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그놈...'그녀'는 찾지 마세요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2.0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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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23)] 겨울 특식 책임지는 대게와 붉은대게

편집자주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그놈...'그녀'는 찾지 마세요


"니들이 게맛을 알어?"

20여년 전 영화배우 신구가 출연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광고가 있었다. 롯데리아의 크랩버거였다. 햄버거 패티에 붉은대게와 꽃게살을 섞어 30% 넣었는데, 대박이 났다. 그때까지 국내에선 게살을 버거에 넣는다는 상상을 해본 이가 거의 없었던 영향이었을까.

가끔 동네 골목에 트럭을 몰고 다니는 상인들이 쪄서 파는 붉은대게(홍게)는 찔 때 나오는 아찔한 향으로 귀가하던 직장인들의 지갑을 털어가고는 한다. 그보다 더 귀한 몸인 대게는 날 잡아서 수산시장에 가야 맛보는 특식에 가깝다. 꽃게나 돌게보다 커다랗고 꽉찬 속살을 자랑하는 대게. 그런데 대게의 '대' 자가 '클 대'(大)가 아니란 사실을 아시는지.



대나무처럼 곧은 다리…그래서 '대(竹)게'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에서 관광객들이 제철을 맞은 대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해 11월 14일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에서 관광객들이 제철을 맞은 대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실 대게의 '대' 자는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나무를 뜻한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기 때문이다. 대게를 한자로 죽해(竹蟹)라고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대게(Chionoecetes opilio)를 먹어온 역사는 오래 됐다. 고려 태조 왕건이 경상도 예주(현 경북 영덕 영해면)를 순시할 때 수랏상에 오른 뒤 지역 특산물이 됐다. 1950년대에 영덕 수산물회사에서 대게로 통조림을 생산하면서는 '영덕 대게'가 유명세를 탔다.

대게는 대개 동해에서부터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해, 북미 서해안, 그린란드까지 널리 분포한다. 반면 붉은대게(Chionoecetes japonicus)는 동해와 오호츠크해에만 분포한다. 대게는 100~500m 수심, 수온 5℃ 이하에 주로 산다. 붉은대게는 그보다 깊은 500~2000m에서 주로 0.1~0.3℃의 수온에서 산다.

붉은대게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조업이 이뤄졌다. 학술적으로 '홍게'라 부르는 게 맞다고 하지만, 한때 값이 비싸고 어획량이 적은 대게를 대신해 판매되면서 맛은 대게 못지 않다는 이유로 '붉은대게'로 불리게 됐다. 최근에는 오히려 싼 값에 먹을 수 있어 붉은대게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붉은대게 대부분은 가공돼 수출되는데, 최근에는 붉은대게를 이용한 맛살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과거와 달리 배 안에 활어수용시설을 갖춘 조업선박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붉은대게 활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먹는 대게와 붉은대게는 모두 '수컷'
2016년 2월 19일 오전 11시 30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화진리 동방 15리 해상에서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일명 빵게)를 불법 포획한 A호(구룡포선적.7.93t)가 포항해경의 검문검색에 불응한 후 달아났다 추적한 해경 함정에 검거되고 있다.해경 조사에서 선장 이 모(38)씨 등 선원 5명은 암컷대게 8694마리(시가 4000만원 상당)를 포획한 것으로 밝혀졌다,해경은 암컷대게 전량을 해상에 방류했다. /사진=뉴스12016년 2월 19일 오전 11시 30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화진리 동방 15리 해상에서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일명 빵게)를 불법 포획한 A호(구룡포선적.7.93t)가 포항해경의 검문검색에 불응한 후 달아났다 추적한 해경 함정에 검거되고 있다.해경 조사에서 선장 이 모(38)씨 등 선원 5명은 암컷대게 8694마리(시가 4000만원 상당)를 포획한 것으로 밝혀졌다,해경은 암컷대게 전량을 해상에 방류했다. /사진=뉴스1
대게와 붉은대게의 암컷은 성체가 되면 탈피를 하지 않고 성장이 멈추기에 수컷보다 몸체가 작다. 흔히 빵게라고 부른다. 대게는 첫 산란 시기 8~10월에 교미한 뒤 1년 반 동안 알을 품고 있다가 해를 두번 넘긴 뒤 2~4월에 알을 낳는다. 두번째 산란은 2~4월에 교미, 1년간 알을 품다가 그 다음해 2~4월에 부화한다. 붉은대게의 산란 시기는 특정하지 않고 연중 산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게와 붉은대게 모두 암컷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1년 내내 포획이 금지된다. 이를 잡거나 유통하면 최대 2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수컷도 갑장(게딱지의 위아래 길이) 9㎝ 이하는 연중 포획이 금지된다. 대게 금어기인 6~11월에는 9 ㎝가 넘어가는 수컷도 어획이 금지된다.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잡힌 갑장 9㎝ 이상의 수컷만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것. 붉은대게는 갑장 크기에 따른 포획금지가 설정되지 않아 어린 개체까지 유통되고 있으나, 성체와 비교해 어린 개체는 품질이 떨어진다. 붉은대게의 금어기는 7월10일부터 8월25일까지다.

