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거 고르랬더니 주방세제 담아"…마음 울린 어린 남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2.01.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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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에서 계산을 머뭇거리는 어린 남매에게 먹을거리를 한가득 사주고 왔다는 한 시민의 미담이 전해졌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다녀왔는데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난 11일 밤 11시가 넘어 맥주를 사려고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 발등이 찢어지게 시린 날씨"였다며 당시 편의점에서 겪은 사연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가 맥주 4캔을 계산하려는데 과자 판매대에서 5~6세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뛰어와 계산대에 과자를 올려놨다.

이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과자 금액을 듣고선 '이건 비싸서 안 돼'라고 했고 남자아이는 부피가 더 작아 보이는 과자를 집어서 올려놨지만 이 역시 한도 초과였다고 한다. 결국 남매가 고른 것은 컵라면 두 개와 소시지, 삼각김밥 하나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A씨는 남매의 상황을 눈치채고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다 "'아저씨 먼저 계산하게 해주면 너희 먹고 싶은 것 다 사줄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해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A씨는 "먼저 계산하고 나니 두 아이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집에 200일 가까이 된 딸 생각도 나고 울컥했다"고 했다.

A씨는 재차 "너희가 양보해줘서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야. 돈도 아저씨가 다 내줄 거야. 먹고 싶은 것 다 골라서 여기 담아볼래? 엄청나게 많이 골라도 돼"라면서 바구니에 컵라면을 몇 개 담아서 건네줬다.


쭈뼛거리던 남매는 그제야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A씨는 "그래 봐야 과자 2개 골랐다. 여자아이는 먹을 것 하나 고르지 않고 주방 세제를 바구니에 넣더라"라며 "그래서 제가 바구니에 과자, 라면, 소시지, 빵 등을 골라 담아 계산해줬다"고 했다.

A씨가 "겁내거나 걱정하지 말고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라"라고 하자 여자아이는 힘없는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A씨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집 가는 척하다가 편의점 모퉁이에서 몰래 봤다. 남매는 가로등 아래서 봉지 안을 휘저으며 뭐가 있나 보더라"라면서 "봉지 안을 보던 남동생은 고개를 들면서 씩 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A씨는 "집에 걸어오면서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아이들에게 더 깊게 이것저것 묻는 게 상처가 될까 봐 참았는데 지금은 사정을 알고 싶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좋은 일 하신 거에요. 코끝이 찡해집니다", "한 번도 저런 상황을 마주한 적이 없지만 꼭 도와줄 거에요", "복 받으실 거다", "주방 세제 고른 여자애가 벌써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결식아동들이 생각보다 많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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