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갈치가 원래부터 비싼 생선이었던 건 아니다. 몇십년 전만 해도 다른 생선을 살 때 덤으로 안겨주기도 하고, 대충 발라낸 뒤 뼈에 붙은 남은 살은 개밥으로도 주곤 했다. 그야말로 서민 음식이던 갈치가 '큰 마음 먹고' 사는 고급 어종이 된 것은 새끼 갈치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잡아먹은 결과다.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모델들이 제주산 갈치 할인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갈치의 가장 큰 특징은 몸 전체가 비늘 대신 은백색으로 빛나는 가루로 덮인 것. 이는 구아닌이라는 유기염기로, 손으로 만질 경우 가루가 묻어나온다. 구아닌은 인조 진주의 광택원료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많이 먹을 경우 복통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먹기 전에는 최대한 제거하는 게 좋다.
다른 생선과 헷갈리기 어려운 외모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갈치. /사진=뉴스1
등지느러미의 기저는 매우 길며 뒷지느러미의 연한 가시는 퇴화돼 매우 짧고, 대부분 피부 아래에 묻혀 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깔깔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옆줄은 1줄로, 가슴지느러미 윗쪽에서 비스듬히 내려와 그 이후부터는 몸 중앙부보다 아래쪽에 치우쳐 꼬리쪽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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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처럼 생긴 모습 때문에 '갈치'가 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자산어보에서는 갈치의 속명을 '도어(刀魚)'나 칡덩쿨을 뜻하는 '갈치어(葛峙魚)'라고 부른다. 역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다치우오(太刀魚), 중국에서는 다오위(刀魚)라고 부른다.
눈알이 노란 색이면 '수입산'일 확률 높아
(위에서부터)동동갈치, 봉동갈치, 갈치, 분장어. /사진=FAO
꼬리지느러미가 없고 몸의 끝부분이 뾰족하고 길게 돌출된 경우 아가미뚜껑 아래 가장자리가 오목하고 측선이 가슴지느러미 부근에서 비스듬하게 휘어져 내려오며 뒷지느러미의 연조 수가 110개 이하이면 갈치다. 아가미뚜껑 아래 가장자리가 둥글고, 측선이 가슴지느러미 부근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뒤쪽으로 이어지고, 뒷지느러미의 연조 수가 130개 이상이면 분장어다.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세네갈, 파키스탄산 수입갈치와의 가장 큰 차이는 눈동자다. 눈이 검은자 주변이 흰색을 띄면 국내산 갈치, 노란빛을 띄면 외국산 갈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일본산의 경우 눈 흰자가 국내산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어시장에서 파는 은갈치와 먹갈치는 같은 종이다. 낚시로 잡아 몸통의 은빛이 상하지 않은 걸 은갈치, 그물로 잡아 은빛이 많이 벗겨진 경우 먹갈치라고 부른다.
40년 새 절반도 안되게 줄어든 갈치 어획량
2017년 9월 8일 오전 제주 추자도 남동쪽 22km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충남 보령시 대천항 선적어선이 해경에 붙잡혔다. /사진=뉴스1
옛 속담 중 "싼 게 비지떡"과 같은 뜻으로 "값싼 것이 갈치자반"이라는 말이 있었나 이제는 이런 속담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이에 해양수산부는 7월 한달을 갈치 금어기로 지정하고 포획금지체장을 연중 항문장 18㎝로 설정했다. 그 덕분에 2020년 어획량이 6만5719톤으로 소폭 늘었다.
갈치조림부터 젓갈까지 다양한 변신
밥도둑 갈치 속젓. /사진=네이버쇼핑
권대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은 "갈치는 과거 어획량이 높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생선이었으나 최근 해양환경 변동, 어획 강도 강화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어획량이 감소했다"며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고 큰 물고기만 이용하는 선택은 곧 풍부한 갈치 어획량과 연계되고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지기에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맛있는 갈치, 설날엔 더 싸다
시래기 갈치조림. /사진=수협쇼핑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유통·롯데마트·GS리테일·메가마트·서원유통·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쿠팡·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베이코리아·수협쇼핑·위메프·오아시스·SSG.com·CJ ENM·더파이러츠·GS홈쇼핑·롯데온·인터파크·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아이쿱·두레·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삼삼해물·풍어영어조합법인·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설을 맞이해서는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갈치 등 대중성 어종 6종은 20% 할인행사를 추진한다. 온오프라인 업체 30여개와 연계해 명절 전 소비가 집중되는 2주간 행사를 추진하며, 1인당 한도도 기존 1만원에서 2만원으로 확대한다.
금지체장을 넘겨 잡힌 맛있는 우리 갈치와 함께 이번 설날 밥상을 꾸며보면 어떨까.
감수: 권대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