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전 영화배우 신구가 출연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광고가 있었다. 롯데리아의 크랩버거였다. 햄버거 패티에 붉은대게와 꽃게살을 섞어 30% 넣었는데, 대박이 났다. 그때까지 국내에선 게살을 버거에 넣는다는 상상을 해본 이가 거의 없었던 영향이었을까.
대나무처럼 곧은 다리…그래서 '대(竹)게'

우리나라에서 대게(Chionoecetes opilio)를 먹어온 역사는 오래 됐다. 고려 태조 왕건이 경상도 예주(현 경북 영덕 영해면)를 순시할 때 수랏상에 오른 뒤 지역 특산물이 됐다. 1950년대에 영덕 수산물회사에서 대게로 통조림을 생산하면서는 '영덕 대게'가 유명세를 탔다.
대게는 대개 동해에서부터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해, 북미 서해안, 그린란드까지 널리 분포한다. 반면 붉은대게(Chionoecetes japonicus)는 동해와 오호츠크해에만 분포한다. 대게는 100~500m 수심, 수온 5℃ 이하에 주로 산다. 붉은대게는 그보다 깊은 500~2000m에서 주로 0.1~0.3℃의 수온에서 산다.
붉은대게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조업이 이뤄졌다. 학술적으로 '홍게'라 부르는 게 맞다고 하지만, 한때 값이 비싸고 어획량이 적은 대게를 대신해 판매되면서 맛은 대게 못지 않다는 이유로 '붉은대게'로 불리게 됐다. 최근에는 오히려 싼 값에 먹을 수 있어 붉은대게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붉은대게 대부분은 가공돼 수출되는데, 최근에는 붉은대게를 이용한 맛살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과거와 달리 배 안에 활어수용시설을 갖춘 조업선박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붉은대게 활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먹는 대게와 붉은대게는 모두 '수컷'

대게와 붉은대게 모두 암컷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1년 내내 포획이 금지된다. 이를 잡거나 유통하면 최대 2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수컷도 갑장(게딱지의 위아래 길이) 9㎝ 이하는 연중 포획이 금지된다. 대게 금어기인 6~11월에는 9 ㎝가 넘어가는 수컷도 어획이 금지된다.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잡힌 갑장 9㎝ 이상의 수컷만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것. 붉은대게는 갑장 크기에 따른 포획금지가 설정되지 않아 어린 개체까지 유통되고 있으나, 성체와 비교해 어린 개체는 품질이 떨어진다. 붉은대게의 금어기는 7월10일부터 8월25일까지다.
따뜻한 물 좋아하는 꽃게, 차가운 물 좋아하는 대게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대게류 중 대게, 붉은대게 외에 너도대게(Chionoecetes sp.)가 있다. 이들은 외부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윤석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대게는 갑각 뒤쪽 옆에서 시작된 2개의 옆줄이 나란히 뻗어있고, 붉은대게는 갑각 뒤쪽 옆에서 시작된 2개의 옆줄이 앞으로 가면서 합쳐진다"며 "너도대게는 갑각 뒤쪽 옆에서 시작된 2개의 옆줄이 앞으로 가면서 가까워지지만 합쳐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게보다 10배 가까이 잡히는 붉은대게 어획량

붉은대게는 1990년대 초반에 어획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1997년 이후 급격히 줄어 2002년에는 9166톤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어획량은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서 2015년 4만1647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붉은대게 어획량은 1만553톤이었다.
대게 딱지의 검은 알갱이 "인체에 무해합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찜, 탕, 찌개뿐 아니라, 게장, 내장비빔밥 등으로 다양하게 소비된다. 간혹 내장비빔밥을 게딱지에 담아줄 때 갑각에 붙은 검은 알갱이를 보고 꺼려하는 이들이 있다. 윤석진 연구사는 "이는 바다거머리의 알주머니인데, 깊은 바닷속에는 바다거머리의 산란에 적합한 딱딱한 곳이 없기 때문에 대게의 껍데기에 알을 낳고, 대게가 이동함에 따라 바다거머리 역시 폭넓은 생활 공간을 가지는 것"이라며 "이 바다거머리의 알은 대게의 체내에 기생하지는 않아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대게 즐기는 '대한민국 수산대전'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유통·롯데마트·GS리테일·메가마트·서원유통·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쿠팡·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베이코리아·수협쇼핑·위메프·오아시스·SSG.com·CJ ENM·더파이러츠·GS홈쇼핑·롯데온·인터파크·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아이쿱·두레·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삼삼해물·풍어영어조합법인·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매일 먹는 반찬에 질려 입맛이 떨어질 때, 살이 꽉찬 대게 다리와 집게 살을 뜯어먹으며 겨울철 원기 회복에 힘써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