따뜻한 물 좋아하는 꽃게, 차가운 물 좋아하는 대게
대게와 붉은대게, 너도대게의 차이. /사진=국립수산과학원대게와 붉은대게, 너도대게의 차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대표적인 게류 중 하나인 꽃게는 수심 5~30m, 수온 4~30℃에 서식하고 6℃ 이하의 낮은 수온에서는 동면에 접어들며,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온이 17℃ 이상 되어야 한다. 즉 꽃게는 따뜻한 물에서 서식하는 어종이고 대게와 붉은대게는 차가운 물에서 서식하는 어종이다. 대표적인 수입 어종인 킹크랩(왕게)은 차가운 물에서 서식하는 공통점이 있으나 킹크랩은 다리가 8개, 대게와 붉은대게는 다리가 10개이다.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대게류 중 대게, 붉은대게 외에 너도대게(Chionoecetes sp.)가 있다. 이들은 외부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윤석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대게는 갑각 뒤쪽 옆에서 시작된 2개의 옆줄이 나란히 뻗어있고, 붉은대게는 갑각 뒤쪽 옆에서 시작된 2개의 옆줄이 앞으로 가면서 합쳐진다"며 "너도대게는 갑각 뒤쪽 옆에서 시작된 2개의 옆줄이 앞으로 가면서 가까워지지만 합쳐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게보다 10배 가까이 잡히는 붉은대게 어획량
(위)대게와 (아래)붉은대게.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대게와 (아래)붉은대게.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우리나라 동해에서만 어획되는 대게는 서식수심이나 어획장소가 한정돼 있어 어획량은 많지 않았다. 과거에는 주로 경북지방에서 소형자망어업에 의해 잡혀 1996년까지 200톤 이하의 낮은 어획수준을 보였으나 1996년 이후 경북 구룡포 지역과 강구지역의 근해자망어업에 의한 동해 중간수역에서의 대게 어획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1997년 815톤, 1999년 1134톤으로 높은 어획수준을 보이면서 동해의 주요어종 중 하나가 됐다. 2007년 4817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 1572톤으로 대폭 줄었다. 2020년 어획량은 1733톤이다.

붉은대게는 1990년대 초반에 어획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1997년 이후 급격히 줄어 2002년에는 9166톤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어획량은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서 2015년 4만1647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붉은대게 어획량은 1만553톤이었다.

대게 딱지의 검은 알갱이 "인체에 무해합니다"
대게찜을 먹은 뒤 반드시 거쳐가는 '게딱지 내장비빔밥'. 사진 속 밥 위에 올려진 검은 것은 '깨'로, 기사에서 언급하는 검은 알갱이와 무관하다. /사진=최우영 기자대게찜을 먹은 뒤 반드시 거쳐가는 '게딱지 내장비빔밥'. 사진 속 밥 위에 올려진 검은 것은 '깨'로, 기사에서 언급하는 검은 알갱이와 무관하다. /사진=최우영 기자
대게와 붉은대게는 양질의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되며 담백함과 특유의 감칠맛을 가지고 있다. 뼈의 성장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칼슘이 풍부하고 에너지와 탄수화물, 지방산 대사에 관여하는 나이아신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체내 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대게는 체내 세포 성장, 생식 기능과 면역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연도 풍부하고, 강력한 항산화 효과와 노화 방지 효능이 있는 비타민E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찜, 탕, 찌개뿐 아니라, 게장, 내장비빔밥 등으로 다양하게 소비된다. 간혹 내장비빔밥을 게딱지에 담아줄 때 갑각에 붙은 검은 알갱이를 보고 꺼려하는 이들이 있다. 윤석진 연구사는 "이는 바다거머리의 알주머니인데, 깊은 바닷속에는 바다거머리의 산란에 적합한 딱딱한 곳이 없기 때문에 대게의 껍데기에 알을 낳고, 대게가 이동함에 따라 바다거머리 역시 폭넓은 생활 공간을 가지는 것"이라며 "이 바다거머리의 알은 대게의 체내에 기생하지는 않아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대게 즐기는 '대한민국 수산대전'
맛있는 대게 두 마리. /사진=최우영 기자맛있는 대게 두 마리. /사진=최우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년 내내 '대한민국 수산대전'이 열린다. 해양수산부가 여는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유통·롯데마트·GS리테일·메가마트·서원유통·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쿠팡·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베이코리아·수협쇼핑·위메프·오아시스·SSG.com·CJ ENM·더파이러츠·GS홈쇼핑·롯데온·인터파크·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아이쿱·두레·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삼삼해물·풍어영어조합법인·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매일 먹는 반찬에 질려 입맛이 떨어질 때, 살이 꽉찬 대게 다리와 집게 살을 뜯어먹으며 겨울철 원기 회복에 힘써보는 건 어떨까.
맛있는 대게 집게살. 대체육으로 만든 가공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난다. /사진=최우영 기자맛있는 대게 집게살. 대체육으로 만든 가공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난다. /사진=최우영 기자
감수: 윤석진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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