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 이식한 美…한국선 당뇨환자에 '돼지췌도' 승인 대기중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1.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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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넨바이오, 무균돼지 췌도 인체 이식 임상계획 승인 대기 중
선례 없는 시도에 보건당국 숙고 중…"이르면 이달말 중간결과 논의"
미국 성공사례에 탄력 기대…업계 "긍정적 시각 발판 마련"

[볼티모어=AP/뉴시스]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메릴랜드 의료센터 수술팀이 지난 7일(현지시간) 환자 데이비드 베넷에게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미 의료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이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이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01.11.[볼티모어=AP/뉴시스]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메릴랜드 의료센터 수술팀이 지난 7일(현지시간) 환자 데이비드 베넷에게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미 의료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이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이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01.11.


전 세계적 기증장기 부족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가 나오면서 이종장기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넨바이오 같은 기업들이 돼지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3일 이종장기 전문 기업 제넨바이오에 따르면 회사는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임상이 승인되면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 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돼지 췌장안에 있는 췌도 세포덩어리를 인체에 주입한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유지가 어려운 1형 당뇨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이다. 잦은 인슐린 주사로 저혈당증이 발생해 빈번히 의식을 잃는 등 환자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는 국내 이종췌도이식의 잠재적 대상자가 국내에만 약 50만명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넨바이오가 해당 임상을 규제당국에 제출한 것은 지난 2020년 8월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준에 맞춘 세계 최초의 이종췌도 이식 임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선례가 없는 임상에 당국의 신중한 입장이 이어졌다. 보다 안정적 데이터 확보를 위해 회사 측에 보완을 요청했고, 회사는 기존 임상계획을 철회한 뒤 지난해 8월 변경 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초 당국 결정여부 통보 시점은 내달 9일이었지만, 자료 보완 등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결정 시점은 연기될 전망이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선례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규제당국의 신중한 입장을 이해하고, 충분히 납득시킬 만한 안정성 데이터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식약처와 만나 중간결과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4년 형질전환돼지의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해 6개월 이상 인슐린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정상혈당을 유지시키며 이종췌도의 가능성을 확인한 인물이다. 오랜 기간 연구에 매진한 그는 이종장기 분야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높이 사고 있으며, 특히 이번 미국의 실제 이식 성공사례가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메디컬센터는 지난 7일(현지시간) 시한부 판정을 받은 57세 남성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는 현재까지 생존 중으로, 전세계적으로 부족한 이식 장기 수급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장기 이식 대기자만 11만명에 이르고, 국내 역시 장기이식 대기자 수 대비 공급되는 장기의 비율이 10% 수준에 불과해 하루 5.2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에게 직접 이식해 초급성(초기) 거부반응 없이 수 일간 생존한 굉장히 큰 사건"이라며 "과거에도 직접 이식사례는 있었지만 거부반응에 몇 시간 조차 못견디는 일이 많았다. 이번 사례의 생존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종장기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며 국내 관련 산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인공장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71억달러(약 20조3060억원)에서 오는 2025년 309억달러(약 36조7000억원)로 연 평균 8.9%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인공장기 시장의 큰 축은 크게 세포기반 3D바이오프린팅과 이종장기 분야로 나뉜다. 다만 3D바이오프린팅 분야는 아직 초기 연구단계에 머물러 현재로써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이종장기로 꼽힌다.

실제로 이종장기 분야는 지난 2012년 유전자편집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속도가 붙었다. 이종장기 분야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동물은 인간과 장기형태가 가장 유사한 돼지다. 하지만 종(種)이 다른 만큼 이식 이후의 면역거부반응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유전자편집기술은 돼지 장기가 인체에 들어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제거하는데 혁신적 성과를 이끌었다.

이에 같은 해 미국에서 이종이식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제노테라퓨틱스가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형질전환돼지의 피부를 화상치료용으로 이식하는 임상 1상시험을 승인받은 뒤, 지난해 뉴욕대 연구진이 형질전환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해 정상 작동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꾸준한 진보를 이뤄왔다. 업계는 이번 미국 심장이식 성공 사례가 과거 유전자편집기술의 발전 만큼 추가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개발로 이종장기 이식 분야 기술력은 어느정도 올라왔지만 부족한 선례와 윤리적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아왔다"며 "윤리적 문제 역시 중장기적으로 풀어야할 과제지만, 이번 미국 성공 사례는 전세계 규제기관들이 보다 긍정적으로 이종장기 기술을 바라 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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