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거래되도 펀드자금 엑시트·반대매매 '어쩌나'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2.01.0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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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이 회사에서 자금관리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횡령금액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의 91.8%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준으로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다. 2022.1.4/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이 회사에서 자금관리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횡령금액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의 91.8%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준으로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다. 2022.1.4/뉴스1


1880억원 횡령 사태로 주식 거래가 중단된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가 향후 거래재개에 성공하더라도 주가 급락이 불가피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오스템임플란트 종목을 편입한 106개 펀드 대부분이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여 주가 폭락은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된다. 주가 급락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거래재개시 대규모 자금 엑시트 불가피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를 담고 있는 국내 펀드는 106개다.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미래에셋TIGER의료기기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다. 전체 자산의 7.65%를 담고 있다. 이어 '파인아시아턴어라운드증권투자신탁1'이 6.93%, 'KB밸류초이스30증권투자신탁'이 4.51%,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3.85%, 'KB중소형주포커스증권모투자신탁'이 3.31%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자금 규모가 담긴 펀드는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으로 나타났다. 해당 펀드의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은 1.23%이지만 펀드의 순자산이 7677억원에 달해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액이 약 95억원 추산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개 재개된다 하더라도 역대 최고 횡령사건으로 기업 신뢰도에 금이 갔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대세인만큼 대부분의 펀드들이 오스템임플란트 청산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액 1880억원 중 1500억원 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증권가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대규모 횡령사건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과 주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2조원 규모에 영업이익은 981억원을 기록한 우량"라며 "이에 기업의 영속성 및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계좌 동결이 가능하다면 횡령 금액은 회수 가능할 것이고 일부 미비한 경우에는 2021년 영업 외 손실로 반영할 수 있어 회수 여부가 주가 방향성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규모가 1900억원 수준으로 상장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나 3분기말 기준 보유하고 있던 예적금 고려하면 회사 존폐를 위협할 수준까진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3분기말 예적금은 약 3200억원으로 횡령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1300억원의 현금 보유가 예상된다.

회사 측 역시 전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9월 말 공시기준으로 횡령금액 1880억원을 제외하고도 1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오스템임플란트의 해외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도 1400억원에 달해 총 24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신뢰도 추락..거래 재개시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 위기·대출 연장도 불가
전문가들은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래를 재개한다 하더라도 이미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에 대규모 매물 출회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담보대출, 신용거래 등의 물량이 반대매매로 나오게 돼 이 부분이 수급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주가 폭락에 따른 반대매매로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의 경영권도 위협받게 된다.

지난해 12월23일 기준 최 회장은 본인 소유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294만3718주(20.6%) 가운데 175만8708주(12.3%)를 담보로 11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이며 담보유지비율은 110~250% 수준이다.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거나 채권 회수를 위해 담보권 실행(반대매매)이 이뤄진다. 이 경우 최 회장의 지분율이 8%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

2만여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투자자 가운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투자자에게 이미 대출 연장 불가를 개별적으로 공지했다. 교보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도 대출 만기연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매매거래정지 종목은 대용증권에서 제외한다는 거래소 업무 규정에 따른 방침에서다.

대출 불가 연장을 통보 받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현금 상환을 요구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환 시기가 늦춰질 수록 연체 이자는 쌓여갈 수 밖에 없다. 현재 증권사의 연체이자율은 연 10% 안팎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까지 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라면 반대매매를 당하지는 않겠지만 연체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총 2조원 규모의 우량주인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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