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CEO들에게 듣는 CES2022 비하인드 스토리

머니투데이 이유미 기자 2022.01.11 17:38
글자크기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의 IT 행사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 한국 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다. 올해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오미크론을 이유로 불참한 데다 500여개(온·오프라인 포함)의 국내 기업이 참가하면서 해외 기업의 공백을 한국 기업이 메웠다는 평이다. 덩달아 국내 스타트업 기술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마다 CES 우수 출품작을 가리는 'CES혁신상'을 차지한 국내 벤처·스타트업 수가 74개에 달한다. 전 세계 혁신상 중 5분의 1을 K스타트업이 차지한 것이다. CES2022에 참가한 몇몇 스타트업 대표에게 참석 소감을 물었다.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CES 속 이모저모를 담았다.

성창경 로보그램 인공지능연구소 대표(사진 왼쪽)가 부스 방문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로보그램성창경 로보그램 인공지능연구소 대표(사진 왼쪽)가 부스 방문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로보그램


◇ "한국에서 쓴다니 우리도.." - 로보그램
한국의 교육열은 해외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코로나로 온라인 교육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로보그램은
어려운 테스트 코딩언어로만 가능했던 '메타버스 게임 만들기'를 블록 코딩으로 가능케 하는 플랫폼 '잼S'(JEM-S)로 시선을 모았다. AI(인공지능) 강의 시스템 덕에 국경을 넘어 비대면 교육이 가능한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성창경 로보그램 인공지능연구소 CEO(최고경영자)는 "국내에서 쌓아온 교육 성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며 "싱가포르 코딩 전문기업(덕 러닝)과 선라이스(베트남 유통기업) 등이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거뒀다. 오는 4월부터 미국 내 일부 학교에 베타 테스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다수 학교에 공급망을 확보한 바이어 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성과 여부에 따라 미국 내 1000개 학교에 잼S를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성 대표는 "CES로 북미 시장 진출을 꾀할 것"이라며 "CES에서 논의한 것들이 잘 풀린다면 하반기까지 3000만달러(약 360억원)의 해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사진을 찍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앱 'TT케어'가 전시 중이다/사진제공=에이아이포펫반려동물 사진을 찍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앱 'TT케어'가 전시 중이다/사진제공=에이아이포펫
◇ "글로벌 진출 자신감 생겨" - 에이아이포펫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는 CES를 통해 뜻밖의 수확을 거뒀다. 바로 '자신감'이다. 해외 미디어들의 적극적 관심 덕이다. '신기하다', '당장 어디까지 사용이 가능하냐', '혁신 기술이다'. 해외 미디어들은 에이아이포펫을 적극 취재해갔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혁신기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조명했다. 녹록지 않은 스타트업의 길이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긍정적 시선으로 힘을 얻은 것이다.

에이아이포펫은 반려동물의 눈이나 피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건강을 분석해주는 AI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CES를 계기로 미국 5대 사료 회사 중 하나인 '푸리나'와 제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 VC들과 미팅도 진행했다. 허 대표는 "한국 참가 기업들과의 대화도 인상적이었다"면서 "먼 땅인 미국에서 펫 분야 국내 기업들과 협업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색적이었다"고 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체감했어요. 애초 글로벌 진출을 계획했는데 이번 기회로 더욱 힘을 내서 진행할 수 있을 거 같아요."


K스타트업 CEO들에게 듣는 CES2022 비하인드 스토리
◇"효과 봤다. CES2023 이미 예약"- 에보소닉
헬스케어 전문업체 에보소닉은 CES에서 비교적 큰 부스를 열었다. 스타트업의 경우 공동 부스 형태로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제품 여러 개를 들고 간 만큼 8개 부스 규모로 꾸린 것이다. 한국에서만 직원이 6명, 시드니에서 2명이 날아왔다. CES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만 1년을 쏟았다고 했다.

최재영 에보소닉 대표는 "대규모 부스를 운영하니 지출 부담은 커도 투자 효과는 체감한다"며 "미국 글로벌 헬스케어 유통 그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게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또 "2022년에도 참가할 예정"이라며 "CES2023 부스를 벌써 예약해 뒀다"고 말했다.

