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웃기다고요? 이건 하이퍼리얼리즘 다큐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1.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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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좋소', 사진제공=왓챠'좋좋소', 사진제공=왓챠


“‘미생’이 오피스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다큐멘터리다.”

어느덧 네 번째 시즌 공개를 앞둔 숏폼 드라마 ‘좋소좋소좋소기업(좋좋소)’의 정체성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듯하다. ‘좋좋소’는 이렇다 할 스펙 없는 29살 사회 초년생이 척박한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취직해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극사실주의 드라마다. 직원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중소기업을 비꼬는 표현(X소기업)과 발음이 같은 표기를 고스란히 드라마 제목으로 가져온 것부터 극에서 중소기업을 어떻게 다룰지 짐작 가능하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제목이 준 힌트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여기 정승 네트워크인데요, 혹시 오늘 면접 가능하세요?” 친구와 급만남도 아니고, 급 면접이라니. 이상한 회사라는 신호가 분명하지만, 취업에 목말랐던 조충범(남현우)은 그 길로 정승네트워크의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준 정이사(조정우)는 면접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눈치다. 어찌어찌 진행된 면접이 끝날 무렵, 충범의 이력서를 훑던 정사장(강성훈)은 노래를 시킨다. 당황한 충범에게 이과장(이과장)은 종이컵 마이크까지 쥐여주며 독려하고, 얼떨결에 노래에 랩까지 한 충범은 정사장으로부터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말을 듣는다.



‘좋좋소’ 첫 화에 담긴 충범의 면접 에피소드는 공개 2주 만에 100만 뷰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며 관심을 모았다. ‘면접 보다가 설마 노래까지 시키겠냐’는 반응에 ‘여기 노래시켜서 노래 부른 사람 있다’는 사례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총 26화까지 공개된 가운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입소문을 탄 ‘좋좋소’는 현재 총 누적 조회 수 5300만 뷰를 넘어섰다.

충범에겐 어렵게 입사한 회사건만 사실 이곳은 버티기 레벨이 더 높아 보인다. 정승네트워크로 말할 것 같으면 창립 20년이 되도록 전 회사에 대한 이야기만 하며 과거 영광에 젖어 사는 정사장과 대체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백두혈통 정이사(조정우)가 재직 중인 회사다. 모두가 퇴근하기만 기다렸다가 업무용 샘플, 믹스 커피를 가방에 챙기는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을 즐기는 직원, 업무 시간에 인터넷 쇼핑몰 페이지 스크롤 내리기에 여념 없는 직원, 파란색 가득한 주식 창을 들여다보며 양손 가득 머리카락을 쥐는 직원 등등이 근무하고 있다.



'좋좋소', 사진제공=왓챠'좋좋소', 사진제공=왓챠
여기에 사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직원에게 “믿음”을 강조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정작 계약서를 작성할 땐 취업 공고에 적힌 연봉보다 낮은 금액을 적은 계약서를 내미는 꼼수를 쓴다. 사장이 부르는 대로 직원의 직급이 달라지니 이에 따라 승진도 가능하지만, 월급은 직급 따라 오르지 않기에 직원들은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 연봉 체계는 정해진 게 없고, 이는 직원 처우가 형편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백진상(김경민)의 제안으로 펼쳐진 연봉 협상 테이블조차도 명확한 기준 없이(사장이 다룰 수 있는 직원과 없는 직원으로 나뉜 듯) 인상과 동결이 결정됐다.

‘좋좋소’를 본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마치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긴 것 같다”며 현실성 높은 이야기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양팔에 소름이 돋을 만큼 리얼하게 느껴졌다”는 시청 소감은 “우리 회사 CCTV를 가져다 틀었다고 해도 믿었을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날것 그대로의 열악한 현실을 고스란히 옮겼다는 의미가 담겼다. 여기에는 조충범 역의 남현우, 백진상 역의 김경민 등 몇몇을 제외한 ‘좋좋소’ 출연자들이 유튜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배우가 아닌 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던 건, 이들이 연기가 아닌 자신의 경험을 재연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좋소’의 매 에피소드에서 내 이야기, 내 주변 이야기를 찾을 만큼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10명 중 8명(83.1%)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우리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풍경에서 경험을 토대로, 세세하고 밀도 있게, 솔직하지만 과하지 않도록 담아내려 노력한 덕분일 테다. “요즘 저런 회사가 어디 있냐”는 반문도 물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시청자는 “내게는 이게 현실” “아직도 이런 회사 많다”며 ‘좋좋소’에 공감을 표현한다. (실명을 밝히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이런 회사가 설마 있다고?’라며 믿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유일한 여자라는 이유로 강아지 두 마리를 매일 산책시키는 부사장님이 계세요. 제 지인이오.)

물론 중소기업을 웃음 소재로 다뤘다며 불편할 누군가도, 이런 민낯이 거북한 누군가도 있을 수 있다. 너무나 날것이라며 반감을 표할 수도 있다. 다만 진실은 때론 불편함을 야기하고, 현실이란 자체만으로도 암울하게 다가 올 수 있으니까. 그저 ‘좋좋소’가 웃음으로 드러낸 부분들이, 공감으로 웃음으로 봤던 모든 이들이 진실하게 ‘웃을 수 있는’ 그날이 언젠가는 올 수 있지 않을까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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