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780조원 팔았다"…코로나 속 역대최대 수출호황 비결은?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2.0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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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5개국 정상이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이로써 RCEP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관세가 철폐되는 등 자유무역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진은 16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2020.11.16/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5개국 정상이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이로써 RCEP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관세가 철폐되는 등 자유무역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진은 16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2020.11.16/뉴스1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2년차인 2021년 한국은 6445억달러(약 776조원)을 수출하며 무역역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5422억달러)과 비교하면 2년 사이 19% 가까이 늘었다.

현 시점에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통계가 나온 1∼9월 수출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증가율이 26.2%로, 다른 일본(22.6%)이나 독일(22.1%)보다 앞섰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팬데믹 속에서도 수출에서 이처럼 괄목할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대비 25.8% 증가한 6445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수입은 31.5% 늘어난 6150억50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294억9000만달러로 1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액도 사상 최대치인 1조2596억달러를 기록, 세계무역순위가 기존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코로나 백신 배포→세계경제 회복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온도계 형태로 표시되고 있다. 2022.1.4/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온도계 형태로 표시되고 있다. 2022.1.4/뉴스1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대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세계경제가 가파르게 회복한 덕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5.6%(2021년 12월 전망치)로 추산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던 2020년 세계경제가 3.4%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9%포인트 오른 수치다.



2020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함께 사실상 마비됐다. 유럽 등 선진국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봉쇄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식료품 구매 등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일상이 멈췄고, 경제활동 또한 중단됐다. 한국의 경우 'K-방역'으로 피해가 덜했지만 역성장(-0.9%)은 피할 수 없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약사들이 코로나 백신을 배포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델타변이와 오미크론변이가 등장하며 여전히 코로나19에 고통받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세계 각국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며 원자재와 중간재 수요를 크게 확대했다. 2020년 봉쇄조치로 실행되지 못했던 소비가 올해로 이연되면서 그 효과는 더 커졌다.

세계경제의 가파른 회복에 따른 수혜는 한국에 집중됐다. 봉쇄가 없었던 우리나라는 급격히 불어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해 생산량을 늘리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WTO(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지난 1~9월 한국은 전세계 수출액 상위 10개국 중 4번째(네덜란드와 동률)로 전년 대비 높은 수출 성장률(26.2%)을 기록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한국과 유사한 독일(22.1%), 일본(22.6%)보다 높은 수치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요국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락다운(봉쇄)이 해소가 되며 경제와 산업이 정상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제조업 기반으로 잘 대응해 온 결과가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에 '반도체 붐'
삼성전자가 지난해 잠정실적으로 매출 279조400억원,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삼성전자가 지난해 잠정실적으로 매출 279조400억원,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진 것도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한국에 호재였다.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시작된 흐름인데, 팬데믹과 함께 반강제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지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호황을 맞았다. 특히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이 데이터서버용 메모리 구입을 늘린 것이 영향을 줬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대비 29% 증가한 1280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수출액(6445억달러) 중 약 20%가 한 분야에서 나온 셈이다. 단가도 크게 올랐다. 주력 품목인 D램 단가는 약 20% 올랐다.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도 3% 상승했다.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도 우리나라의 수출 호황에 한몫했다. 주요국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친환경차 수요가 확대됐고,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또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 덕분에 한국의 이차전지 수출액은 86억7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5.5% 증가했다. 자동차와 선박 수출도 친환경차·LNG(액화천연가스)선의 약진에 힘입어 각각 24.2%, 16.4% 확대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이연에 따라 수출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품목이 수혜를 입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잘나가는 韓수출, 올해도 괜찮을까?

그러나 올해는 수출이 작년과 같은 급성장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데 따른 여파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년 경제산업전망에서 올해 수출이 1.3% 증가할 것으로 내봤다.

변수는 결국 코로나19다. 오미크론변이가 델타변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전염성이 매우 높아 봉쇄조치가 재현될 경우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경우 환율이 올라 수출에 긍정적이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성 교수는 "유동성 축소로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변수"라며 "다만 통화당국이 시중에 풀린 자금을 흡수한다는 것은 경제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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