에보소닉은 음향 진동의 원리를 슬립테크 등에 녹인 헬스케어 업체다. △안마체어 △운동기기 △스마트 베개 △관절 의료기기
등을 출품했다. 음향 진동 기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규명해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게 회사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다. 오는 2023년에는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이번 CES에서는 일본·독일·미국 등지의 회사와 투자 얘기가 오갔다.

장지연 티쓰리큐 기술마케팅 실장(사진 왼쪽)이 해외 관람객을 대상으로  AI훈민정음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티쓰리큐장지연 티쓰리큐 기술마케팅 실장(사진 왼쪽)이 해외 관람객을 대상으로 AI훈민정음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티쓰리큐
◇ "훈민정음 속 한글의 원리처럼 AI 개념을 쉽게 세계로"- T3Q
훈민정음은 일반 백성들이 글자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28개의 문자로 세계 언어를 간명하게 담을 수 있어 과학적·체계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티쓰리큐(대표 박병훈)는 여기에 착안한 AI 사례집을 CES에서 공개했다. 'AI훈민정음'은 모두 28개의 케이스를 갖췄는데, 이를 따라하면서 AI를 쉽게 배우고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다. 인공지능에서 다루는 데이터(텍스트·이미지·음성·바이너리 등 7가지)와 태스크 4종(회귀·분류·이상탐지·군집화)를 조합해 제공한다.

장지연 티쓰리큐 기술마케팅 실장은 "이번 CES에서 공개한 AI 훈민정음에 대해 국내외 관람객들의 관심이 컸다"며 "올 하반기 중에는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힐스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CES 참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힐스엔지니어링힐스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CES 참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힐스엔지니어링
◇ "유럽통합인증(CE)만 통과하면 구매하겠다" - 힐스엔지니어링
자율주행 로봇 업체 힐스엔지니어링은 이번에 '방역 로봇'에 주안을 뒀다. 해외의 경우 방역 활동을 UVC(자외선)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방역용 약재를 분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박명규 힐스엔지니어링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프랑스 바이어 등이 CE 인증 통과를 전제로 해외 수출 및 구매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스트리트드론 랩스(자율주행 개조 기술 업체), 유비테크(중국계 유니콘 로봇기업)를 비롯해 미국 및 이스라엘 기업 등이 부스를 방문해 관심을 보였다"며 "이들 중 일부 기업과는 협업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그는 "상세한 것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미국 중견 기업 A사와는 스마트 물류 분야에서, 이스라엘 영상 AI 업체와는 농업용 로봇 분야에서의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힐스엔지니어링은 CES 행사 중 즉석에서 실리콘밸리 소재의 라이다(LiDAR) 기술 스타트업 '드림VU'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김대근 아이메디신 이사가 뇌파 측정기기 '아이싱크브레인'을 착용하고 로이터 취재진들과 인터뷰 중이다/사진=유튜브 Mrkeybrd 채널 김대근 아이메디신 이사가 뇌파 측정기기 '아이싱크브레인'을 착용하고 로이터 취재진들과 인터뷰 중이다/사진=유튜브 Mrkeybrd 채널
◇"세계인 100명 뇌파 측정 이벤트 열어" - 아이메디신
로이터 기자 : 이 헬멧으로 사람들의 뇌를 조종(control)할 건가요. 저도요?
김대근 아이메디신 이사 : 예스
로이터 기자 : ...

뇌파 측정 헬멧을 쓴 김대근 아이메디신 이사는 해외 취재진들의 농담을 재치 있게 받았다. 아이메디신은 뇌 속 우울증 발생 요소를 (비)활성화하는 등의 뇌세포 조절(control) 테라피를 치료에 응용하려는 회사다. 해당 기기는 현 뇌파 진단 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번 CES에서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뇌파 측정 이벤트를 열었다. 하지만 부스가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체험 예약이 마감돼 상당수 구경만 하게 됐다고 아이메디신 측은 설명했다. 아이메디신 측은 "이틀 동안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뇌파를 측정했다"며 "현장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 제품 리뷰를 본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헬멧 같다', '자전거 헬멧으로 쓸 수 있나', 'Cool(멋지다)' 등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