"내 경우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런데 그건 아마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 경우에는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학생들도 많이 오고, 어머님들도 많이 사시고, 멀리서도 사러 온다. (맛있어서) 단골 손님이 많다. 골목 장사한다고 손님들이 일부러 팔아주시기도 한다."

- 붕어빵 파는 기간은 어떻게 되나.

▷"10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한다."

- 붕어빵 안 파는 기간에는 어떤 장사 하시나.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다른 장사는 하지 않는다. 겨울에 번 것으로 살아간다. 예전에는 여름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몸이 좀 안 좋다. 그래서 쉬어야 한다. 여름에는 붕어빵을 팔기 위해서 병원에 다녀야 한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래 서있어서 다리가 안 좋다."

- 의자를 놓으시면 좋을 건데.

▷"의자를 놓으면 붕어빵 틀 높이랑 안 맞아서 붕어빵 굽기가 오히려 힘들다."

- 15년 전에 어떤 계기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셨나.

▷"우연찮게 시작했다. 15년 전에는 가구 사업을 했었다. 그걸 실패하고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됐다. 아는 사람이 이걸 했었는데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한 거다."

- 그래도 만족스럽게 하시는 거 같다.

▷"그렇다. 재미도 있다. 어차피 망할 사업은 그렇게 일찌감치 망해버렸다. 이제 이걸 하면 되는 거다. 멀리서도 내 붕어빵 먹으려고 온다. 학생들도, 어머님들도 찾으신다."

- 장사하는 분들 어렵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나는 하루에 팔 양을 가져와 하루 안에 다 판다. 어떻게든 판다. 늦게까지 안 팔리면 늦게까지 한다. 오늘 받은 물량은 될 수 있으면 다 팔고 들어가는 것이다."

- 들어가는 시간은 오후 9시쯤인가.

▷"넘을 때도 있다. 장사라는 게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잖나. 낮에 장사가 안 되면 늦게까지라도 파는 거다. 반죽이 다 떨어지면 끝낸다. 나는 기어이 팔고 들어간다. 늦게까지라도 판다."

"몇 만원 벌어봐야 뭐하나, 이제 관두려고 한다"
최종원씨, 74세 남성, 홍제동에서 약 30년 동안 장사. 붕어빵 2개 1000원, 5개에 2000원, 슈크림 섞으면 4개에 2000원.

- 언제부터 붕어빵을 파셨나.

▷"한 30년 됐다. 붕어빵 맛이 좋다고들 해서 이전에 신문에 나기도 하고 그랬다."

- 요즘 붕어빵 파는 분들이 많이 줄은 것 같다.

▷"가스가 너무 비싸다. 20kg(LPG)에 한 2만원 오른 거 같다."

단팥과 크림 중 뭘 좋아하세요? 근본은 단팥 아닌가.../사진=최경민 기자단팥과 크림 중 뭘 좋아하세요? 근본은 단팥 아닌가.../사진=최경민 기자
- 가스비가 가장 중요한가.

▷"그렇다. 반죽이나 팥 가격은 올라봤자 얼마 안 오른다. 가스가 너무 비싸지니까 사람들이 집어치우는 거다. 예전에는 가스비가 싸서 장사하기가 괜찮았다."

- 붕어빵 파는 기간은 어떻게 되나.

▷"10월 말부터 2월 말까지 판다. 아침 7~8시에 시작해서 저녁 9시면 끝난다. 붕어빵 시즌 끝나면 여름에 야채도 팔고 그런다."

- 장사하는 분들 어렵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버는 돈이 얼마 안 된다. 하루에 1만원, 2만원, 3만원. 벌어봐야 뭐하나. 가스가 3~4일에 한 통(20kg)씩 들어간다. 나도 이제 그만 두려고 한다."

- 왜 그만 두시려그러나. 그러지 마시라.

▷"이제 다른 거 하려고 한다. 가스값이 안 잡히지 않나. 더 오른다는 말도 있다."

"누가 이걸 하겠나…그런데 내거 한 번 먹어봐"
성기숙씨, 70세 여성, 은평구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장사. 붕어빵 2개에 1000원, 5개에 2000원.

