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폭스바겐 골프, 사려면 지금 바로 사야한다[차알못시승기]

머니투데이 부산=이강준 기자 2022.01.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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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마력·토크…우리가 이 단어를 일상에서 얼마나 쓸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몰라도 만족스럽게 차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독자들보다 더 '차알못'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차알못의 시선에서 최대한 쉬운 시승기를 쓰겠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차는 E클래스, BMW하면 떠오르는 차는 3시리즈다. 모두 고급차로 분류되는 급의 '세단'이다. 국산차를 대표하는 현대차도 비록 최근에는 주춤했지만 '소나타'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제품이었다.

폭스바겐은 특이하게도 사이즈가 작은 해치백 '골프'가 대표 모델이다. 1974년에 출시된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3500만대 이상 판매됐는데,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얻으며 모든 제조사가 해치백만큼은 폭스바겐을 참고하도록 만들었다.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서도 2005년 이후 누적 판매량 4만7000대를 돌파하며 폭스바겐 브랜드를 국내에 알리는 차가 됐다. 지난 5일 부산에서 6년만에 출시된 폭스바겐 골프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2.0 TDI 프레스티지 트림을 시승해봤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엔트리급 해치백인데 '어댑티브 크루즈' 기본 탑재…통풍 시트는 없네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측면부/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측면부/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다이나믹 턴 시그널/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다이나믹 턴 시그널/사진=이강준 기자
외관은 기존 상자형 모양에서 좀 더 날렵하게 변화됐다. 전면 헤드라이트 위치도 기존보다 더 낮아졌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도 낮아졌고 연비 효율과 고속 구간 주행에서 안정성이 강화됐다는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순서대로 방향 지시등이 켜지는 '다이나믹 턴 시그널'도 탑재됐다.



더 큰 변화는 내부다.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들어갔던 일체형 계기판·센터 디스플레이가 도입됐다. 아날로그 계기판은 사라졌고,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운전자가 원하는 정보를 강조해서 보여준다. 엔트리급 중저가 해치백 차량이지만, 이 일체형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 고급스러운 감성이 생겼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내부/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내부/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공조 장치도 지난해 출시된 신형 티구안·제타처럼 버튼·다이얼 대신 터치 방식을 도입했다. 터치스크린을 활용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공조장치, 볼륨 조절만을 위한 터치식 패널을 배치했다. 터치식으로 바뀌었지만 반응속도도 빠르고 직관적이어서 물리버튼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 만큼 편리했다.

편의사양은 대폭 확충됐다. 타 브랜드 해치백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정도로 구성이 알찼다. 우선 트림과 상관없이 어댑티브 크루즈보다 더 진보한 버전인 '폭스바겐 트래블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운전석 모습/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운전석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트래블 어시스트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해주면서 정해진 속도로 알아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에 주차시 활용되는 초음파까지 작동시켜 전방뿐 아니라 측면까지도 차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차선 중앙 유지, 이탈 방지 기능도 포함됐다. 다만 차량 간격을 최대한 좁게 설정해도 지나치게 안전거리를 유지해 다른 차가 계속 끼어드는 불편한 상황은 계속 나왔다.

트래블 어시스트의 작동 범위도 넓다. 고속으로 올라가면 꺼지는 타 브랜드 어댑티브 크루즈와 달리, 골프의 트래블 어시스트는 시속 210㎞까지도 작동된다. 핸들은 손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9시와 3시 부분을 가볍게 잡고있기만 해도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외에도 동급 경쟁 모델에서 보기 힘든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스마트폰 무선 연동, 어댑티브 LED 상향등도 탑재됐다. 다만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통풍 시트' 옵션은 없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뒷좌석. 키 187cm인 기자가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았다./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뒷좌석. 키 187cm인 기자가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았다./사진=이강준 기자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답답한 터치스크린 반응속도와 '디젤'인 건 분명한 단점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2열 머리 공간./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2열 머리 공간./사진=이강준 기자
차의 주행 성능은 일상 단계에서든, 고속으로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든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형 해치백으로 차체가 가벼운데도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도 풍절음이 크지 않았다. 시속 150㎞까지도 가속력은 꾸준히 유지된다. 디젤인 만큼 복합 연비는 리터당 17.8㎞에 달한다. 2열 좌석은 키 187㎝인 기자가 앉아도 머리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많은 부분이 진보했지만, 단점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의 반응속도가 매우 느리다. 혹평을 받던 르노삼성 차량들 수준은 아니지만, 운전하면서 조작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느렸다. 기자의 스마트폰을 연동시켜보지는 못했지만, 실제 사용하게 되면 느린 터치스크린 때문에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수준이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의 터치스크린 작동 모습. 반박자씩 느린 반응을 보여주다가, 옆으로 화면을 넘기려해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사진=이강준 기자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의 터치스크린 작동 모습. 반박자씩 느린 반응을 보여주다가, 옆으로 화면을 넘기려해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사진=이강준 기자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아쉽다. 외부 색상은 7가지를 고를 수 있게 했지만,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는데 여전히 디젤차만 살 수 있다는 점과 내부 시트 색상은 검은색밖에 고르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그럼에도 독일산 해치백을 저렴하게 타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이번 8세대 폭스바겐 골프가 제격이다. 몇몇 편의사양이 아쉽긴 하나 도심에서 꼭 필요한 옵션은 전부 기본으로 탑재됐다. 신차 프로모션도 있어 중고차 보상 등 혜택을 받으면 3300만원(프리미엄 트림 기준)대에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면, 당장 폭스바겐 매장으로 뛰어가야 하는 이유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의 가격은 △프리미엄 3625만4000원 △프레스티지 3782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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