- 언제부터 붕어빵을 파셨나.

▷"나는 5~6년쯤 됐다."

- 어떻게 처음 파시게 됐나.

▷"나는 이 슈퍼마켓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같지가 않다. 슈퍼마켓 장사가 신통치 않으니까 여기서 붕어빵을 파는 거다. 주변에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막 생겨났지 않나. 슈퍼마켓이 하락세다. 특히 겨울에는 여름보다 슈퍼마켓 장사가 훨씬 잘 안 되기도 한다."

- 요즘 붕어빵 파는 분들이 많이 줄은 것 같다.

▷"인건비가 안 나와서 그런다. 하루 팔면 마진이 어디가서 일해서 일당을 받는 거 보다 안 나온다. 벌이가 신통치 않다. 인건비 오르기 전에는 붕어빵 장사 같은 거 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때야 식당가에서 서빙이나 주방일하면 일당이 5만~6만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일당이 10만원이 됐다. 누가 이걸 하겠나."

- 붕어빵 안 파는 기간에는 어떤 장사 하시나.

▷"별로 할만한 게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한다."

- 붕어빵 장사는 계속 하실 건가.

▷"그렇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계속 할 거다."

- 잘 팔리시나보다

▷"잘 팔리기보다는 장사할 만한 게 이거 밖에 없다. 그래도 추억의 맛이라고 어른들이 좋아한다. 내거 한 번 먹어봐라. 딴 곳 보다 훨씬 맛있다."

"할 게 없어서 하는 거지만…우리집 붕어빵은 다르다"
황금빛 자태가 고운 붕어빵/사진=최경민 기자황금빛 자태가 고운 붕어빵/사진=최경민 기자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A씨 . 72세 여성. 목동에서 장사. 붕어빵 2개에 1000원, 5개에 2000원.

- 언제부터 붕어빵을 파셨나.
▷"약 20년 됐다."

- 요즘 붕어빵 파는 분들이 많이 줄은 것 같다.
▷"맞다. 재료가 비싸졌다. 팥, 크림 이런 게 비싸다.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약 3분의2 정도 오른 거 같다. 가스도 3일 정도 쓰는 LPG 20kg 들이가 3만원대였는데 4만~5만원까지 한다. 가스값이 너무 올랐는데 나라에서 어떻게 조절 좀 해줬으면 좋겠다. 돈은 안 남고, 재료비는 비싸니까 장사를 다 치우는 거다."

- 붕어빵 파는 기간은 어떻게 되나.
▷"10월부터 3월까지 한다. 아침 9시부터 나와 빵 틀을 데운다. 그래서 오후 7~8시까지 장사를 한다."

- 붕어빵 안 파는 기간에는 어떤 장사 하시나.
▷"여름에는 옥수수 같은 것을 판다. 그런데 장사는 겨울 붕어빵이 더 잘 된다."

- 장사하는 분들 어렵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지금이 최고로 힘들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 하루에 2만원이나 3만원도 못 번다. 그런데 어디 갈 곳도 없다. 그러니까 하는 거다."

- 그만 두신다는 분들도 주변에 많을 거 같은데.
▷"나도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붕어빵이 길거리에 없다고 우리 노점으로 찾아들 오더라. 나는 팥소를 직접 만들어서 판다. 20~40kg씩 팥을 사서 삶아서 만든다. 빵도 찹쌀로 만든다. 이 동네에서도 나만 그렇게 판다. 손님들이 와서 먹어보면 다르다고들 그런다. 찹쌀이라 연하고 부드럽다. 단골손님이 멀리서들 온다."

- 붕어빵은 어떻게 시작하셨나.
▷" 20년 전에는 집에서 애들을 키웠고, 길에서도 장사를 좀 했다. 우리집 아저씨는 버스 운전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붕어빵 장사를 같이 한다. 아저씨는 다른 곳에서 하고 있다. 내 나이가 72세고, 아저씨 나이가 76~77세다. 이 나이에 어디를 가겠나. 우리 두 사람 붕어빵 장사해서 전기료도 내고, 용돈할 정도를 겨우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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